007 철통보안부터 강아지 분양까지…특화된 서비스로 승부

국내 관광산업의 성장과 함께 방한 외국인이 늘며 특정 계층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로, 일명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부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VIP 마케팅’이 우리 산업 곳곳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14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155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계층의 외국인이 순수 관광부터 국가 공식 행사, MICE산업, 산업시찰, 의료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찾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며, 1인당 지출액이 많은 귀빈급의 VIP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문 의전관광 서비스 ‘눈길’
외국인 VIP 모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관광업계다. 외국인 관광 전문 기업인 코스모진여행사(대표 정명진)는 상위 1%의 외국인 VIP 고객을 위한 특화된 프리미엄 의전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전관광은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특화된 전문 분야로, 공항 영접에서부터 호텔 숙박, 관광 안내, 통·번역, 각종 예약 및 섭외 등 외국인 VIP 고객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의 모든 동선에서 출국에 이르기까지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VIP 의전관광의 첫 번째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는 서비스 마인드다. 이를 위해 코스모진은 무형의 서비스를 이미지, 영상 등으로 유형화해 고객과의 의견 차이를 줄이고, 국가 문화와 종교, 개인의 성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13가지 인적 사항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VIP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코스모진은 VIP 고객의 사생활 보호와 차질 없는 방한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그들이 주문하는 모든 리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가령 국빈급 외국인들은 보안과 철저한 사생활 보호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프라이빗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고객이 한국에서 강아지를 분양해 가고 싶다는 등의 개인적인 요구까지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계 관광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동 무슬림 VIP 관광객을 위한 할랄 인증 식사 및 기도실 제공 등 특화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과 향기, 브랜드 등을 미리 파악해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국가 브랜드 성장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로 세계 각국의 VIP급 인사들의 방한도 점차 늘고 있다”며 “외래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두고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의 관광산업의 성장을 위해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도가 큰 외국인 VIP들을 위한 특화된 프리미엄 서비스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커, “환잉광린”


유통업계는 노동절 연휴(5월 1~3일)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중국 고객 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외국인 VIP 고객을 위한 명품관을 대폭 늘리고 VIP라운지를 마련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유커 VIP들을 잡기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고, 명품관을 재오픈, 웨스트 5층에는 글로벌 VIP라운지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도 중국인 VIP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인 VIP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 소개 및 유명 브랜드, 할인 행사를 안내하는 DM(우편광고) 5000부를 발송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VIP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커 전담업무팀을 강화하는 한편, 본점 4층에 외국인 전용 ‘글로벌 라운지’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 연말부터는 중국 부호 클럽과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유커들에게 전용 VIP카드를 제공했다. 카드 소지자들은 차량 서비스와 전용 라운지 이용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제2의 유커’가 될 아시아 국가의 VIP 관광객 유치를 위해 최근 싱가포르 ‘로빈슨’, 홍콩 ‘타임스퀘어’, 태국 ‘시암파라곤’ 등 3개국 백화점과 VIP 서비스 제휴에 대한 글로벌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프리미엄 아울렛들도 유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에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현대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은 김포국제공항(7㎞), 인천국제공항(40㎞)과 가까운 곳에 입지해 국내 고객 뿐 아니라 유커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도권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아라뱃길, 아라마리나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외국인 전용 쿠폰북 증정 등 다양한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도 안내데스크에 중국어 통역 가능한 인력은 물론 중국어로 된 매장 안내책자도 배치해놓고 있다. 또한 유커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문화마케팅을 선정하고 특별한 문화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국내 특급호텔들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은 중국인 관광객의 새 명소로 자리 잡은 홍대입구역과 호텔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신설해 이번 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또 중국어로 환영한다는 뜻의 ‘환잉’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중국어 ‘웰컴 레터’를 중국인 고객이 체크인하기 전에 객실에 준비해두고, 재스민 차와 중국어 TV 채널 서비스도 제공한다.

리츠칼튼 서울은 서울 곳곳의 명소를 담은 중국어판 지도를 제작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료로 증정하고 있으며, 호텔 내 병원인 ‘메이클리닉’과 ‘페보니아 스파’ 등을 통해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의료관광 서비스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VIP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다양한 국적과 특성을 가진 외국인 VIP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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