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동반 성장…틈새유통으로 부각

여성 직장인 경 모씨(여.36)은 토요일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얇아진 지갑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물가상승으로 생활은 넉넉지 않지만 그녀만의 쇼핑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주 토요일 사당동의
서초 토요벼룩시장을 찾는 벼룩시장 쇼핑 마니아다. 서울 강남부터 홍대 그리고 게릴라식으로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벼룩시장은 이제 서민을 위한 알뜰유통으로 각광받고 있다.

불황속 저성장 시대는 벼룩과 같은 작은 시장을 거대한 유통으로 성장시키는 요인이 됐다.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위축은 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리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벼룩시장’.

간단한 소품이나 의류, 잡화 등의 중고물품이 소규모 일일장터에서 판매되던 일명 ‘벼룩시장’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모두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민들간의 문화소통의 역할까지 담당하며 새로운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의 중고물품 시장은 벌써 4조 1천억원대의 시장과  2만 2천여개의 업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까지 포함한다면 올해는 10조원 이상의 거대 시장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벼룩이 코끼리가 된 셈이다.

프리마켓과 플리마켓의 융합
한국의 벼룩시장은 중고물품들을 사고 파는 형태의 플리마켓(Flea market)과 직접 만든 창작물을 판매하는 프리마켓(Free market)의 두 가지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이 두 형태가 합해진 형태의 벼룩시장을 주를 이루고 있다.

프리마켓과 플리마켓이 혼합된 가장 대표적인 벼룩시장은 바로 홍대 앞의 벼룩시장.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문화행사 일환으로 첫 문을 연 뒤로 올해 개최 10년을 맞이했다. 매주 100여명의 생활창작인들이 참여해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곁들여지면서 벼룩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물건 판매와 인디밴드의 음악과 춤, 퍼포먼스까지 어울어진 작은 공간은 이제 매주 토요일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몰리는 문화공간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주최하고 있는 일상예술창작센터는 2010년 5월에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청년 예술가들이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하는 활동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강남에서 즐기는 ‘서초 토요벼룩시장’
벼룩시장하면 대게 홍대의 플리마켓과 황학동 벼룩시장, 숭인동 동묘공원 벼룩시장 등을 떠올리지만 찾아보면 매우 많은 곳에서 벼룩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벼룩시장 이미지와는 사뭇 어울릴것 같지 않은 강남 한복판에서도 벼룩시장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서초구에서 열고 있는 ‘서초 토요벼룩시장’ 이 그것이다.

서초 벼룩시장은 지난 1988년부터 15년째 주말마다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사당복개도로에 마련되는 서초 벼룩시장은 그 규모 또한 엄청나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가 참여가 가능해 그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골동품, 예술품을 비롯해 의류, 잡화 등 수천가지의 물품을 만날 수 있다.

몇백원짜리 소품부터 수백만원의 명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특히 값싼 구제 명품을 찾는 실속파 여성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벼룩시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초구 방배동 사당복개도로에서 열린다. 우천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열린다.

신세대를 자극하는 ‘선데이 플리마켓’
강남의 벼룩시장은 ‘서초 토요벼룩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다 젊은 감성소비자 신세대를 자극하는 청담동 학동사거리에도 벼룩시장이 열린다. 청담동 선데이 플리마켓이 바로 그것이다.

선데이 플리마켓이 열리는 데일리 프로젝트는 아담한 정원을 연상시킨다. 아기자기하게 1층과 2층으로 꾸며진 행사장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낀다. 이제 겨우 1년이 넘었지만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명소로 통한다. 

물건도 다양하다.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의 가죽 제품들과 팔찌, 목걸이, 귀걸이 등 손수 디자인한 액서세리들은 찾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각종 수공예 제품들과 신선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디자인의 물품들이 즐비하다.

선데이 플리마켓은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참가를 원하는 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서래마을 이색 벼룩시장 ‘요디스 바자’
서래마을에도 작지만 이색적인 벼룩시장이 열린다.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정기적으로 열리는 ‘요디스바자’가 그 주인공이다. ‘요디스 바자’는 지난 2009년부터 서래마을에 사는 매거진 편집장 출신의 여행칼럼니스트와 그의 지인들이 사용하지 않고 쌓여있는 개인물품들을 처분하고자 옷장 정리를 하면서 시작됐다.

토요일 오후 친구들끼리 브런치를 하면서 가볍게 시작된 이 행사가 벌써 3년째를 맞는다. 이곳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싶은 이들은 하루 전까지 등록만 하면 되고 참가비 5000원 내면 된다. 참가비는 전액 선교기금으로 후원하고 있다. 장소는 카페 스퀘어가든과 서래 컨시어지 두 군데서 제공하고 있다.

벼룩시장 판매 경험이 많은 베테랑 판매자부터 아이들과 재미삼아 참가한 초보 판매자가 어울어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또한 하나의 볼거리다.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
매주 토요일이되면 뚝섬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벼룩시장이 열린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진행하는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다.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는 순수한 플리마켓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홍대의 벼룩시장과 같이 프리마켓과 플리마켓이 합해진 형태가 아닌 순수 중고 물품만을 판매할 수 있다. 흥겹고 재미가 있는 벼룩시장을 표방하고 있는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는 연인과 친구 그리고 가족들의 하나의 놀이공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족 단위의 판매자부터 어린 학생들이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판매만이 목적이 아닌 그저 그 자체를 즐기는 판매자들의 모습으로 장소는 더욱 흥겨움과 재미로 넘쳐난다. 이곳에 참여하는 판매자들을 ‘아름다운 장돌뱅이’라 부르는 것 또한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벼룩시장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물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참여는 인터넷을 통해 가능하다. 판매 후 남은 물건이나 수익금의 일부를 원한다면 기부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위한 다양한 체험 이벤트와 행사들은 덤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양동 뚝섬유원지 내에서 열린다.

일회성 벼룩시장도 증가세
매월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벼룩시장 외에도 기업이나 지자체, 공익단체 등에서 일회성으로 실시하는 벼룩시장들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장소외에는 설치비나 물품 구매 등의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들을 자연적으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이벤트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판매 수익을 기부하기 위한 공익행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역단체나 자치단체 등에서는 불우이웃이나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자선 행사로 벼룩시장을 개최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을 위한 벼룩시장도 개최되고 있다.

서울글로벌센터가 운영하는 외국인 벼룩시장이 올해 첫 장터를 열었다. 서울글로벌센터는 외국인 벼룩시장을 작년처럼 3~10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신설동 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열 계획이다. 이 장터는 서울글로벌센터가 서울 시민과 외국인 간의 교류 확대와 재활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8년부터 열고 있다. 작년에는 총 23개국 출신 외국인 180여명이 판매자로 참여했다.

장터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통역자원 봉사자가 배치돼 통역과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물품 판매자는 외국인이나 내·외국인으로 이뤄진 팀만 허용되며 사전 등록해야 한다.

온라인 벼룩시장도 들썩
오프라인의 벼룩시장 뿐 아니라 온라인의 벼룩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의류 전문몰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직접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직거래 장터인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전문몰이 늘고 있는 추세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옷이나 쓰지 않는 패션 아이템 등을 회원들끼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오픈마켓도 중고물품 거래를 위한 벼룩시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옥션은 중고명품 회사인 `고이비토와 함께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중고 상품에 대해 `중고명품 천원경매를 지난 1월 한달 동안 실시한바 있다. `천원경매는 시작가 1000원을 기본으로 마감까지 최고가를 제시하는 사람이 물품을 낙찰 받는 경매방식이다.

네이버 중고나라는 오픈마켓이나 온라인몰이 운영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개인과 개인 간 중고물품을 서로 사고 팔거나 교환하는 중고거래 카페 중 최대 규모다. 2003년 12월 생겨난 중고나라는 회원수가 840만명이 넘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중고나라를 찾는 만큼, 중고나라 카페 운영진들은 사기 등 거래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30여명에 이르는 스탭을 구성해 깨끗한 카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업체들도 벼룩시장 사업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고객으로부터 중고폰을 매입하고 온라인사이트에서 판매하는 ‘T에코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오픈한 이래 처음 280대였던 거래량은 올해 2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도 중고 전문관인 ‘중고스트리트’를 열고 20여만가지 중고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1번가는 상품 수를 100만가지로 늘릴 계획이다.

대학 온라인 벼룩시장 ‘신풍속’
온라인 벼룩시장의 인기는 대학가에서도 뜨겁다. 대학 인터넷 웹사이트 온라인 벼룩시장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가의 신풍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이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상대적으로 지갑이 가벼울 수 밖에 없는 대학생들이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다양한 물품을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온라인 벼룩시장은 수업 교재부터 사용하던 노트북과 의류, 학교에서 사용되는 식권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타던 자전거와 오토바이, 휴대폰 등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작은 생활용품부터 피자나 중국음식 쿠폰까지 거래 물품으로 등장할 정도로 다양한 물품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벼룩시장
벼룩시장의 진화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함께 그 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벼룩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이나 동네 벼룩시장에서 이뤄지던 중고제품 거래가 손 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중고 물품을 앱에서 간단히 사고팔 수 있는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활성화된 중고거래 앱은 ‘번개장터’다. 2010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 1월 현재 누적된 중고 물품이 90만 건에 달한다. 번개장터 앱에선 거리, 등록일, 인기 순 혹은 종류별로 물건을 검색할 수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판매하는 물건을 지인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니어바이’앱은 말 그대로 가까운 곳의 이웃과 중고품을 사고파는 앱이다.

<주요 오프라인 벼룩시장 정보>

■서초 토요벼룩시장
장소: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당복개도로
일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오후 3시(연중무휴, 우천시 휴장)
문의: 02-2155-6692,
■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
장소: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 광장 7호선 뚝섬유원지역
일시: 매년 3~10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4시
문의: 1899-1017
■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장소: 홍대 앞 어린이공원
일시: 매년 3월~10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6시
문의: 02)325-8553
■ 마포 희망시장
장소: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앞마당
일시: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문의:02-3274-8600,
■ 블링 나이트 플리마켓
장소: 도산공원 사거리 나누리병원 맞은편 플래툰 쿤스트할레
일시: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5시~10시
문의: 02)3447-1191
■서래마을 요디스 바자
장소: 서래 컨시어지, 스퀘어가든
일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시~6시
문의: 02-599-6163
■선데이 플리마켓
장소: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학동사거리 하나은행 옆 데일리프로젝트
일시: 매달 첫째·셋째 주 일요일 정오~오후 6시
문의: 02-3218-2072,
■ 리퍼브샵 하남점
장소: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 34-3
일시: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의: 031)795-0521
■ 정부물품재활용센터
장소: 인천시 중구 신흥동 3가 7-225
일시: 월~금(오전 9시~오후 7시) 토(오전 9시~오후 6시)
       일(오전 9시30분~오후 6시)
문의: 032)888-7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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