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내용도 이해 못하고 성명 발표…명성에 먹칠
다단계판매, 유통 판매방법별 피해사례 가장적어

 

‘무늬만 방판’으로 촉발된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이하 방판법) 개정안이 지난 4여년 간의 치열한 논리공박 속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문판매 업체 간의 의견조율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번 TF팀에서 도출한 절충안은 그동안 논란의 가장 핵심인 정의규정을 방문판매, 연쇄방문판매(가칭), 다단계판매로 삼분하는 해법을 내놓았다.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구분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했던 공정위와 방문판매 업체들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 형태인 판매원 단계가 3단계 이상이고 후원수당이 1단계인 신방문판매를 연쇄방문판매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합법적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공정위 입장에서 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일부 대형방문판매 업체를 다단계판매 혐의로 행정처분까지 내렸고, 고등법원 행정소송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의 패소는 단지 법리 해석상 차이 일 뿐이라며 이들 대형방문판매 업체들이 다단계판매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정위가 이렇게 강하게 방문판매 업체들과 맞선 이유는 소비자 단체 등의 사회적 여론도 한몫을 했지만, 방문판매 업체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그동안 펼친 정책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방문판매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별다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영업을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업형태가 다단계판매와 유사하다며 규제가 많은 다단계판매로 포섭한다고 하니, 공정위 결정에 불복할 수밖에 없었다. 방문판매 업체들은 방문판매로 등록해 놓고 피라미드 영업을 하는 불법업체들과의 차별화와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부분 규제는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다단계판매로의 포섭은 방문판매 업계의 존폐가 걸린 만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공정위는 이번 절충안에서 방판법 개정안의 목적인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불법 피라미드 판매에 대한 제도권 포섭과 소비자피해 예방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공정위 정책결정에 대한 명분을 얻었고, 부수적으로 산하에 연쇄방문판매 소비자피해보상 기구인 공제조합까지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방문판매는 일정부분 규제는 받아 들였지만 다단계판매에 포섭되지 않고 그동안 주장해온 후원수당 1단계를 법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실리를 이끌어내면서 자신들의 영업형태를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자피해를 일삼던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에 대한 부담도 떨쳐버렸다.

 

원종문 교수 논문…다단계판매 업계 거센 비난 받아

이번 방판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주무부처인 공정위를 비롯 학계, 법조계, 업계, 시민단체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진지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많은 의견 중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직접판매 업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접근하기 보다는 논리적 비약을 통한 자의적 결론으로 업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원종문 교수(남서울대)가 발표한 ‘직접판매 산업 육성을 위한 합리적 규제방안’은 발표 당시에도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문제가 많다며 강력한 이의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TF팀 논의 과정에서 다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하방 확장형 판매조직은 사행성 자체가 밑바탕에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 교수는 사행성이 적으면 방문판매고 사행성이 많으면 다단계판매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사행성이 낮은 방문판매는 사행성이 높은 다단계판매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접근은 다단계판매 업계의 거센 비난에 부딪쳤다.

또 이번 절충안에 대한 정확한 내용도 이해 못한 서울 YMCA 시민중계실과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이하 YMCA)가 각 언론사에 배포한 성명서는 그동안 쌓아올린 시민단체의 명성을 먹칠하기에 충분했다.

YMCA는 ‘내용도 절차도 틀린 엉뚱한 공정위 방판법 개정 절충안’이라는 성명을 통해 ‘연쇄방판업종 신설이 다단계판매 외연 확대’라는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존재해 오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신방문판매(무늬만 방판)에 대한 명칭 변경이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방문판매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형태로 인적 네트워크 3단계 이상과 후원수당 1단계 구조로 소비자피해를 야기하지 않은 대형방문판매 업체들과 불법 피라미드 업체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동안 존재해온 신방문판매를 합법적인 법 테두리에 포섭함으로써 건전한 업체와 법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자피해를 야기 시키고 있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법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의도이지 다단계판매 외연 확대는 결코 아니다.

YMCA는 또 ‘지금까지 실패한 공제조합 가입 의무’라고 지적했으나, 현행 방판법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에는 공제계약, 은행 지급보증, 보험계약 등이 있으며, 이러한 진입장벽은 불법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따라서 연쇄방문판매 형태로 영업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중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되지 공제계약만 강제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실패한 공제조합에 대한 이유로 공정위 퇴임간부 낙하산시비, 방만한 운영논란, 다단계 판매 관련 피해의 사후구제 역할 미미 등 구체적인 자료 제시 없이 추상적인 내용만 지적하면서도 2002년말 방판법 전면 개정시 400여개에 달하던 다단계판매 업체가 악덕업체의 퇴출 등으로 현재 70여개로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이는 YMCA 등 시민단체가 역할을 잘해서가 아니라 2002년 방판법 개정으로 설립된 공제조합들이 소비자피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불법업체들을 퇴출 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소비자 단체인 YMCA가 그 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자피해를 일삼던 불법업체에 대한 규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방문판매 업체의 나팔수를 자청하는 꼴이다.

또 YMCA의 주장대로 2만 8000여개의 다수의 업체가 등록해야 한다면 이 많은 업체들이 사실상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다단계판매,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 나려고 노력

이번 방판법 절충안에서 연쇄방문판매로 포섭되는 업체들은 개인사업들이 많은 업태 특성상 자본금 등록요건 의무(다단계판매 5억원)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아직 후원수당 35% 규제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현행 다단계판매가 받는 규제뿐만 아니라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는 최종 소비자 매출비중이 50%이상 되어야 하는 새로운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판매 업체가 다단계판매로의 포섭을 거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면 다단계판매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외면 받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 고찰해 보자.

다단계판매는 시장 도입 초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산업으로 인식 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적인 규제 장치마저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피라미드 업체들의 난립을 부추겼다.

이 시절 불법 피라미드 업체에게는 다단계판매 시장은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었다. 고액의 배당을 약속하는 유사수신 업체들이 판을 쳤고 문어발식의 무한 하방 확장으로 불법업체에게 날마다 거액의 돈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배당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일부 업체들은 고객의 돈을 끌어 모은 뒤 이를 챙겨 잠적하는 사태가 비일비재 일어났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회사가 설립되었고 수십개의 회사가 문을 닫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이러한 난립은 대량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면서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의 퇴출과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담은 방판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에 터진 JU사건은 다단계판매를 ‘불신의 늪’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총장은 JU사건을 일컬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라고 규정했고, 이러한 인식은 사회 전반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다단계판매를 모르던 일반 국민들도 ‘다단계=사기꾼’이라는 등식을 성립 시켰다. 심지어 일부 정책 결정자와 위정자들 사이에서는 다단계판매의 업태를 다른 유통판매와 통폐합 시켜 없애는 방안도 검토되었던 걸로 알려졌다.

도입초기부터 이어져온 이러한 시행착오와 소비자피해는 2010년 현재까지 다단계판매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오늘날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소비자피해도 일반 국민들은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일으키는 사기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단계판매에 대해 신뢰 자체가 무너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 업계는 JU사건이후 충분한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 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접판매 협회를 중심으로 자율규제위원회도 출범 시켰으며, 양대 공제조합을 중심으로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을 퇴출시키는 등 지속적인 시장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피해는 해마다 줄고 있으며, 양대 공제조합의 소비자피해보상은 올해 들어 9월 현재,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퍼펙트에 가깝게 발생되지 않고 있다.

 

양대 공제조합, 9월 현재 소비자피해보상 단 1건

소비자 보호원에 접수된 2008년-2009년 소비자 피해 사례를 보면 다단계판매의 경우 2008년 전체 피해 접수건 27만 8182건중 814건에 0.29%로 나타났으며, 2009년에는 전체 피해 접수건 32만 4230건중 827건에 0.26%로 조사돼 유통 판매방법별 피해사례 중에서 가장 적은 업종으로 조사됐다.

 

 

또 다단계 판매 업체들의 소비자 피해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이하 직판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조합)의 소비자피해보상을 살펴보면 도입 초기 과도기 상황에서는 많은 보상금이 지급됐으나 2006년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판조합은 본격적인 피해보상 업무를 수행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 동안 8183건의 보상 건수에 79억 3800만원의 소비자피해보상이 이뤄졌다.

조합설립 초기인 2003년부터 2005년 까지는 방문판매를 겸업하는 형태의 불법영업 및 구매금액의 수백 퍼센트의 수당지급을 약속하는 불법공유마케팅 등으로 인해 소비자피해보상이 증가 했으나, JU사태이후 소비자피해보상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특히 지난해는 단지 7건의 보상건수에 1100만원의 소비자피해보상금만 지급했으나, 이는 업체 지급 유도 및 법원공탁을 합산한 것으로 조합에서 직접 지급한 사례는 없었다. 올해도 9월 현재 단 1건의 보상 건수도 접수되지 않아 0%를 기록하고 있다.

특판조합도 업무를 시작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 동안 1만 1929건의 보상 건수에 67억 1600만원의 소비자피해보상이 있었다.

2005년과 2006년에 소피자피해 건수와 보상금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공제계약이 해지된 업체들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14개였던 공제금 지급 대상 업체 수가 2005년 들어 31개로 크게 늘었으며, 2006년에도 19개 업체와 관련해 공제금이 지급됐다. 특히 2006년에는 JU 사건 등 대형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공제금 지급액도 커졌다.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점차 공제금 지급 실적이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는 9월 현재 단 1건의 보상 건수에 약 21만원의 소비자피해보상금만 지급됐다.

이들 자료에서 보듯이 다단계판매 업계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제도 도입 이후 과도기 과정을 거쳐 JU사태이후 어떠한 유통채널보다 모범적이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많은 시간 소비자 신뢰회복에 힘써야

위의 자료에서 보듯이 현재의 다단계판매는 어떤 유통채널과 비교해도 완벽한 소비자피해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맑고 투명하게 모든 것이 공개된 상태이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의 도입 초기 수많은 소비자피해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JU사건이 일어난 지 이제 불과 4여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상처투성인 다단계판매 업계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면 사회는 다단계판매 업계에 다시 따가운 눈총을 보낼 것이다. 지금처럼 맑고 투명하게 뼈를 깍는 각고의 노력으로 더 많은 세월을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해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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