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조사 발표·방판법 개정 등 갈 길 멀어

공정거래위원회가‘다단계판매 시장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 당시 공정위는 다단계판매 시장 건전화 및 미등록 영업에 대한 엄중 조치를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강도 높은 직권조사 실시,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방문판매법 개정 연내 추진 등의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까지 진행하기로 계획되어있던 직권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방판법 개정안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국회에서 의논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단계판매 시장 관리 종합대책은 공정위의 방판법 개정안 중‘위탁 및 중개판매의 가격합계액 산정 기준 삭제’부분이 논란이 되면서 담당자가 징계를 받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면전환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발표 후 상당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주요 내용에 대해 뚜렷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종합정책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전시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9개월째 직권조사 받는 다단계판매 업계

지난해 9월 공정위에서는 대대적으로‘다단계판매 시장 관리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다단계판매 시장을 중점감시업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불법 업체들로 인한 피해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합대책은 시기적으로 ‘위탁 및 중개판매의 가격합계액 산정 기준 삭제’논란 이후 발표돼 일련의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진행된 전략적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때문에 가뜩이나 규제가 심한 업계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더욱 규제가 강화되며 압박을 받게 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 중에서도 업계의 불만이 가장 높았던 부분은 2개월간 진행되기로 계획된 강도 높은 직권조사였다. 업계는 이에 앞서 지난해 초와 그 직전 해인 2008년 말에도 직권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사실상 1년여의 시간 동안 세 차례의 직권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공정위 측은 당시 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직권조사가 종합대책 발표와 연동돼 실시되는 것뿐이라고 밝혔지만, 타 업계의 경우 정기적인 직권조사는 연 1회 정도 실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다단계판매업계에 대해 지나치게 빈번한 직권조사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었다. 또 공정위는 미등록 다단계영업 행위를 주요 조사 내용에 포함시켰으나, 한정된 인력으로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는 조사라면 등록 업체에 대한 조사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계획된 2개월이 지난 이후, 공정위는 몇몇 업체들에 대해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메리케이코리아와 씨엔에이치이노이브의 미등록 다단계 영업 행위에 대한 조치만 공식적으로 발표됐을 뿐, 나머지 개별 업체에 대한 조치 결과는 공정위 홈페이지의 심결법위반사실 조회를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단계판매 시장 관리 종합대책’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전에 없이 강력한 직권조사 실시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또한 심결 법위반 조회를 통해 나타난 개별 업체들의 조치사항을 보면 대부분 등록 업체에 대한 내용이었으며, 미등록 다단계 영업과 관련한 내용은 메리케이코리아와 씨엔에이치이노이브 건 뿐이었다. 사실상 미등록 업체 적발 실적은 미진하고, 등록업체 위주로 조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

공정위 측은 이처럼 종합대책 발표 시 언급했던 조사 기간이 지난 지 몇 달이 되도록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직권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은 “시간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아직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미등록 업체의 경우도 조치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고발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조사 및 결과 분석 완료 후 전체 조치 결과를 정리해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다단계판매 업계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올해 6월까지 무려 9개월에 걸쳐 직권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 됐다. 1년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간을 직권조사를 받으며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그 기간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수 없다. 강한 규제와 감시로 늘 공정위의 눈치
를 보고 있는 업계로서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장기간의 직권조사로 인해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고포상금 제도…당분간 유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신고포상금 제도는 미등록 다단계영업 행위를 신고할 경우 건당 3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직접판매공제조합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직판조합으로 접수된 신고 내용 중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건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한 뒤 결과에 따라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이 지급되고, 해당 업체에 대해서는 경찰 고발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1차적으로 지난해 9월말부터 12월까지 실시된 신고 포상금 제도는 이후 반응과 실적이 좋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계속 유지·시행되고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를 실시하며 공정위는 미등록 업체의 판매조직 내에 포상금을 노린 제보에 대한 두려움을 형성시켜 불법 행위에 대한 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를 첨부해야하기 때문에 신고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특수판매공제조합이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약 4년간 시행했던 신고포상금제도에서는 그 기간 동안 총 260건의 신고가 접수 됐으나 포상금 지급사례는 단 1건에 그치기도 했다.

또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진 공제조합에서 그 비용을 대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종합대책 상에는 제도 시행 후 성과에 따라 공정위나 소비자원 등 정부에서 직접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1차적으로 계획된 시행 기간이 지난 후에도 신고포상금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공정위에서 현재까지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에 따르면, 1차 기간 동안 접수된 신고 건수는 62건이며 이 중 19개사를 수사의뢰했다. 이에 따라 3건의 신고에 대해 1급 100만원, 15건의 신고에 2급 30만원 등 총 75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공정위 측은 이와 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 신고포상금 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며, 불법 업체 예방 및 단속에 상당한 기여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 시행 실적

 

2009년

2010년 5월31일현재

접수기간

2009년 9월 21일 ~ 12월 31일

2010년 1월 1일 ~ 5월 25일

신고건수

62건

24건

수사의뢰

19개사

4개사

포상금지급

750만원 지급완료 (1급:3건, 2급:15건)

190만원 지급예정 (1급:1건, 2급:3건)

3개월 간 19건 적발이라는 수치를 놓고 보면 공정위의 이와 같은 평가에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후 신고 접수 및 조치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1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6개월 간 접수된 신고 건수는 24건이며, 이 중 4개사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1급 1건과 2급 3건 등 총 19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될 예정에 있다. 지난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접수된 신고 및 처리 건수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 약 6개월 동안의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음을알 수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관심도와 참여도가 떨어지고 점차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환 과장은 이와 관련 “일단 아직까지는 신고포상금 제도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언제까지 시행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은 제도를 더욱 보완하며 유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정부가 향후 직접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할 계획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도 현재까지 가능성이 살아있다”며“법적 근거 마련 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앞으로 나타나는 효과를 면밀히 살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판법 개정…상임위 재배정으로 처리 시기 불투명

공정위에서는 지난해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다단계판매 정의를 비롯해 영업정지처분 사유 확대, 사업자 자율준수 의무부과 및 지침 제정, 허위명목 유인 시 처벌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방판법 개정안을 지난해 하반기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를 넘겨 올해 상반기가 지나도록 방판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방판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긴 했
지만, 사실상 이를 위한 노력과 의지는 부족했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과장은 “공정위의 방판법 개정 의지는 변함이 없다. 다만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많아 방판법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국회의원들의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정위에서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열심히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상임위 재배정 등으로 인해 방판법 개정안이 언제쯤 처리될지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일단 3건의 방판법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모두 정무위를 떠났다는 점은 공정위 안이 더욱 탄력을 받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방문판매업체들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상돈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했고, 대다수 방문판매업체들을 다단계판매로 포섭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출했던 김동철 의원과 홍영표 의원은 각각 외교통상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로 상임위가 바뀌었다. 결국 발의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안은 공정위 안 뿐인 것이다. 때문에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공정위 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법안처리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상임위 재배정으로 정무위 소속 의원이 대거 바뀌면서 공정위가 새로 정무위로 배정된 의원들을 다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오히려 법안 처리는 더욱 지연될 수도 있다.

공정위 측 역시 법안 처리 시기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과장은 “상임위가 바뀌었다고 해도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다른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논의되는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상임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법안이 힘을 잃는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임위 재배정에 의한 법안 처리 지연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의 설득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법안 처리에 걸리는 시간은 달라지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판법 개정안의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국회 회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다단계판매 정의가 공정위 안대로 개정될 경우 상당 수 업체들이 다단계판매로 포섭돼야하는 방문판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어원경 한국직접판매협회 전무는 “미등록 다단계 영업을 하는 업체를 잡기 위해 큰 피해사례 없이 운영되고 있는 다른 방문판매 업체들에게도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방문판매 업계의 바람은 단지 현행법에 따라 지금처럼 영업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방문판매 업계에서 가장 바라는 상황은 현행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방문판매 업계에서 또 다른 법안을 대체 입법해서 방판법 개정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방문판매 업계에서 대체 입법을 추진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며“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회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8대 국회의 회기는 2012년 5월까지다. 시간상으로는 약 2년 정도 남았다. 그러나 2012년은 회기 만료 전에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같은 해에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되어 있는 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선거정국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내로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끝내 법 개정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가 야심차게 발표한 종합대책이 결국 전시행정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현재 다단계판매 시장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미등록 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다. 또한 공정위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판법개정은 종합대책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방판법 개정 작업을 하반기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안 처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그와 같이 밝히고 법안 처리는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결국 가능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발표하고 보는 무책임한 자세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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