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점포수 400대 무너져…‘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로 군림해오던 대형마트가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겪으며 온라인 유통의 강세속에서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의 강세는 대형마트의 설자리를 더욱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업계는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쇄신을 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대형마트가 흥망성쇠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대형마트가 설 자리를 잃으며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과 편의점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대형마트 3사는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온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32.4%에서 올해 49.8%%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으로 높아졌다. 반면 대형마트의 비중은 201427.8에서 13.3%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 여기에는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하는 편의점의 강세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은 16.6%, 백화점은 17.6%로 모두 대형마트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점포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0년 흥망성쇠의 단초 유통산업발전법

국내의 첫 대형마트는 30년 전인 1993년에 오픈한 이마트 창동점이다. 이후 1996년 유통 서비스 시장 개방과 함께 까르푸가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미국 코스트코 역시 이전 1993년에 우리나라 사업 허가를 받은 후 1998년에 첫 매장을 열었다. 월마트 또한 19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장 개방 초기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섰다.

대형마트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1997년에 탄생한 유통산업발전이다. 당시 지자체 허가제로 관리하던 대형마트 점포 개설 조건을 유통산업발전법은 등록제로 바꿨다.

이를 시발점으로 더 자유롭게 출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국내 유통기업들은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2000년 총 160개까지 점포수를 늘렸다. 국내 대형마트는 2003261개에서 2010437개까지 늘어났다. 그사이 국내 유통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월마트와 까르푸는 국내 사업을 접었다. 이처럼 토종 대형마트가 급성장하자 이마트와 롯데그룹, 홈플러스는 각각 청사진을 내놓으면 장미빛 미래를 예고했다.

골목상권과 이해충돌, 둔화세에 접어들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대형마트의 압도적인 상품구색과 가격, 편의성 등에 밀린 전통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20061610개였던 전통시장은 20101517개까지 100개 가까이 줄었다.

국내 유통산업선진화를 위해 대형마트를 장려했던 법이 점차 대형마트 규제의 성격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결국 2012년 대형마트 신규 출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개정되면서 대형마트의 전성기는 막을 내리게 되는 반전이 이루어졌다.

대형마트의 활성화 정책에서 규제 정책으로 성격이 바뀐 유통산업발전법의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서서히 꺾여왔다. 이에 유통기업들은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이어진 규제강화 정책으로 성장 둔화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점포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3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결과다. 점점 악화하는 실적에 유통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아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데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매출 증감률에서도 부진했다. 편의점과 온라인 매출이 각각 9.5%, 7.2% 증가할 때 대형마트는 겨우 1.0% 성장했다. 유통채널 업태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마트 또한 할인점 사업부의 지난 2분기 매출은 28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29002억 원)보다 줄고, 영업손실 규모는 369억 원에서 199억 원으로 커졌다. 롯데마트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매출이 14410억 원에서 14220억 원으로 감소했다. 손실 규모를 7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인 게 선방이라면 선방이다

10년만에 점포수 앞자리가 바뀌다

부산 홈플러스 해운대점은 지난달 23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폐점했다. 홈플러스 해운대점은 이랜드 홈에버를 거쳐 홈플러스 매출 상위 지점으로 자리 잡은 뒤 2019년 창고형 할인매장을 내세우며 스페셜 점포로 재단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폐점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점포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탄생 30년째가 되는 올해 10년만에 대형마트 점포 수 400개가 무너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창고형 매장을 포함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 수는 396개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400개 미만으로 줄었다. 업체별로 각각 154, 131, 111개였다. 2019424개까지 늘었다가 이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대형마트 매출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8.4%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2015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경기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 등 주요 지역 점포를 잇달아 매각했다. 올해도 해운대점에 앞서 부산 연산점을 폐점했다. 가장 최근의 신규 출점은 2016년 경기 파주운정점으로 7년 전이다.

이마트 역시 올해에만 서울 성수점·이수점, 경기 광명점이 문을 닫았다. 롯데마트는 2020년 저수익 점포 12개를 닫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뒤에도 2021년 경기 구리점, 올해 인천터미널점의 영업을 끝냈다. 롯데마트의 가장 최근 신규 출점은 경기 롯데몰수지점으로 2019년이다.

선택과 집중’, ‘미래형 매장으로 변신

대형마트들은 저수익 점포뿐 아니라 주요 도심과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의 알짜 점포까지 포기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생존 전략으로 출점과 확장보다는 기존 점포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얼굴로 고객을 유인하는 선택과 집중 정책을 펴고 있다. 각자의 주특기를 내세운 미래형점포를 선보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타 유통과는 차별화된 대형마트만의 생존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편의성빠른 배송을 무기로 내세우는 온라인, ‘근거리쇼핑에 최적화한 편의점과 다른 대형마트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점포수 구조조정 등 효율화 작업을 끝마친 대형마트 업계는 최근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체 점포 중 22개를 신선식품 비중을 높인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는데, 회사 관계자는 리뉴얼 점포의 매출과 객수가 전년 대비 약 20%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미래형 대형마트 모델로 내세운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에 빅데이터를 적용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1호점을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처음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타 매장도 신선식품을 강조한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 서울 강동점을 포함해 올해 안에 20개 점포를 새롭게 선보였다.

대대적 리뉴얼, ‘먹거리+쇼핑공간으로

이마트는 가양점과 성수점을 새로운 콘셉트 매장으로 개발 후 개발이 끝나면 재입점할 계획이다. 주차 공간이 좁고, 주택가가 가까운 서울 이문점·이수점, 광명점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로 바꿨다. 또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그로서리(식료품) 영역과 체험 공간을 개선한 몰 타입 매장 더타운몰36개 매장을 리뉴얼했다. 10개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7월 새롭게 문을 연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개장 이후 매출이 지난해 대비 약 10% 증가했다. 특히 미래 소비 주체인 1030대 젊은 고객 비중이 기존 26.8%에서 31.7%까지 높아졌다. 앞서 리뉴얼한 연수점은 리뉴얼 개장한 330일부터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8%, 고객수도 23%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와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게 미래형 이마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통합해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No.1 Grocery Market)’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의 먹거리와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서울 잠실점에 이어 서울역점을 미래형 점포 브랜드인 제타플렉스로 바꿔 변신을 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리뉴얼한 이 점포는 한 달 동안 방문 고객 수가 40% 늘었다. 외국인 고객 매출도 전년의 두 배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그로서리를 강화하는 이유는 그로서리가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라며 전통 유통의 매입력, 바이어들의 업력을 베이스로 고객에게 최상 품질, 다양한 품종, 종류의 그로서리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온라인에서 내세우는 저렴한 가격 이상의 가치들을 오프라인 그로서리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형 점포로의 변신 전 매장으로 확대

대형마트는 남은 하반기에도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효율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를 특화하는 매장 리뉴얼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형마트 업계의 행보는 과거 출점 경쟁을 벌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통상 대형마트의 경우, 상권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주거 단지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입점하는데 속도를 내 왔다. 모객을 위해서는 외형 성장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오프라인 상권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이처럼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남은 점포에 대해서는 리뉴얼에 나서는 등 모객에 집중하고 있다. 인근 거주지의 인구·소비 특성에 맞게 점포 내부 구조를 혁신해 고객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미래형 매장으로의 변신이 전 매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는 최근 체험형 콘텐츠 확대 등 오프라인 매장 만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고객이 방문하고 싶고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변화하고 있다철저한 고객, 상권 분석을 기반으로 기존점을 리뉴얼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매출 상승 효과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점포 리뉴얼 전략에 더해 배송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저마다 2의 쿠팡이 아닌 마트로서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