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등 영향…중고거래 대중화도 한몫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황형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 등의 경제상황에 맞물려 중고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이커머스 등을 통한 중고거래의 대중화도 시장을 주목받게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유통업계들도 중고시장을 주목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백화점, 이커머스, 홈쇼핑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앞다퉈 중고·리퍼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4조원에서 202124조원까지 6배 불어났다. 올해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연간 두자릿수 수준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전문 이커머스 등을 통해 시장을 키워 온 중고 거래가 대중화되자 중고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등 시각 자체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35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소비자 5명 중 3명 꼴로 최근 1년 사이 온라인 중고거래 이력이 있었다. 이 중 판매·구매를 모두 경험한 응답자는 약 31%에 달했다. 판매 사유로는 불필요한 물품 정리가 많았다. 구매 사유로는 저렴한 가격’, ‘신상품 구매 부담이 등이 꼽혔다.

오프라인으로 확대백화점·아울렛에 전문매장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오프라인까지 중고시장에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호하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중고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신세계 파주프리미엄아울렛에 개장한 중고제품 전문매장인 리씽크는 주말 방문객 이 최대 1000명 수준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리씽크에서는 작게는 10%대에서 많게는 90%대까지 할인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에는 지난 5월 국내 최대 중고명품숍 구구스가 입점했다. 구구스는 전국에 29개 직영매장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담 명품거리에 110평 규모로 새로운 매장을 열기도 했다.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에도 지난달 리빙 리세일 플랫폼인 풀티가 단독 입점했다. 풀티는 중고 가구를 매입한 뒤 검수와 세탁을 거쳐 재판매하는 업체다. 지난 5월 더현대서울에서 풀티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에는 지난해 2월 중고명품 자판기 파라바라의 엑스클로젯이 생겼다. 구매와 판매를 자판기를 통해 무인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신촌 유플렉스 한 개층 전체에 중고제품 전문관인 세컨드 부티크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세컨드 부티크는 작년 9월 문을 연 이후 평일 300여명, 주말 700여명의 일 평균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 20·30대가 85%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도 더현대 서울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랩을 개장하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MZ세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에 거부감이 없으며 활발한 중고거래를 통해 재미를 느낀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백화점과 아울렛 업계 등에서 중고매장을 도입하는 것이라면서 주 소비계층의 연령대가 많이 내려온 만큼 MZ의 트렌드를 반영한 고급스런 매장들로 중고제품의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홈쇼핑·이커머스도 중고시장주목

중고 수요가 커지자 패션업계에서도 일제히 중고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패션 사업 특성상 중고거래를 통한 여러 이점과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이. 패션스토어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는 이달초부터 스니커즈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솔드아웃 중고는 이전에는 새상품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용자들이 보유한 중고 거래까지 서비스 영역을 늘린 상태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자사 브랜드 중고 거래 서비스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최근 남성복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입점시키며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코오롱FnC가 자사 브랜드 제품에 대한 중고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구축한 플랫폼이다. 중고마켓 솔루션 릴레이의 운영사 마들렌 메모리와 협력을 통해 지난해 7월 정식 출범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리퍼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눈치다. 리퍼는 반품되거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흠집이 있는 상품을 특가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쿠팡은 지난 3월부터 반품마켓을 개시하고 있다. 포장, 외장, 구성품 상태와 작동 테스트 등 까다로운 검수를 통해 미개봉, 최상, , 중 등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해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서비스 론칭 3개월 만에 고객수가 35%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4월 리퍼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가전, 리빙, 건강, 취미·레저, 도서 등 6개 카테고리로 앞세워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부합하도록 했다. 특히 꼼꼼한 품질 검수, 애프터서비스(AS) 지원 등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티몬도 리퍼상품 전문관 리퍼임박마켓을 통해 가전·디지털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을 앞둔 가공·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330여종에 이르는 상품들을 추려 실속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도 리퍼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7월 리퍼 전문 라이브커머스 줍줍하쇼라를 열었다. 해당 라방은 리퍼브 제품을 최대 70% 할인가에 내놓는 방식이 특징이다. 1회 방송에선 중고가구 직거래 플랫폼 오구가구와 손잡고 리퍼브 가구를 선보였다. 현대홈쇼핑은 리퍼 상품 인기 상승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로 중고 거래가 기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산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중고거래 특성상 상품 상태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중고매장이 온라인 중고매장보다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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