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월 현금 지출액 13만원 줄어

현금이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을 주요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면서 현금 지출 규모는 물론이고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다만 비상시 등을 대비한 예비용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와 기업의 비중은 늘었다.

현금이 사라진 대한민국은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2018(64만원)에 비해 13만원(25.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비현금지급수단 이용 확대 등으로 현금 사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계가 상품 및 서비스 구입 등을 위해 지출한 현금의 규모가 감소하고 지급수단 가운데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또 기업의 경우에도 원재료 구입 등을 위한 현금지출 규모가 감소했고, 현금지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기업의 최근 1년간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912만원이었다. 2018년의 2,906만원에 비해서 큰 폭으로 감소(1,990만원, 68.5%)했다.

지급수단별 지출액을 보면 현금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에 불과한 반면 계좌이체는 상승세를 보이며 가장 큰 비중(86.0%)을 차지했다.

반면 가계나 기업 모두 예비용 현금 비중은 늘었다. 가계의 거래용 현금보유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예비용 현금은 보유 가구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조사대상 가구주의 대부분(97.0%)이 거래용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평균 현금보유액은 82000원으로 2018(78000)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래용 현금은 일상적인 거래를 위해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소지하고 있는 현금이다.

현금보유액별로 보면 거래용 현금으로 5만원 이상을 보유한 응답자의 비중이 2018(49.3%) 대비 11.0%포인트 상승하며 과반(60.3%)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354000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보유가구 비중은 31.4%2018(23.3%) 대비 8.1%포인트 상승했다.

예비용 현금은 현재 소지한 돈 이외에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말한다. 현금보유액별로 보면 30만원 미만의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17.7%)이 큰 폭(9.1%p) 상승했다.

기업 역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일상 운영자금과 함께 비상시에 대비한 현금보유를 확대했다.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470만원으로 2018(222만원)에 비해 대폭(248만원, 111.4%) 증가했다. 운영자금용 현금(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을 위해 보유하는 현금) 보유액이 360만원으로 2018(153만원)에 비해 207만원(135.6%) 증가했고 예비용 현금(110만원)41만원(58.3%) 늘었다. 예비용 현금은 기업이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적 목적으로 보유하는 현금이다.

매출액별로는 모든 구간에서 현금보유액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매출액 100억원 이상 구간에 속한 기업들의 현금보유액(1,521만원)이 크게 증가(1,116만원, 275.7%)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월 지출액 64만원51만원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11만원), 운수업(109만원)2018년보다 평균 현금보유액이 감소한 반면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927만원), 도소매업(888만원), 제조업(342만원)은 크게 증가했다.

현금은 5만원권과 만원권 위주로 보유 및 사용되고 있었다. 주화는 퇴장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보유한 은행권은 5만원권과 1만원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거래용 현금의 권종별 구성비(금액기준)5만원권과 1만원권이 각각 48.1% 41.9%를 차지했다. 반면 저액면 은행권(5000원권, 1000원권)의 비중은 9.8%에 불과했다. 예비용 현금의 경우에는 5만원권이 65.9%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현금지출 용도별로 주요 사용권종을 보면 재화 및 서비스 구입, 사적이전지출, 종교기부금·친목회비의 경우 1만원권을, 경조금은 5만원권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지출 용도별 사용 권종 비중을 구체적으로 보면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화 중 일상거래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주화의 비중(금액기준)76.9%에 달했다.

방치된 주화의 금액은 9,564원이었다. 일상거래를 위한 주화(2,877)3.3배 수준이었다. 방치주화의 비중을 화종별로 보면, 액면이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50원화와 10원화의 경우 각각 89.6%, 89.7%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방치된 10원화의 장수가 48.5장으로 전체 방치주화 장수의 절반 수준(44.6%)을 차지했다. 전통시장,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 현금거래가 높은 업종을 의미하는 현금전문취급업체의 경우에도 거스름돈 등으로 주화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주화 보유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화종의 보유액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가운데 특히 10원화 보유액이 다른 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매장 등 일부 사업장에서 현금결제 거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상점 및 음식점 등에서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전체 가구의 6.9%였다. 2018(0.5%)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다.

현금결제 거부 경험자의 64.2%가 카페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경험했다. 이외에 자영업 사업장(13.7%), 기업형 슈퍼마켓(5.4%) 등에서도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프랜차이즈 매장 이용이 많은 20(12.6%)가 현금결제 거부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70대 이상 고령층(2.3%)의 경우에도 이전에 없었던 현금결제 거부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현금지급수단 이용이 많은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금거래시 거래내역의 회계처리 누락 위험, 현금의 분실·도난 위험, 보관·입출금 등 관리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현금결제를 줄이는 측면에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927일에서 1130일까지 가구 및 사업체를 방문해 설문지를 활용한 면접방식으로 이뤄졌다. 가계의 경우 전국 가구의 가구주 1,500명과 기업은 종사자수 5인 이상의 기업체 505, 현금전문취급업체 450개를 대상으로 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