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만 전국 꿀벌 78억 마리 사라져

지난 520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벌꿀의 날이였다. UN은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념일로 지정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꿀벌 사라지면 식량난 올 수 있어

꿀벌은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 데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버드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팀은 꿀벌이 없어지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량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15년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 5770억 달러(730조원)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UN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야생벌의 약40%가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오는 2035년에는 꿀벌이 영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꿀벌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간이 사용한 살충제의 남용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꿀벌의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꿀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EU)20184월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은 꿀벌과 야생화 서식 지역을 연결하는 꿀벌 친화적 통로 ‘B-라인을 조성했다.

꿀벌 보호 위한 보고서 발간

지난 5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벌집군집붕괴현상(CCD),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양봉 농가의 벌통 약 227만개 가운데 39만여 개(17.2%)의 벌통이 피해를 봤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벌통에는 여왕벌, 수벌, 일벌 등 2만여 마리의 벌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1분기 기준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무리를 짓는 꿀벌이 이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벌집군집붕괴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매년 유럽에서 30%, 남아프리카에서 29%, 중국에서 13%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농림축산검역본부·한국양봉협회·지방자치단체는 합동 조사를 거쳐 올해 들어 발생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해충과 인간이 사용한 과도한 살충제 사용, 꿀벌을 자신의 번식을 위해 해치는 말벌 등의 피해 그리고 이상기후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을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꿀벌 실종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양봉 연구회 관계자에 따르면 꿀벌이 군집 단위로 사라지면 시체가 남지 않아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유명기업도 꿀벌 키운다

포르쉐는 독일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 내 132부지에서 300만여 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한해 꿀 400정도를 생산해 라이프치히 고객 센터 매장에서 판매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소재 대모산에 꿀벌 정원을 조성했다. 롤스로이스 역시 2017년부터 영국 웨스트서식스주 굿우드에 약 25만 마리의 영국 꿀벌이 서식하는 양봉장을 만들었다. 롤스로이스는 자사 라인업인 팬텀’ ‘레이스등의 이름을 붙인 6개의 벌통에서 수확한 꿀을 아틀리에 스위트나 본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제공한다. 벤틀리도 영국 본사 공장에서 약 30만 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이 20'UN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Solar Beehive)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꿀벌의 생육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개체 수를 늘리고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가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솔라비하이브에는 약 4만 마리 꿀벌들이 살며 교내 실습용 과일나무와 주변 지역 식물의 수분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 꿀벌들의 생육 및 활동 데이터는 꿀벌 개체 수 관련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며 한화는 이를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부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비즈니즈'(Bees Needs) 도시양봉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민 참여 위한 행사도 진행

국민 참여와 의식변화를 위한 사회공헌 행사도 이뤄지고 있다. 클라랑스코리아는 대학생 서포터즈 그룹과 임직원들이 걸그룹 오마이걸의 아린과 함께 꿀벌 서식지 복원을 위한 1459그루의 나무심기 활동을 펼쳤다.

KB금융그룹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의 생태계 회복에 앞장서기 위해 'K-Bee' 프로젝트을 추진한다. 'K-Bee' 프로젝트는 ESG 선도기업 KB금융이 꿀벌을 살리기 위해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주요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국민과 함께 나누며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다.

KB금융 관계자는 "과거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며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 "꿀벌 수분 매개의 경제적 가치 등 꿀벌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국민들의 실천을 모으는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K-Bee’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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