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제 친구 은 최근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의 가상화폐 계정에 200비트코인이 이체된 것을 확인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자신의 2개의 다른 계정으로 옮긴 뒤 그 중 일부를 환전해 생활비와 유흥비, 대출금 변제, 가상화폐 매매대금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은 이렇게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건가요?

A지난 호에서는 자신의 예금계좌에 다른 사람이 돈을 잘못 송금·이체한 경우 그 사람을 위해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사용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경우에도 결론이 같을까요?

본 사례와 동일한 사안에서 하급심 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 재물에 해당해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횡령죄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 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횡령죄와 배임죄 모두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돈을 잘못 송금·이체받은 경우와 가상자산을 원인없이 이체받은 경우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배임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가상자산의 경우 배임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배임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누가 가상자산을 이체하였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양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원인불명으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하였습니다.

본 사례에서도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은 비트코인을 임의로 사용하고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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