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배송 주목 받자 물류업계까지 온라인 장보기 가세

유통가에서 신선식품 배송이 주목받으면서 물류업계까지 가세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온라인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기존의 신선식품 배송에 공을 들이고 있던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서 물류업체들까지 이른바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식품이나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됐다. 간편 식품이나 생필품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폭 늘어났다.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거래액 증가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8%(2조2726억원) 증가한 15조7690억원이었다. 8월 기준으로는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온라인 장보기의 연령별 형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자료를 보면 20대의 온라인 장보기가 75%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 59%, 40대 47%, 60대 이상 41% 등의 순이었다. 격차는 아직 남아 있지만 온라인 장보기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2년차를 지나면서 먹거리, 생필품 등 각종 장보기 상품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쇼핑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에서도 신선식품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은 약 4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52.4% 커진 규모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거래액은 총 37조208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팬데믹 이후에도 이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급증하는 온라인 식품 구매

신선식품의 온라인 구매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물류업체들까지 시장 접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을 두고 물류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물류업체들은 이제 운송할 때 ‘어떻게 적정 온도를 유지할 것인지’를 고심 중이다. 이전까지 유통업체들의 요구 사항이었던 대규모 보관과 적기 운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움직임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식품시장이 커진데 따른 물류업계의 변화이다.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컸던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신선식품의 핵심은 목적지까지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류업체들은 대부분 콜드체인을 도입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콜드체인은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자까지 배송되는 동안 일정한 저온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활동과 장비로 정의된다. 콜드체인은 고원가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냉장창고, 냉장차량 등 투자비와 에너지 비용이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 운송과 물류센터 임대료의 높은 원가부담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의미다.

신선식품 배송 물량은 이미 유통사가 감당할 규모를 넘어섰다는 게 업계 전반의 진단이다. 전통적으로 산업 물류 운송을 담당했던 기존 물류업체들은 이 시장의 성장성을 감지하고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배송에 뛰어 들고 있는 배경이다.

물류업체들은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회사의 물류센터에 ‘콜드체인’ 센터를 구축하고, 배송 차량에도 콜드체인 시스템을 접목 중이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용인의 물류센터에 콜드체인 풀필먼트를 마련했다. 네이버와 함께 준비한 이 물류센터는 약 5800평 규모로 하반기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은 미리 식품 재고를 두고 주문과 동시에 배송하도록 설계됐다. 신선함과 속도까지를 다 잡은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신선식품 배송 강자인 마켓컬리 새벽배송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센터에 콜드체인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냉장·냉동창고를 운영하며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배송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콜드체인 전기화물차를 활용 중이다.

현대글로벌로지스도 배송을 통해 콜드체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운행대수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가 직접 물류업체 콜드체인에 투자하는 경우도 생겼다. GS리테일은 최근 물류 스타트업인 팀프레시에 전략적 투자자로 20억원을 투입했다. 팀프레시는 새벽배송대행, 냉장화물차량주선, 풀필먼트대행, 식자재유통 등 종합 콜드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을 일찌감치 도입했던 주요 유통업체들은 배송 제품의 신선도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배송 중인 상품을 면밀히 살피는 방식을 적용했다. 마켓컬리 패키징 연구개발센터에선 고객 집 앞까지 머무는 시간과 온도 상태를 고려해 매주 예측 온도를 기반으로 냉매 수량 및 포장 방법을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외 온도와 기상청 예측 온도 차이를 분석하는 한편,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배송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마켓컬리 측은 “어떤 날씨라도 고객이 주문한 배송 식품에 품질 변화가 없게끔,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최첨단 온라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전국 110여 곳의 ‘이마트 PP센터’에서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있다. 네오와 PP센터에도 신선도 유지를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이다.

네오의 경우 신선식품·냉장·냉동 상품이 센터에 입고될 때부터 재고보관·포장, 그리고 콜드체인 차량으로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걸쳐 상온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입고부터 고객 집 앞까지 배송 과정에서 영상 10℃ 이하로 제품 온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상품의 입출고가 이뤄지는 작업공간은 계절과 관계없이 365일 영상 10℃ 이하로, 신선식품이 보관된 곳은 8℃ 이하로 온도를 유지 중이다.

새벽배송 상품을 배달할 경우 스티로폼 박스나 종이박스 대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알비백(I'll be bag)’ 가방을 사용 중이다. 이 가방은 최대 9시간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SSG닷컴 측은 “고객들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을 두고 경쟁력을 키우려는 유통업체와 배송 속도와 규모로 맞붙으려는 물류업체 사이의 각축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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