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기보다 브랜드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성향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소비자들을 된장녀니 하며 비난하기도 한다. 속은 된장 같은 한국 여성인데 겉은 고급 명품이나 외국 문화를 쫓는 사치성 소비를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러한 소비 경향을 비웃으며 ‘명품 감별법’ 같은 우스갯소리도 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머리 위로 백을 올리고 천천히 걸어가면 짝퉁, 품에 안고 달려가면 진품이란다.
끼니를 굶고 월급을 몽땅 털어서라도 명품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명품을 사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높여줄 새로운 증명서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 내 동료 그룹의 이미지를 명품으로 표현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증명서를 사는데 쓰는 돈이 아까워 유사한 것으로라도 해결하려 할 때 짝퉁 소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명품을 사는 행위는 사회적 욕구의 추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브랜드의 위력으로 메우려는 마음의 작용이다. 자기 신뢰가 낮은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존중 받고 싶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명품선호인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흔히 사회적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명품 지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소리 높여 말한다.
그렇다고 곧 바로 명품 선호는 나쁜 것이라고 결론을 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떳떳하게 자존감을 돈으로 메우려 한다는 현실이다. 나아가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가 선망하는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많은 나라인 것도 틀림없다. 겉으론 명품지향을 비난하면서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많은 나라가 되자고 외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브랜드가치를 평가해서 발표하는 외국자료들을 보면 보통 명품 브랜드 회사들은 기업가치의 2/3 이상이 브랜드의 가치라고 한다. 회사의 유형자산이나 기술, 유통망과 같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는 기업과 상품에 대한 이미지, 소위 브랜드가치가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명품뿐 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시고 먹는 코카콜라나 맥도널드와 같은 상품의 경우에도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브랜드의 가치가 전체 기업가치의 1/2 쯤을 차지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세기업에서 출발해 반세기도 안 돼 세계 최고기업이 된 애플의 경우에도 PC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IT기술을 소비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 올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어 놓은 시대를 앞서 가는 스마트한 기업의 이미지에 있다. 세계 최고기업 애플의 기업가치의 20% 이상, 약 150조원은 기업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선망과 함께 비난의 대상인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4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삼성의 기업가치의 1/4 가까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간혹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삼성 스마트폰과 같은 성능의 상품을 중소기업이 만들어 판매할 때, 얼마를 지불하고 살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면 보통 삼성 스마트폰보다 30% 쯤은 싸야 구매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의 브랜드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가격경쟁력에서 1/3 이상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한편으론 브랜드가치가 취약한데서 출발한다. 중소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중소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기가 어렵고 대기업에 의존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브랜드 지향적 소비행태를 바꾸라고 외치면서 시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거니와 소비자들의 브랜드 지향을 꼭 나쁜 것으로 비난할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브랜드 지향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해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의도이기도 하고 실제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브랜드가치의 훼손을 염려해 함부로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다. 나아가 좋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없었다면 일류기업의 탄생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브랜드 지향을 비난하기보다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 중소기업 상품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유통기업들은 단지 제조사가 공급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서 소비자가 신뢰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과 같이 소비자의 신뢰와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한 시장에서 네트워크나 직접판매 업계의 브랜드 제작소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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