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신월동에는 천형(天刑)이 있습니다. 자기 잘못 하나 없이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고통은 국민이 당하고 국가는 나몰라라 물러나 앉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40년 전, 김포공항 활주로 바로 옆, 비행기가 바퀴를 다 내리고 날개마저 접으려 하는 그 바로 아래에 신월동이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도 광주 대단지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지자 정부가 도시빈민들을 지금의 신월동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입니다.

바로 앞 사람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에 고도제한으로 도시 재개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동네입니다. 아닌 말로 근본적인 대책은 김포공항을 옮기는 수 밖에 없지만 그게 어디 될 일입니까?
정부는 항공기소음피해 보상금이라는 것으로 주민들 고통을 달래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신월동의 또 다른 천형(天刑)이 숨어 있었습니다. 소음지역 면적에 따른 보상금 배분! 가히 탁상행정과 지역별 나눠먹기의 결정판이라 할 만합니다. 2015년 소음피해보상 예산은 약 500억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김포공항 피해지역에 배정된 금액은 60억 원에 불과합니다. 지방공항 어딜 가봐도 심지어 인천공항 옆을 지나가 봐도 신월동에 비하면 산중 암자의 적막이 흐를 뿐입니다.

소음피해의 대부분을 감내하고 있는 양천 지역은 김포공항 배정 예산의 또 절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면적이 배분기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음은 멀어질수록 부챗살처럼 퍼져나가므로 인근 구로구같은 경우 소음이 닿는 면적이 양천구보다 넓습니다. 물론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 정도인데도 말입니다. 구로구건 강서구건 어딘들 신월동에 비하겠습니까?

양식(良識) 없는 정부 정책으로 유휴부지 한 조각 없이 신월동이 세워졌고 상식 밖의 예산 배분으로 주민들 분통만 터집니다. 이런 코미디같은 행정을 고치려 합니다.

면적이 아니라 소음의 강도와 피해인구 수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소음의 강도와 피해인구 수에는 충분한 가중치도 부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양천에는 김포공항에 배정된 예산이 아니라 총 예산의 절반 이상을 배정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소음피해예산 배분기준 변경에 긍정적입니다. 나아가 소음대책 사업을 확대해서 공영방송 수신료 지원, 전기료 지원, 자동소음측정망 설치 등을 하자는 데도 동의했습니다.

소음피해 예산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양천구청이 소음피해 예산을 무슨 공돈으로 생각한다거나, 구청 예산 부족한 데 메워 넣는 용도로 쓴다거나 하면 우리 주민들이 가만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에 편성된 소음피해 예산은 물론이고 앞으로 늘어나게 될 예산이 소음피해로 고통 받는 신월동 주민들을 위해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물론이고 지역예산을 심의하고 집행을 감시하는 구의회의 책무 또한 무척 막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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