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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손해 보는 ‘치킨게임’
  •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2.12.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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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용어의 문자적(文字的) 의미는 ‘겁쟁이 게임’이다. 이것은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었다. 이 게임은 한 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은 치킨(chicken), 즉 겁쟁이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승자는 히어로우(hero), 즉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둘 다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이 치킨 게임이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멸로 끝나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을 말한다. 한마디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즉 어느 한쪽이 겁쟁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너 죽고 나 죽자’ 게임이 되고 만다.

이러한 치킨게임은 1955년 제임스 딘(James Dean)과 나탈리 우드(Natalie Wood)가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Cause)’에 잘 나타나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번영을 누리던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사회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떠도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던 짐(제임스 딘)은 술을 마시고 잡혀 들어간 경찰서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디(나탈리 우드)와 플라토(살 미네오)를 만난다. 주디를 좋아하게 된 짐이 그녀에게 접근하자 이미 그녀와 사귀고 있던 버즈가 짐에게 시비를 걸며 절벽에서 자동차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이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가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게 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버즈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이것은 1950년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치킨 게임의 한 형태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치킨 게임
국제관계에서 전형적인 치킨게임의 사례로 인용되는 것이 냉전시대 미·소간의 군비경쟁이다. 양보 없는 군비경쟁의 결과 소련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체돼 버렸고, 미국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과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신흥공업국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작아져버렸다.

냉전시대 남북한의 군비경쟁도 치킨게임의 좋은 예이다. 결국 잘못된 전략을 택했던 북한경제는 무너져 버렸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에 따라 거대한 재래식 군사력도 유지할 만한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북한은 핵무장에 집착하게 됐는데,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한 및 미·북 관계도 치킨게임이다.

서로 조금의 양보나 타협도 없이 극단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측 모두 매-매 게임(hawk-hawk game)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남북한의 통일전략도 치킨 게임이다. 서로 상대방이 양보하기를 원하고, 자신은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의 집권세력을 비난하면서 상대방의 집권자를 타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리비아 사태를 들 수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다 패가망신한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그렇게 무지한 인간도 찾기 힘들 것이다. 40여년 동안 무소불위의 철권통치를 하다 보니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잊어버린 바보 중의 바보이다. 이런 리더가 있는 국가나 조직은 불행하다.

양보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치킨 게임은 우리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종의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All or Nothing Game)’이다. 정파(政派) 간에, 같은 정파 내에서도 계보나 파벌 간에, 이념과 뜻을 달리하는 단체 간에, 그리고 노사 간에 일체의 대화나 타협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행태가 바로 치킨게임이다.

서로 상대방의 항복만을 요구하면서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하다가 모두 손해만 보는 것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와 시장직 사퇴가 하나의 전형적인 예이다. 또 장기간의 노사분규로 회사와 노동자 모두가 타격을 입는 행태도 치킨게임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이 있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로, 어느 날 햇볕을 쬐기 위해 물가에 나온 대합조개를 도요새가 잡아먹으려고 부리로 살을 콕 찍었다. 깜짝 놀란 대합조개는 껍질을 오므려 도요새의 부리를 꼭 물어버렸다.

이에 도요새가 대합조개에게 “오늘도 내일도 비가 안 오면 조개 너는 죽는다”라고 말하자, 대합조개는 도요새에게 “오늘도 내일도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도요새 너는 죽는다”라고 말하면서 서로 놓아주려고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이때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어부가 둘 다 산채로 잡아가버렸다.

이와 같이 어부지리라는 말은 둘이 양보 없이 맞붙어 싸우다가 엉뚱하게 제3자만 덕을 보고, 싸운 자들은 패가망신한다는 뜻이다. 바로 대합조개와 도요새의 싸움이 치킨게임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에서는 체면과 명분을 중시했고, 유교의 영향으로 아직도 권위주의적 잔재가 강하게 남아 있어 대화와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각 분야에서 치킨게임이 시끄럽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타협과 양보보다는 자신의 고집만 피우다가 조직 전체가 지리멸렬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치킨게임을 지양하고 양보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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