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업계의 제도적 공백 상태를 없애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됐다.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방판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통과한 방판법 개정안은 아직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심사소위의 통과는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대체로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 일정의 이례적인변화가 없다면 이번 18대 국회에서 법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방문판매업체의 이익을 대변한 일부 언론으로부터 공정위가‘전관들의 낙하산용 일자리 만들기 아니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굴하지 않고 추진한 결과여서 공정위의 노력을 칭찬할 만하다.

공정위가 방판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단계판매를 엄격히 규제하다 보니 풍선효과로, 신고만하면 되는 방문판매가 유사 다단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른바 신방판은 판매업 신고만 할 뿐 현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이 개정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방문판매업체들의 규제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심사소위를 통과한 방판법 개정안은 옴니트리션 규정에 부합한 방문판매 업체들을 규제할 수 없도록 원안에서 변경된 것이어서 한계를 스스로 노출했다. 애초 공정위는 방판법 개정안이 법제화되면“2000여개의 주요 방문판매업체는 순수방판 또는 후원방판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봤지만 대형 방문판매업체들은 옴니트리션 규정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방판법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절반의 성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방문판매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처음부터 공정위가 소비자보호라는 명목으로 업체들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해 권력을 가지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공정위가 개정안에 신설되는 후원방문판매 공제조합에 대해 설립인가권, 공제사업과 자산운영에 대한 인가권, 회계조사나 장부 또는 그 밖의 서류를 조사할 권한, 임직원에 대한 징계 해임 요구권을 갖는 등 공제조합 전반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결국 대형 방문판매업체들은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공제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졌다. 법사위 심사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옴니트리션 규정에만 충족하면 소비자피해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규제가 지나치면 건전한 방문판매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심 끝에‘후원방문판매’라는 절충안을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무늬만 방문판매업체이고 사실상 다단계인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해 왔지만, 무늬만 방문판매인 업체들 중 상당수가 법망을 피해갈 수 있게 돼 법제정의 의미가 훼손됐다.

이에 대해 법사위 관계자는“건전한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줄이면서도 악덕 업체에 의한 국민 피해도 함께 방지할 수 있도록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공은 공정위로 넘어왔다. 이번 방판법 개정안이 법제화된 후 이를 실제 적용하는 것은 공정위의 몫이기 때문이다.

방문판매업체의 옴니트리션 규정 충족을 꼼꼼히 살펴봐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이용해 후원방문판매 업체로 분류되지 않으려고 하는 대형 방문판매업체들의‘꼼수’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결의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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