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이 조합사들의 반란으로 임기를 6개월여 남겨놓고 해임됐다. 공제조합이 설립된 이래 조합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조합사들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총회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 제 손으로 영입한 이사장에게‘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한 것이어서 이례적이고 한편으론 상징적인 사건이다. 조합사들이 이사장을 해임시킨 직접적인 이유는 김 이사장이 18개월 가량의 재임기간 동안 1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거나 받을 것이란 사실이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하는 일에 비해서 너무 많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해임’으로 표출한 셈이다. 이 같은 금액은 비교선상에 있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이사장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조합사들의 매출이 직접판매공제조합 조합사들의 그것에 비해 3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조합사들의 정서도 해임결정에 한 몫을 했다.

한 조합사 대표는“김 이사장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오전에 출근해서 오후에는 개인적인 강연이나 다니는데,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간다”라고 말하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보수가 적정수준 이상인 것도 문제지만,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을 이제는 그만 보고 싶었다는 의미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설립 기반은 조합사들의 출자금에 있다. 운영도 조합사들이 내는 공제금 등에 의해 이뤄진다. 한마디로 조합사들이 조합의 주인이다. 결국 이사장의 해임은 주인이 일하라고 사람을 뽑아 놓았는데, 일을 하지 않으니‘나가라’고 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을 놓고 보면 이번 김 이사장의 해임은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조합사들이 스스로를‘주인으로 재정립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2003년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업계 바깥에서 내놓은 주문과 업계 내부의 타협의 결과물로 설립됐다.

그리고 9년여의 시간동안 이번 김선옥 이사장을 포함해 4명의 이사장이 거쳐 갔다. 조합사들이 모여서 출자를 통해 만든 것이니 자연스럽게 첫 이사장은 조합사 중 한 곳의 대표가 맡았었다.

그러던 것이 공정위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이후에는 공정위 출신의 인사들이 연이어 이사장 자리를 도맡았다. 전임 이사장들이 공정위 출신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2대 이사장이기도 했던 조휘갑씨의 경우는 제이유사태로 대변되는 격변기에 원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조합의 존립기반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같은 노력들이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내공을 키웠다. 이사장이 업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조합사들이 언제든‘멈춰’라고 명령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조합사가 스스로‘우리가 조합의 주인’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미국 MIT의 더글러스 맥그리거 교수는“주인의식이 생기면 기적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맡은 일에 자발적인 열의를 갖고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주인으로 다시 선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사들의 새로운 출발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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