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시작됐다. 올해는 상조업계에게 있어 전에 없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상조업계에는 할부거래법 시행을 비롯해 대형 업체 대표 구속, 대기업 진출설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은 앞으로 진행될 변화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그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업계에 실질적으로 그로 인한 여파가 미치게 되는 것은 올해부터라고 봐야 한다. 할부거래법 시행 후에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던 등록제는 오는 3월 17일로 유예기간이 끝나게 되며, 올해도 검찰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등록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경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설’로만 떠돌던 여러 대기업의 상조 시장 진출설은 올해 들어 실제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각종 악재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상조업계는 해가 바뀌면서 마음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위기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3월 등록 유예 만료 시점 혼란일 듯

올해 상조업계에게 있을 가장 큰 사건으로는 등록 유예기간 만료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18일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상조업체들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이 의무화 됐다. 할부거래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등록제와 선수금 보전 제도 중 선수금 보전 제도가 우선 시행된 것으로, 등록제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3월 18일에 실시된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말 발표한 전체 업체 수 337개사 중 올 1월 10일까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을 완료한 업체는 313개사로, 단순 계산으로 봤을 때 약 93%에 이르는 체결률을 보였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률에 비해 등록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등록이 완료된 업체 수는 150개사로 313개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업체 중 절반에도 못 미친다. 3월 17일까지는 아직 2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어 등록 업체 수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조업계의 특성상 최종적으로 기간 내에 등록을 마치지 못하는 업체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홍웅식 한국상조공제조합 사무총장은 “등록 유예기간이 끝나면 일부 업체들의 이탈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규제로 인해 영세 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겠지만, 이를 통해 우량 업체와 부실 업체가 어느 정도 가려지면서 업계가 정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등록 유예기간 만료와 더불어 많은 영세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어느 정도 업계 정비 효과는 있겠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부실 업체 난립은 그 동안 상조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온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 대형 업체 대표들의 구속 사태로 상조업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심화되긴 했지만, 이전까지 소비자들의 상조 업계에 대한 불신은 영세 업체들의 폐업?잠적 우려에서 비롯됐다. 그 동안 실제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 피해가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경우도 많았고, 할부거래법 시행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도 이를 막는 데에 있었다. 만약 영세 업체들이 줄도산할 경우, 이들 업체에 가입된 회원들의 소비자 피해가 한꺼번에 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영세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의 상조 업계에게는 씻을 수 없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상조업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등록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몰려있어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정명근 상조보증공제조합 이사는 “업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영업 침체 분위기가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위기가 좋아지려면 오랜 기간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등록 유예기간 만료 시 발생하게 될 파장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이어 경찰 수사, 직권조사 예고

지난해 상조업계에게 있어 가장 큰 악재는 검찰 수사에 이은 대형 업체들 대표들의 구속 사태였다. 보람상조, 한라상조, 현대종합상조, 국민상조 등 4개사의 대표들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이러한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크게 심화됐다. 할부거래법 시행이 영업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면, 검찰 수사 및 업체 대표들의 구속 사태는 업계 신뢰도에 직접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2월 초 국민상조 대표가 구속 기소된 이후 아직까지 특정 업체 대표가 구속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업체가 언제 다시 대표가 구속되는 상황을 맞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업체들 중 한라상조를 제외한 3개사가 차맹기 부장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가 진행됐다. 보람상조는 차 검사가 부산지검에 있었던 지난해 초, 현대종합상조와 국민상조는 차 검사가 서울남부지검으로 발령 난 이후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차 검사는 국민상조 대표의 구속 기소 발표 이후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지금도 상조 업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그 동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던 부분들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사실상 검찰 수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업체의 대표들이 구속될 수도 있다.

등록제 시행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경찰 수사나 공정위 직권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는 등록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 위해 현재 정보를 모으고 있다”며 “미등록 업체와 등록 업체를 가리지 않고 수사할 계획이다. 아마도 횡령 등 비리와 관련해 주로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 유예 기간 만료에 따른 미등록 영업 행위 적발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수사가 이뤄질 계획인 것이다. 특히 수사 방향은 큰 맥락에서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 방향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경우 이미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업체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기 위해 가급적 강제 조치보다는 독려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현재까지 직권조사를 미뤄왔다. 공정위는 언제쯤이 될지는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조만간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등록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등록제 실시 이후로 직권조사 시기가 집힐 가능성도 높다. 만약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공정위의 직권조사 시기가 맞물릴 경우 업계로서는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진출 본격화 우려 

지난해 상조업계에서는 대기업 및 금융권의 상조 시장 진출설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중소기업 중심의 상조 업계에 대기업들이 연이어 진출할 경우 기존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이어 아직까지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실제 진출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상조업협동조합에서는 대기업의 상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대쪾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삼성 에스원, 농협, 신협 등 여러 기업들이 상조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지난해에 실질적으로 상조업을 시작한 대형 기업 그룹은 교원공제회의 출자금으로 설립된 The-k 라이프(예다함)가 유일했다. 지난해는 말 그대로 진출설만 무성한 한 해였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그 진출설들이 실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말 대명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에서 계열사로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하며 상조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얼마 전에는 교원그룹에서도 교원라이프를 설립, 상조 브랜드 ‘물망초’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또 삼성 에스원도 공식적으로는 상조업 진출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상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곧 진출할 것으로 보이며, 올 연초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상조 시장 진출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었던 농협과 신협도 현재 검토가 마무리 중인 단계로 올해 내에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및 금융권의 진출이 본격화된다면 현재 검찰 수사 등으로 이미지 및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업계로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홍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올 한 해 상조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대기업 진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들이 상조 시장에 진출할 경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영세 업체들이 많은 시장 특성상 산업 발전적 측면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대기업뿐만 아니라 보험 업계에서도 상조보험 출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상조 시장 전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보험 업계에서는 대부분 상조 업체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와 같은 추세에서 벗어나 현물지급형 상조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상조시장 관련 보험산업의 역할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현물지급형 상조보험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으며, 5000만원 한도로 예금자보호제도가 적용돼 기존 상조 업체들의 서비스에 비해 소비자 보호 장치가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조 시장이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강점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단은 상당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갖춘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다른 계열사와의 사업 제휴나 기존 사업 영역에서 얻은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통합단체 창립 무산되나 

이처럼 업계에게 있어 올해가 지난해보다도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 전체 차원에서 현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통합 단체가 만들어질 경우 업계 이미지 쇄신 작업이나 각종 악재에 대한 공동 대응,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 할부거래법에서는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의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해 사업자단체가 공정위에 등록하고, 필요한 경우 공정위 사무의 일부를 위탁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그 기대는 더욱 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미 지난해 업계에서는 어느 해보다도 통합 단체 설립에 대한 요구가 높았으며, 실제로 전국상조협회, 한국상조연합회 등 임의단체와 한국상조업협동조합까지 총 3개 단체 간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통합 단체 설립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사업자 단체인 협회와 연합회가 사단법인 창립을 두고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2일 협회는 연합회와 한상협까지 참여하는 통합 사단법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발기인대회 겸 창립총회를 개최한바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연합회가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상조업협동조합에서 회의 절차상 문제점과 정관조차 없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결국 회의 성격은 ‘상조업협회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로 바뀌어 마무리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3개 단체에서 각각 4명씩 추천하여 총 12명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연합회 측에서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14일 협회 소속이었던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가칭 사단법인 한국상조업협회 ‘발기인대회 겸 창립총회’가 개최되었지만, 결국 총회는 연합회가 빠진 채 사단법인 창립 절차가 진행됐다.

연합회 측 한 관계자는 “사단법인의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 보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나 기반도 마련이 안 된 상태에서 사단법인 창립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연합회에서 끝내 협회와의 통합을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가기로 결정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사단법인 설립 추진 움직임과는 별도로 또 다른 사단법인 설립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으로는 한 업종에 대해 하나의 협회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등록 요건만 갖춘다면 복수의 사단법인 설립도 가능하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현재의 임의 단체들이 각각 사단법인으로 바뀔 뿐, 두 단체로 갈라져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업계의 현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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