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후 시도지사에 등록
공정위, 실태조사 이어 직권조사 실시

 

오는 9월 18일 할부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상조업계가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상조업계의 소비자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자 이를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2008년 국회에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상정하여 지난 2월 18일에 통과시켰으며, 국회통과 직후인 지난 3월 9일에는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쳐 지난 3월 17일 법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곧바로 법을 시행할 경우, 영세·부실업체의 도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시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18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법 시행 시기에 맞춰 상조업계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을 위한 보증보험 상품도 개발되어 있고, 예치계약을 맺을 은행들 선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상조공제조합 설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상조공제조합은 개정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9월 18일 이후에 인가가 가능하나 그 이전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모든 준비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상조서비스업(이하 상조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본금이 3억원 이상이 돼야 하며,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체결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따라서 사업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 17일까지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시도지사에 등록을 완료해야한다.


할부거래법 개정안 도입 배경

상조업은 우리민족의 전통 협동문화인 두레 등의 품앗이문화가 현대사회의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여, 사람이 평생을 사는 동안 통과해야 할 출생·성년·혼인·사망 등에 관한 통과의례와 관련한 가정의례사를 서비스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현재의 상조업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82년 일본의 기업형 상조를 모델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방에서 일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전후로 해서 사업의 영역을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던 상조업은 지난 2004년 공중파와 케이블 텔레비전 등에 광고 방송이 전면 허용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TV 광고는 상조업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이때부터 전국 각지에서 상조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업체들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소비자 확보에 열을 올렸고 이틈을 타 불법업체들이 과대광고를 일삼으면서 소비자를 현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악덕업체들은 선불식 상조상품을 장례보험이라고 속여 팔면서 회원 확보에 급급했고, 불법 피라미드업체까지 상조업에 뛰어 들면서 한탕을 노린 사업자들로 인해 상조업계는 진흙탕으로 변조되기 시작했다.

상조상품이 선불식 할부거래였기 때문에 회원들로부터 매달 선수금이 들어오지만 사업초기에는 장례행사 등을 위한 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불법 피라미드 조직에서 볼 때 이보다 더 좋은 사업 아이템은 없었다. 말 그대로 회사만 차리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 시기는 2002년 12월에 개정된‘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로 인해 다단계판매 사업을 하기위해서는 5억원의 자본금과 공제계약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제도가 의무화 되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500여개의 다단계업체들이 집단 폐업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상적인 다단계 사업을 할 수 없었던 불법 피라미드 조직들이 대거 상조업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불법 피라미드 조직들은 고액의 수당을 제시하면서 회원 확보에 열을 올렸고 선수금으로 받은 돈은 흥청망청 써대다가 하부조직으로부터 회원확보가 둔화되어 수당지급이 어려워지면 회사 문을 닫고 잠적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불법업체의 난립은 상조업계 전체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대량 소비자피해까지 발생 시켰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건전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를 포함한 상조업 전체가 신뢰할 수 없는 업종으로 매도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영세·불법 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소비자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상조업의 제도권 편입은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할부거래법 개정안 주요내용

공정위는 지난 3월 17일 상조업을 규율하는‘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걸쳐 9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의 주요내용을 보면 ▲상조업의 거래형태를 선불식할부계약으로 규정하고, ▲자본금 3억원 이상의 회사만 시·도에 등록할 경우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로부터 받은 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 공제 가입 의무화 등 선수금 보전제를 도입했고,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상조업체의 재무상태나 일반 현황 등을 확인한 후에 거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소비자의 청약철회와 계약 해제권도 신설했다.

이밖에 소비자 피해 우려 행위유형 13개를 금지행위로 명시하고, 행정제재 및 소비자 피해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다. 상조업체가 13개 금지행위를 위반할 경우 1년이하 징역, 3000만원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할부거래법이 시행될 경우 그동안 자유업으로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했던 상조업을 계속 하려면 자본금이 3억 이상임을 증명하는 서류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증명서류 등을 갖춰 영업사무소가 있는 시·도에 등록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도권 사각지대에 있던 상조업을 선불식할부거래로 규정하고, 각종 피해방지 및 구제장치를 도입했다”고 말하고 “상조업 규제를 위한 개정법이 시행될 때까지 과도기 시장상황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소비자 모니터제도를 도입하고, 상조업에 대한 직권 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사업자 및 소비자 등에 대한 교육, 홍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최근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4월부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번 실태조사는 할부 거래법 시행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권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는 약 300여곳 업체만 조사에 응하고 있으며, 조사 자체를 기피하는 업체도 100여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되면 절반이상 문 닫을 처지

현재 국내 상조시장 규모는 7조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 공정위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당시 파악된 상조업체 수는 281개사였다. 이중 고객불입금 10억원 미만인 상조업체 수는 158개사로 56%에 달하지만 회원수는 22만 2000명으로 8.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 68개사는 고객불입금 1억미만의 영세업체로, 업체수로만 보면 전체 24.2%를 차지하나 회원수는 고작 4만 4000명으로 전체 1.7%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한 업체당 회원수가 700명도 안된다는 얘기다. 반면 고객불입금이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22개로 7.8%에 불과하나 회원수로는 188만명(70.6%)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할부 거래법이 시행될 경우 업계 전체의 50%가 넘는 부실·영세업체들이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폐업 될 것으로 보여 인수 합병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대량의 소비자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2005년 219건에서 2006년 509건, 2007년 833건, 2008년 1374건, 2009년 2446건 등으로 불과 5년 사이에 10배 넘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피해유형별 현황(피해구제 기준)을 보면 폐업·잠적에 따른 소비자피해는 48건으로 12.8%에 달하고 있다. 상조업 규제를 위한 개정법 시행이전임에도 불구하고 폐업·잠적에 따른 소비자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마당에 개정법이 시행 될 경우 폐업·잠적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법 효력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앞으로 상조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본금이 3억원 이상이 되어야 하며,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체결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따라서 사업자는 금융기관 예치, 지급보증, 보증보험, 공제조합 가입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중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한 가지를 선택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 못하고 있다. 어느 계약이 자신업체에 유리할지 비교할 수 있는 상품들이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물론 법 시행 후 6개월까지 등록은 물론 선수금 보존에도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17일까지만 계약을 완료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 조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 법이 시행돼야만 그에 근거해서 상품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이 나온 후 꼼꼼히 비교하여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상조업계는 전국상조협회, 한국상조연합회, 한국상조업협동조합 등 3개 단체를 중심으로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상조협회는 ‘상조공제조합설립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제계약을 위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월 중순 현재 마무리 단계만 남은 상태로 9월 18일 법 시행과 동시에 가동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도 공제조합과 관련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조합 인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그 법을 근거로 해서 공제조합 인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혀 항간에 떠도는 의혹을 일축했다.

한국상조업협동조합은 서울보증보험과 보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상협은 지난 7월 ▲법 시행 1개월 전에 보증보험 계약을 시행한다, ▲보증보험의 종류는 선수금의 10%와 50% 2종류로 한다. ▲상조회사의 설립년도, 회원 수, 재무건전성 등에 따라 보증수수료를 차등 적용키로 한다. ▲협동조합이 추천(보증)하는 상조회사 우대 등 4가지 조항에 대해서 이미 서울보증보험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상협은 전국의 300여개 상조회사에 관련 안내문을 보냈으며 8월20일까지 회신을 받아 보증보험 상품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상조연합회는 소비자피해보상과 관련되어 현재 공제계약이나 보증보험에 관심을 두고 않고 있고 특별히 다른 사항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합회 소속 회원사들의 자금력에 비추어 볼 때 금융기관 예치쪽으로 가닥을 잡는것 아니냐는 추론을 낳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과 관련 “보증보험 상품도 개발되고 있으며, 예치계약을 맺을 은행들도 어느 정도이야기가 다 됐다”며 “현재 이를 확정하는 과정만 남아있으며 최종 확정되면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제조합에 대해서는“공제조합의 경우 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9월18일 이후에야 인가가 가능하지만, 이전에 설립 준비와 시스템 검증 등의 절차도 모두 마칠 계획이며, 법 시행과 동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공제조합과 계약을 체결하려는 업체들은 인가 전이라고 하더라도 공제조합이 완성 되는대로 미리 사전 계약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들은 개정 할부거래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하고 시도지사에 등록을 완료해야한다”고 밝혔다.



환골탈태로 거듭 태어나길

정부는 그동안 최소한의 진입장벽조차 만들지 않아 상조업체 난립을 부추겨 부실을 키워왔다. 그리고 지금 규제를 만들어 이에 충족하지 못하는 영세업체를 인위적으로 몰아내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또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업체가 동시에 폐업·잠적을 한다면 대량의 소비자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소비자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와 함께 상조업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별다른 소비자 피해 없이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영업을 해왔던 업체들도 이번 할부거래법 등록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도태 될 수밖에 없어 이들의 구제를 위한 지혜도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상조업계는 지금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아프다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몸 전체가 망가져 다시는 건강한 삶을 영유할 수가 없다. 이번을 기회로 그동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국민이 신뢰하는 업종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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