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개, 선수금 보전 등 의무화

제도권 바깥에서 많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던 상조업이 등록제로 바뀌고 정보 공개와 선수금 보전이 의무화 되는 등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를 통과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지난 12일 공포,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 거래로 규정하고 각종 피해 방지 창치와 구제책을 도입했다.


상조업의 현황

지난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상조업체수는 281개사이며 회원 수는 약 265만 명, 고객 불입금 잔고는 약 9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자본금 규모가 1억 원 미만인 업체가 62%에 달하는 176개사이며 새로 시행되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3억 원의 자본금을 가진 업체는 13%에 불과한 37개사뿐이다.

자산 규모별로 보면 전체 상조업체의 53%에 달하는 149개 업체가 총자산 3억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11개사로 3.9%에 불과했다. 총자산이 3억 원 미만인 업체들의 평균 총자산은 9991만원에 불과했다.

64.8%에 해당하는 182개 업체가 2005년 이후에 설립됐으며 이들 업체의 회원 수는 62만 7000여명으로 전체 상조 회원의 23.5%이다. 특히 총 자산 규모가 고객 불입금에 못 미치는 업체가 153개 업체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상조업체가 파산시 상조회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비율인 지급여력비율이 평균 47.5%에 불과했으며 파산시 회원에게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업체도 전체의 16.7%에 해당하는 47개사나 됐다. 또 일부밖에 돌려 줄 수 없는 업체도 50.5%에 해당하는 142개사로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업체와 합하면 189개 업체의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못 미치고 있다.

현재 상조업에 대해 법적인 보증시스템은 없는 상태이며 상조업체들이 사업자단체나 이행보증회사를 중심으로 보증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상조업체들의 보증시스템은 행사대행보증과 금액유한보증으로 나뉘고 있다. 행사대행보증은 상조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완적 보증이나 보증기간·범위 면에서 제한적이며 금액유한보증은 사고발생시 적립금 내에서 회원행사 및 환불 보장하는 시스템이나 현재까지는 적립금액이 미미한 실정이다.

금액유한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상조보증(주)과 전국상조보증(주) 등 2개사로 상조보증은 부산상조, 대구상조, 새부산상조, 보람상조, 아가페상조, 동남복지상조 등 6개사가 가입, 94억 원의 적립 잔고가 있으며 전국상조보증은 17개사의 가입사에 13억 900만원의 적립잔고가 있다. 상조보증은 한국상조연합회가 주관하고 있으며 전국상조보증은 전국상조협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자본금 규정, 등록제 등 도입

그동안 증가하는 소비자피해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제재를 받지 않았던 상조업이 이번 할부거래법 전부 개정으로 제도권 안으로 수렴됐다. 상조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 및 피해 접수 건수는 지난 2005년 219건에서 2009년에는 2446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번에 전부 개정된 할부거래법은 상조업을 재화 등의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2회 이상 나누어 지급함과 동시에 또는 지급한 후에 재화 등의 공급을 받기로 하는 계약인 선불식 할부거래로 정의, 상조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할 근거를 마련했으며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업체가 관할 시·도에 등록해야 상조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업체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산·부채 등 재무상태, 선수금 합계액 및 선수금 보전방법, 취급상품 등의 사업자 정보 및 법위반 사실을 공개하도록 했으며 금융기관 예치, 지급보증, 보증보험, 공제 등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을 의무화했다.

이밖에 소비자의 청약 철회 및 계약 해제권을 신설했으며 기만적 방법에 의한 거래유도 및 계약해제 방해 행위 등 사업자의 금지행위 13가지를 명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 시·도, 시·군·구청장이 조사·시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상조업계, 할부거래법 시행 환영

할부거래법 개정법에 대해 상조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상조연합회는 “누구든지 정당하게 상조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상조업의 발전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 전국상조협회는 “법안의 통과로 상조 서비스업이 사회보장제도의 한 분야로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법안의 시행에 따라 제도권 진입 및 자정노력을 배가, 소비자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조업계에서는 자본금 규정과 관련해서도 등록 요건을 갖추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명근 한국상조연합회 사무총장은 “상조업을 지속하려는 업체가 자본금 규정으로 인해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등록하지 못한 업체들의 대부분은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주무부서인 공정위가 운영의 묘를 잘 살려 운영한다면 이를 계기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상조의 기본 정신인 상호부조를 통한 민간 사회의 안전망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상조업계에 있어서 발등의 불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이다. 김홍석 선문대학교 교수는 상조업과 관련 “일부 판매원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무리한 가입 유치로 사후에 소액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상조업에서의 소비자피해보상제도의 요건은 피해보상과 피해예방활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상조업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할부거래법상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은 업체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르는 것이나 현실적으로는 금융기관 예치와 공제 두 가지 가운데 하나 또는 두 가지 모두가 이용 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이점에 있어 정 총장도 “예치제도와 공제조합 둘 가운에 어느 한 곳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개별 회원사의 선택이 중요한 만큼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조업계와 유사한 과정을 겪어 제도권 안에 안착한 다단계판매를 보면 공제 조합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홍웅식 전국상조협회 사무총장은 “공제조합의 설립과 관련 설립동의서와 출자 공탁금을 받고 있으며 곧 발기인 대회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총장은 또 “예치제를 주장하는 측이 예로 들고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예치제를 시행하게 되면 거의 모든 업체들이 고사함은 물론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된 할부거래법이 시행 되면 상당수의 부실 상조 업체들이 정리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규정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이라는 장벽을 넘어 영업을 계속 하려는 업체는 그만큼 자신을 가지고 있는 건전한 업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상조업계가 건전화되고 소비자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면 상조업은 민간 주도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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