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그리스는 사분오열되어 쇠약해져 있었고,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현재의 북아프리카 튀니지 땅에 있었던 전통의 강호 카르타고(Cartago)와 이탈리아 반도에서 발흥한 신흥 공화국 로마(Roma)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무려 120년간 길고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훗날에 보면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될 것이냐, 아니면 팍스 카르타고나(Pax Cartagona)가 될 것이냐의 갈림길이었다.

전쟁의 주인공들은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 가문과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의 가문이었다. 역사에서는 이 전쟁을 포에니 전쟁(Punic War)이라 한다. 특히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유명한데, 이 전쟁은 한니발 바르카(Hannival Barca)라고 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 중 한 사람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19년간 진행됐는데, 이 전쟁이 포에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된 전쟁이었다. 포에니 전쟁은 해상 강국 카르타고가 멸망해 가는 과정이자 신흥국 로마가 지중해 및 전 유럽의 패권을 장악해가는 과정이 된 전쟁이었다.

제1차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 장군의 아버지인 하밀카르 바르카(Hamilcar Barca) 장군이 지휘한 싸움이었고, 제2차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 장군이 사령관이 되어 싸운 전쟁이었다. 하밀카르 장군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으며,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기습 공격한 한니발 장군도 연전연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르타고군은 전투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결국 전쟁에서는 패배하여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주었고, 결국은 나라가 멸망하여 소멸해 버렸다. 왜 카르타고는 전투에서는 이기고도 전쟁에서는 패배하였는가?

포에니 전쟁 승리의 이유 ‘제심합력·집단지성’

한니발 장군의 카르타고가 최종적으로 패전한 것은 한마디로 정쟁(政爭)과 사익추구로 인한 내부분열 때문이고, 로마가 최종적인 승리를 하게 된 것은 제심합력과 집단지성의 발현 때문이었다. 당시 카르타고에는 두 명망가문이 있었다. 하나의 유력 집안은 한니발 장군의 바르카(Barca) 가문이었고, 다른 하나의 집안은 한노(Hanno) 집안이었다. 두 가문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에니 전쟁 당시 카르타고 국내의 정치권력은 한노 집안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세력은 국내의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한 농업위주의 부국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해외 진출은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니발 바르카 가문은 그렇지 않았다. 이 가문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여 상업중심의 부국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포에니 전쟁도 한니발 가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 가문의 장군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들이 전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집권세력인 한노 파는 국내의 반전파(反戰波)를 이끌면서, 전장에서 싸우는 군대를 전혀 지원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방해만 하였다. 한니발 장군이 칸나에(Cannae) 전투에서 대승한 후, 로마의 지구전으로 보급이 어려워지자 보급품 지원을 요청했으나 보내주지 않아 패전하도록 했다.

로마가 포에니 전쟁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한 이유는 한마디로 제심합력과 집단지성의 발현이다. 이러한 정신의 밑바탕이 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곧 고귀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전형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서 전장에 나가고 스스로 전쟁부담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반도 중서부의 조그만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한 것은 바로 이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 때문이었다.

국가든 기업이든 리더 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융성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으면 지리멸렬하게 되어 결국 망한다. 로마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 때문에 발흥했고, 부유하고 강대해지면서 그것이 무너지면서 쇠망했다. 국가든 기업이든 조직이든 쇠망은 외부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기강이 무너지면서 시작된다.

로마인들이 귀족에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전장에서 싸우는 장병들을 지원하고 응원해주었음에 반하여 카르타고의 정치인들은 시기하고 질시하면서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장수가 요청하는 보급품도 보내주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의 속성은 부유해지고 강성해지면 오만해지고 무사안일에 젖게 된다. 그때부터 국가든 기업이든 팀이든 무너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그의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기업이 망하는 5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모든 기업들이 몰락하는 첫 단계는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거만해지고(hubris), 진정한 성공의 원인을 잊어버리는 단계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그동안 이룩한 성공에 도취해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한다. 성공을 가져온 환경적 요인은 도외시한 채 자신이 의사결정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성공의 영광을 모두 자신의 능력으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그 어떤 사람의 조언도 듣지 않는다. 이때부터 기업의 몰락은 시작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기업과 팀이 몰락하지 않는 길은 휴브리스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전쟁이든 기업경영이든 팀 운영이든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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