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희은이’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응원

왜 상처는 훈장이 되지 못하는 걸까? 살면서 뜻하지 않게 겪었던 아픔들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런 흉도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은 제 겪은 만큼’이란 말이 있다.

-「감춰진 상처 하나씩은 다 갖고 있는」 중에서

꽃다운 나이 칠십 세. 매일 아침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청취자들과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 같은 라디오 DJ이자 ‘아침 이슬’, ‘한계령’, ‘엄마가 딸에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 양희은. 데뷔 51년 차에도 한 그루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세월만큼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현재진행형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가 출간됐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을 정성껏 잘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나답게 살아가는 양희은의 인생 이야기를 전한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온 만큼’

책에서 자주 반복되는 표현을 모아 적으면, 양희은이 어떤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어떤 자리에서든 ‘더도 덜도 말고 딱 살아온 만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준 ‘그러라 그래’라는 말 속에도 각자의 ‘살아온 만큼’을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상의 잣대에 흔들리기보다 ‘내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양희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저 나’로서 편안한 마음을 닮아가게 된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양희은에게도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 잘 사는 건 무엇인지 모르겠기에 모든 순간마다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섰으나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 있던 이십 대,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까지,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담담히 돌아본다.

힘든 시기를 견디는 사람의 어깨에 얹힌 무게를 알기에 ‘여성시대’에서 만난 사연의 무게는 가슴에 그대로 얹힌다. 섣부른 위로보다는 공감을 보내고 차마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을 때는 음악으로 어루만지며, 자신의 노래가 ‘지친 어깨 위에 얹어지는 따뜻한 손바닥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의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수 생활 51년이 어땠는지 묻는 말들에 양희은의 답은 언제나 담백하다. “51년이 ‘오~~십일 년’ 이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51년이라 해도 하루하루가 쌓여서 모였으니까.” 매일 귀하게 밥을 지어내듯 하루하루 정성껏 살아온 양희은의 노래 인생은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을 정성껏 잘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나답게 살아가는 양희은의 인생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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