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와 협업, 흥행성·전문성 입증

지난 달 31일 저녁,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는 역사상 신기록이 달성됐다. ‘에뛰드’와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의 콜라보 제품 ‘플레이컬러아이즈 더스티캣’이 30여분만에 모두 조기 완판되며 네이버 라이브 전체 판매 순위 1위에 오른 것이다. 장기간 판매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린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하루 사이에 제친 것이다. 이후에도 해당 제품은 네이버 평점 4.8점을 기록하며 화제의 아이메이크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에뛰드 브랜드의 타깃층이 매우 젊다는 점과 메이크업 수요가 줄어든 코로나19시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실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화장품 부문 중 메이크업 시장은 코로나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다. 마스크의 일상화로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K뷰티의 큰손이었던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멈추며 사면초가에 빠졌었다. 이에, 메이크업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콜라보 마케팅에 눈길을 돌렸다. 주목도와 소장가치에 집중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자 한 것이다. 콜라보 형태는 크게 ▲뷰티 브랜드와 이종 산업간의 결합 ▲뷰티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뷰티 브랜드와 캐릭터의 조합 3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역발상 협업으로 새로운 가능성 제시

이러한 콜라보는 그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분야에서 이색적인 조합을 선보이며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화장품 분야의 경우 유통기업, 온라인커뮤니티, 인플루언서 등 기존의 상식을 깨는 보다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메이크업 분야는 이러한 역발상의 콜라보를 통해 브랜드를 더욱 각인 시키는 효과를 얻으며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메이크업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롬앤은 온라인 유통기업인 ‘배달의 민족’과 콜라보한 ‘배민 립볶이’를 선보이는가 하면, 3CE는 디즈니와 콜라보한 ‘립 컬러 밤’을 선보였다. 또한 맥(MAC)은 카카오 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 컬렉션’을, 로아르(LOAR)는 인플루언서 옥슈슈와 언더더 스타 팔레트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이중 매출 효과를 가장 톡톡히 전한 협업형태로 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를 꼽고 있다. 이는 인플루언서의 ‘팬덤’과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한 ‘팬슈머(fan+consumer)’라는 주요 마케팅 장치가 이미 모두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단순한 소비자와 제품이 아닌 그 이상의 관계십을 만들어 제품과 소비자를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 주고 있다는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간 콜라보 제품 출시 시, 브랜드는 크리에이터 고유의 컨셉과 노하우를 제품에 녹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이 과정에서 본인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수십만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까지 모두 체크해 제품 개발을 이어간다. 또, 출시 전부터 본인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팬덤 채널을 통해 제품개발 소식을 꾸준히 알리며 론칭할 제품에 대한 신뢰감과 기대감을 키운다.

이에 대해 뷰티 인플루언서 그룹 ‘레페리’의 마케팅사업본부 장원영 대리는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된 작년부터 뷰티 크리에이터와 콜라보 제품 출시에 대한 브랜드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며 “제품 출시 이후 빠른 인지도 확보와 완판 기록 등 두드러진 성과가 창출되면서 올해에는 작년대비 프로젝트 진행 건수가 더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뷰티뿐만 아니라 패션, 리빙 등 협업 영역 역시 더 폭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친밀하게 형성된 유대감이 가장 큰 장점

장 대리는 이와 관련된 주요 사례로 “작년 8월 뷰티크리에이터 민스코와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레어카인드가 협업해 출시한 ‘오버스머지 립 틴트’ 컬러5종은 선론칭 하루만에 재고가 품절되었으며, 올해 4월 페리페라와 민스코가 협업한 ‘잉크 브이 쉐딩 브러쉬 세트’ 역시 선론칭 후 목표 판매 수량을 단시간에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어, 장 대리는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협업 마케팅의 차이로 “유대감을 통한 설득이다”고 강조해 말하며, “연예인과의 협업은 주로 셀럽의 이미지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반면, 인플루언서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와 친밀하게 형성된 유대감을 통해 제품에 설득되어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이유로 “뷰티 크리에이터는 팬덤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즉, 흥행력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이는 브랜드 마케팅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하며, “이러한 강점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특히 메이크업 브랜드에게 더 빛을 발했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뷰티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협업은 새롭게 탄생한 마케팅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더 주목받는 이유는 개성과 친밀감 있는 소통을 중시하는, 그리고 2030년 이후 소비의 주축인 MZ세대의 소비행태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SNS를 통해 사회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인플루언서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관계와 진정성, 소장가치에 주목하며 소비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에 인플루언서의 타이틀을 단 제품들은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며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각 연령층과 소비성향에 따라 핵심소비층이 나누어지는 경향이 뚜렷해 새로운 연령층과 소비층의 신규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인플루언서의 경우 이러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제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