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요기요’ 등 대형 M&A 줄이어

유통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세가 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유통공룡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외형 키우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유통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대형 ‘M&A’다. 인수합병을 통해 단번에 외형을 키우고 경쟁력을 배가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입수합병에 뛰어드는 이유다.

 

유통가 초미의 관심은 치열해지고 있는 인수합병 이슈다. 현재 유통가에는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등 매머드급 매물들이 나와 있는 상태다. 이 매머드급 매물을 얻는 기업은 단숨에 유통업계의 1,2위 자리를 다투는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커머스 양강체제의 네이버와 쿠팡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중위권 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 참여했다. 특히 신세계와 롯데라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 6월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신세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가 깨지고 신세계와 네이버의 독주체제로 하위그룹과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판까지 신세계와 경쟁을 벌이던 롯데는 아쉽게도 이베이코리아를 얻지 못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은 인수가격에서 판가름 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네이버 컨소시엄은 4조원 이상을 써냈으며 롯데는 3조 중반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몸값 5조원을 제시한 이베이로서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네이버-신세계 동맹의 손을 들어주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8%를 점유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SK텔레콤 '11번가'(6%), 롯데온(5%), SSG닷컴(3%)이 차례로 쫓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자체적으로만 시장 점유율 15%로 2위에 오를 수 있으며, 컨소시엄을 구성한 네이버와 함께 전체시장의 33%를 차지하게 된다.

신세계, 단숨에 이커머스 2위로 ‘우뚝’

이번 인수가 현실화 될 경우 신세계는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강자 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시장에서도 최강자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자체 플랫폼인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은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부터 야구장까지 오프라인에서 영역을 활발히 확장하는 데 비해 온라인에서는 좀처럼 유통 강자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세계 SSG닷컴의 거래액은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4% 수준이었다. 판을 바꾼 계기는 신세계가 이커머스 신흥강자인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정용진 신세게 부회장은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직접 찾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났다.

이후 네이버와 신세계는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으며 동맹 체제를 단단히 했다.

네이버를 등에 업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4조원이라는 ‘통큰’ 베팅으로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단숨에 이커머스 상위권에 올라서게 됐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와 쿠팡(22조원)에 이은 3위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네이버와 신세계는 초대형 쇼핑 연합으로 재탄생했다.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거래액이 약 55조원에 육박한다. 쿠팡(22조원)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원 중 3분의 1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신세계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전국 곳곳의 유통망을 활용한 빠른 배송 서비스도 도입할 수 있어 향후 쿠팡의 로켓 배송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역시 신세계의 유통망과 신선식품 판매-배송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턱밑까지 네이버를 쫓아왔던 쿠팡과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준비 중인 카카오와의 격차도 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이상기류, 막판 변수되나?

신세계와 네이버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1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있은 다음 날인 17일, 네이버의 이상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측은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입찰 절차에 참여한 바 있으나, 본 입찰은 계속 진행 중이며, 당사의 참여방식 또는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사는 양 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종 계약 때까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네이버가 이번 이베이코리아 거래 참여에는 부정적인 것이 맞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본입찰 직전까지 신세계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총 인수 금액의 20%가량을 네이버가 맡는 방안으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 둔화를 우려한 실무진에서 참여 여부를 두고 부정적 의견을 펴면서 계약 직전 불참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이번 인수전을 신세계가 전담했지만, 4조원에 육박한 인수가에 대한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불참이 확정되더라도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독자 완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위해서 약 5조원 가량을 이미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약 3조원 가량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전제로 취득하는 지분 등 자산을 담보로 조달한 인수금융이고, 나머지 2조원 가량은 하남스타필드 등을 담보로 조달한 운영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에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자금 구조를 새로 짜야 하지만 인수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네이버 내부에선 이번 거래 외 그동안 진행해 온 양사간 유통 부문에서의 협력은 계속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2위 ‘요기요’ 본입찰은 연기

이번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또 다른 빅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 매머드급 매물인 배달앱 2위 ‘요기요’의 본입찰 일정이 당초 17일에서 일주일 가량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실패한 롯데가 요기요 예비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상태지만 일정변경에 따라 전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자금 부담을 이유로 요기요 본입찰에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7일로 예정되어 있던 요기요 매각 본입찰에는 신세계그룹(SSG닷컴)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불참했더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본입찰 참여가 가능한 만큼 미뤄진 요기요 본인찰 일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요기요 몸값이 최대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 추이나 매각 기한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요기요 운용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 시한을 오는 8월 3일로 정한 만큼, 급한 쪽은 DH이기 때문이다.

DH는 기한 내에 요기요를 매각하지 못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을 못할 경우 매각 시한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실패함에 따라 차선책으로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요기요 매각 시한이 정해진만큼 DH측이 원하는 수준의 금액에는 못미치는 매각금액이 설정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통사, 멀어진 항공사 인수의 꿈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외에 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모은 M&A 매물은 ‘이스타항공’이었다. 유통사의 항공사 인수를 통한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사들의 이스타 항공 인수의 꿈은 사라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월 14일 오전 ‘성정’에 이스타항공의 매수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성정은 오는 18일 자정까지 행사 여부를 결정해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인수금액은 약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아직 공문이 정식적으로 온 건 아니지만 성정 쪽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매각 주관사 측에 밝혔다”며 “이대로라면 성정에 인수되는 것이 사실상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이스타 항공 인수전에는 식품유통사인 하림과 의류유통업체인 쌍방울의 경쟁구도가 형성됐었다. 하림과 쌍방울은 이스타 항공 인수를 통해 물류, 화물운송 등의 분야의 강화를 꾀했으나 자금력이 탄탄한 상정에게 밀려 항공사 인수의 꿈을 접게 됐다.

이번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공개입찰에서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이 단독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제시한 인수가격을 우선매수권을 가진 성정이 동일하게 인수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우선적으로 매각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번 인수전의 향방은 ‘자금력’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광림이 아무리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성정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쌍방울 측에서 ‘높지만 적정한 인수가’를 선점하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는 얘기다.

11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자금은 고스란히 채권단을 변제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최우선변제대상인 임직원들의 체불된 임금, 퇴직금 등 미지급금 비용은 약 85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에 이스타 항공의 사실상의 주인이 된 성정은 성정은 골프장 관리와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진행하는 알짜 중견 건설업체다. 본사는 충청남도 부여군이 있으며, 관계사로 27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은 뒤 골프 및 레저, 숙박, 개발 사업 등과 항공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M&A가 완전히 마무리 된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M&A를 통해 유통시장의 경쟁구도의 새로운 재편이 이뤄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더욱 강해지는 신세계와 네이버에 맞서 쿠팡, 롯데 등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에 나설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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