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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한 선택, 소비기한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7.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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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민단체에서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보통 마트에서 구매하는 식품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는데, 소비기한으로 변경되면 섭취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나게 된다.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로 요약되는 ESG의 거센 흐름에서 힘을 받았다. 지난 10여년을 넘게 끌어 온 문제였다. 2021년 여름, 왜 소비기한 표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 고양시에 거주하는 40대 김지영씨는 퇴근 후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아이들에게 주었다가 당황했다. 이 우유의 유통기한이 3일이나 지나 있어서다. “이미 몇 모금 마신 것 같은데, 아이들 탈이 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지영씨는 남은 우유를 모두 싱크대에 버렸다.

우유처럼 마트에서 판매되는 식품에는 유통기한이 적혀있다. 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무조건 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식품의약안전처가 유통기한보다 다소 긴 ‘소비기한’을 표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음식 쓰레기를 줄여보겠다는 계산이다.

식약처는 지난 5월30일 ‘2021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P4G 서울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식품·의약품 분야에서 추진하는 주요 제도 개선 내용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표시하도록 ‘식품표시광고법’ 등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규정 개정이 탄력을 받게 된 데에는 시민단체가 한 몫을 했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은 최근까지 여러 차례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만큼 가시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그만큼 소비기한 표시제는 지구온난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소비자기후행동에 따르면 2019년 세계농업기구(FAO)가 발표한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3억t,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는 33억t이다. 한국도 생활폐기물의 약 30%가 음식물 쓰레기로, 한 해 570만t 수준이다.

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냉장 유통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고 무엇보다 충분히 섭취가 가능한 제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 반품해서 발생하는 탄소발생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관련 조사가 나와 있다. 이를 보면 국내에서 한 해 1만4314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된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885만t에 달한다. 또 유통기한에 따른 식품 폐기 손실 비용을 보면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비용이 5,900억원, 가정 내 폐기 비용이 9,500억 원으로 한 해 평균 1조54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쓰레기 배출 등을 줄이는 방안으로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은 온도와 습도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해진 기한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품이 유통기한을 일정 기간 넘겨서 먹어도 몸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비기한 표시를 총해서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하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 유통기한 일자 표시를 적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식약처는 제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의 60~70%를 유통기한으로 설정한다. 소비기한은 이보다 긴 80~90%이다.<표1. 참조>

한국에서 유통기한은 곧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통용된다. 식품의 안전성과 처분 시점을 판단할 때 유통기한을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소비기한이 적용되면 개봉하지 않은 우유는 최고 50일, 액상 커피는 30일, 치즈는 70일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진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소비기한 도입 시 폐기 비용 절감 효과가 소비자는 3000억원, 생산자는 17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소비자단체인 ‘소비자기후행동’은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것을 활동 목표로 정하고 국회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올해 들어서는 두 명의 국회의원이 이와 관련해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지나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양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다.

“소비기한 표시는 필수과제”

소비자기후행동은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은 이제 필수과제”라고 단언한다. 근거는 분명하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CODEX와 유럽, 미국, 호주, 일본, 중국, 필리핀, 케냐 등 사실상 대부분의 나라가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표2. 참조>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식품안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뿐더러 음식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온실가스의 1/4은 식품 생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 22개국 70명의 연구진들이 꼽은 기후위기 해결 방안 대책 중 1순위 역시 ‘음식물 쓰레기 감소’이다.

음식 폐기물을 줄이는 실천은 식품의 과잉 생산, 자연의 훼손까지도 막을 수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소비기한 표시제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기후대응 방안이기에 머뭇거려서는 안 될 일”이라고 단언했다.

세계의 트렌드가 이미 바뀌었다는 것은 소비자보호행동의 행동에 주요한 근거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간이다.

유통기한은 소비만료일 개념이 아닌 판매기한을 의미한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은 유통 및 판매할 수 없다.

지난 2007년도에 ‘식품등의표시기준’을 일부 개정(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 제2007-3호)해 품질유지기한 표시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품질유지기한이 경과한 제품이라도 유통 및 판매 가능”이라고 단서는 달았다.

단서를 단 이유는 이즈음 세계 각국은 이미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ODEX는 유통기한과 관련한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포장식품의 표시에 관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판매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가능한 최종 일자를 말하며 그 이후에도 적절한 기간 동안 저장할 수 있다. 사용기한, 권장최종소비일, 소비만료일은 저장조건하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제품 품질이 보존될 수 있다고 예측되는 최종 일자를 말한다고 했다. 이게 포괄적으로 소비기한이다.

일본의 경우는 유통기한 표시는 보존 기간의 정도에 의해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으로 분류했다. 소비기한은 저장조건 하에서 품질이 변하기 쉬워 가공 후 5일 이내에 소비해야할 도시락, 반찬류 등의 식품에 붙이는 표시이다. 품질안전성에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기한을 표시하며 만료일까지 섭취 가능하다. 상미기한은 가공 후 품질변화 속도가 느린 식품이 대상이다. 저장조건 하에서 제품의 고유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미국은 제품의 종류에 따라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이유식은 사용기한으로, 일부식육과 가금육 제품의 경우에는 포장일을 표시한다. 유아용 조제유, 식육 등 일부제품을 제외하고는 제품특성에 따라 영업자가 사용기한, 판매기한, 포장일자, 최상품질기한 등으로 자율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단기간에 부패가 용이한 식품은 사용기한으로, 일반식품은 최소보존일로 표시하도록 했다. 사용기한은 섭취 가능한 기한을 의미한다. 이 기한이 경과되면 판매는 물론 먹을 수 없다. 최소보존일 기간 내에는 식품의 품질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는 저장성이 7일 미만인 식품은 포장일이나 사용기한로 표시하고 있다. 저장성이 7일 이상 90일 미만인 식품은 포장일이나 사용기한 혹은 최소보존일로 표시한다. 저장성이 90일 이상 2년 미만인 식품도 포장일이나 사용기한 혹은 최소보존일로 표시한다.

국회 “소비기한 표시, 국제적 추세”

국회에는 현재 소비기한에 관련된 두 개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고영인 의원안(의안번호 8240)과 김홍걸 의원안(의안번호 9175)이 상정돼 있다.

두 법안의 공통적인 제안경위는 이렇다. 원문을 인용해 보면 현행법은 식품, 식품첨가물 또는 축산물에 제품명, 소비자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제조년월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는 유통기한이 식품의 최종 섭취가 가능한 시점으로 인식해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을 폐기 혹은 반품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고, 식품의 판매와 섭취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하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냈다.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유통기한 표시제도 대신 소비기한 표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은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도입 시 유통기한을 폐기시점으로 인식해 발생하는 식품 폐기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 ▲소비자에게 음식 섭취 가능 기한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국제사회와의 표기를 일치시켜 수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로 CODEX는 식품의 폐기시점으로 오인될 수 있는 유통기한 개념을 국제기준에서 삭제해 소비기한 표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도입은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봤다.

다만 보건복지위는 “개정안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함에 따라 소비자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소비기한이 남아있음에도 폐기돼 식품 폐기량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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