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마치 꽃길만 걸을 듯 보였다. 상장으로 마련된 수조원의 여유자금은 국내 거점의 대대적인 물류시설 확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언택트 문화 바람을 타고, 또한 상장을 통한 넉넉한 여유자금 확보를 통해 쿠팡은 네이버와 함께 가장 힘있는 온라인 유통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7일 새벽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 중 김동식 구조대장이 목숨을 잃었다. 후배들을 끝까지 먼저 챙기다 벌어진 일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화재는 소방관 가족들 뿐 아니라 쿠팡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물론 화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진화과정에서 안타까운 인명 손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화살은 쿠팡을 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쿠팡의 부실한 화재 예방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2018년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한 아르바이트생이 경고한 글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의 제목은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이다. 그 당시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화재 넉 달 전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에 달하는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작동 불량, 방화셔터 결함 등 주요 소방시설에서 다수의 결함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가 대규모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200건 이상 지적사항이 나온 것은 명백한 관리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있었다는 것이 명백해 졌다. 쿠팡은 온라인 유통사다. 온라인으로 구매가 이루어지고 결재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쿠팡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거대한 물류시설에서 묵묵히 일한 물류창고 직원들과 쉼없이 배달에 나선 로켓배송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이런 직원들을 위한 안전대책은 너무나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미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소비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쿠팡은 거안사위(居安思危) 마음으로 이미 많은 것들을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결국 직원들의 목숨대신 한 가정의 가장이자, 건실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꼴이 됐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기업은 거대한 기업이 아닌, 존경받는 기업이다. 소비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에 직원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화재로 여러 유통기업들이 다시금 직원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故 김동식 소방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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