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열풍’에 너도나도 결제 시스템 도입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열풍이 불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하나의 통화 수단으로 조금씩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현재는 연기된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통화수단으로 사용될 예정일 정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또한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마저 조명을 받으면서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암호화폐 역시 하나의 정식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카페·편의점·극장도 결제 시스템 도입

서울 종로구에 있는 ‘달콤 청계광장점’ 카페는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은 코인으로 결제를 하고 실시간 가격에 따라 결제금액과 차액금액이 결정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실제 결제에 활용해 보는 소비자가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유통업계에서 암호화폐가 새로운 결제 수단과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무형의 코인을 실물경제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은다는 전략이다.

특히 20여년간 국내 가맹점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 종합결제서비스(PG)사 다날의 ‘페이코인’이 유통업계와 협업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코인 투자 광풍이 불고 있어 젊은 층 소비자를 모객하는 효과 역시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결제서비스(PG)사 다날에 따르면 계열사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앱 가입자 수는 이달 150만명을 넘어섰다.

페이코인은 편의점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부터 달콤커피·도미노피자·BBQ·KFC·교보문고·CGV를 포함한 국내 7만여개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코인원에 상장했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결제 수단이 등장하자 소액·다중 거래가 활발한 유통업계가 발 빠르게 반응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페이코인을 자체 결제수단인 SSG머니로 전환해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전국 5400여개 이마트24 매장에서 페이코인을 직접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영역도 대중문화와 예술 영역으로 넓어졌다. CJ그룹은 이달 전국 200여개 CGV 영화관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했다.

다양한 ‘암호화폐’ 마케팅으로 주목도 높여

코인을 활용한 마케팅도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8일 BBQ는 홈페이지와 공식 앱에서 페이코인으로 치킨을 결제하면 결제 금액에서 1 페이코인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페이코인으로 다시 환급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당일 BBQ 주문 앱 가입자 수는 전주 같은 날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앱 주문 건수 역시 전주 같은 날 대비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매장에 페이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CU는 1년 만에 페이코인 결제액이 5.7배나 늘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며 “향후 보다 다양한 코인을 활용해 결제와 마케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통업계는 암호화폐로 젊은 층 소비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소비자가 암호화폐에 빠르게 적응하다 보니 MZ세대를 끌어모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페이코인을 활용한 할인행사에 비용을 투입하는 것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결제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결제수단을 넘어서 유통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유통 업계가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다. 자체 코인을 만들어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물류환경 변화 및 재고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독자적인 커머스 연동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란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흔히 공공 거래 장부로 불리며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거래할 때마다 모든 정보를 전달한다. 체인으로 연결된 각각의 블록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데이터 위조 및 변조 위험이 낮다.

GS샵은 지난달 실시간 명품직구 서비스 ‘GS가 구하다’를 신규 론칭했다. 유럽 부티크에서 업데이트되는 해외 명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다. GS샵과 GS샵 투자사인 블록체인 명품 큐레이션 플랫폼 ‘구하다’가 함께 서비스한다.

GS샵에 따르면 구하다는 글로벌 명품 부티크의 물류환경 변화 및 재고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독자적인 커머스 연동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명품 유통의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품 이력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유럽 부티크 명품을 실시간으로 조회한 후 품절 및 가격변동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주문 펑크 리스크는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글로벌 커피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경우 미국에서 지난해 8월부터 원두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스타벅스의 ‘빈투컵’ 프로젝트는 커피시장에서 농부의 이력을 포함한 커피 원두의 생산단계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 유통단계를 조회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결제 시스템의 편의성, 보안성을 높일 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효과적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그 활용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