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 추진…디지털 유통 마인드 전환 총력

“100년 기업 롯데쇼핑을 위한 미래성장동력”.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온라인 유통 통합 플랫폼인 ‘롯데ON’을 놓고 한 말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 유통을 넘어선 상황에서 ‘롯데ON’의 성공은 롯데의 당면 과제이다.

첫 성적은 아쉬웠다. 대표이사를 바꾸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롯데ON’을 좀 더 뜨겁게 띄우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롯데ON은 지난해 4월28일 출범했다. 롯데쇼핑의 주력인 백화점은 물론이고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e커머스 등 7개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 부문을 합쳐서 출범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ON 앱은 고객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퍼스널쇼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3900만 명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개인의 취향, 나이, 직업 등을 고려해 ‘초(超)개인화’된 솔루션을 선보임으로써 궁극적으로 검색창이 따로 필요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구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부회장도 “롯데쇼핑은 롯데ON의 성공적을 운영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고, 오프라인을 넘어 e커머스의 진정한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은 너무나 명확하게 e커머스다. ‘롯데ON’을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지의 여부는 롯데의 숙명적 과제이다.

지난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덕에 겨우 기사회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올해 1분기 백화점 실적 개선 덕에 수익성이 회복됐다”며 “하지만 사업 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롯데ON을 중심으로 한 e커머스 사업부는 특히 부진했다”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은 1분기 매출 3조8800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5% 증가했다. 백화점은 매출 6760억원, 영업이익 10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261.3%씩 증가했다.

그런데 롯데ON을 중심으로 한 e커머스 사업부는 매출 280억원, 영업적자 290억원으로 매출은 반토막 났고, 적자폭은 확대됐다.

구원투수로 나영호 대표가 최근 합류했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롯데ON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대표는 롯데와 이베이코리아를 두루 거쳐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다.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 창립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 이후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이에 대해서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하게 되면 규모가 커진다는 장점과 시너지도 있겠지만 걱정도 있다”고 말하면서 인수를 위해 합류했다는 세간의 진단과 선을 그었다. 다만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인수시(롯데ON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사활”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본입찰은 당초 5월 중순으로 예상됐지만 원매자와 인수자들 사이에서 매각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6월로 미뤄졌다. 미국 이베이 본사 측이 원하는 가격은 5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매수자들은 2~3조원 선에서 협상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이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인수전은 한층 뜨거워졌다.

롯데가 인수전에 집중해야 되는 것은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가 경쟁사로 넘어갈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때문이다. 롯데의 e커머스사업이 아직 기반을 다지는 중이기 때문에 판도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와는 별도로 롯데ON이 ‘독자생존’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어 고객을 끌어 모으더니, 5월에는 판매수수료 0%, 광고 지원 등의 혜택을 내세워 신규 입점업체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ON은 오는 7월31일까지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에게 3개월간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오픈마켓 입점업체는 매출의 15% 안팎을 수수료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ON은 판매수수료 0%와 함께 롯데ON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고비인 ‘셀러머니’ 30만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ON과 제휴를 맺은 8개 대행사가 광고를 돕는다. 또 판매자가 10% 할인 쿠폰을 발급하면 롯데ON이 쿠폰 할인 금액의 50%를 지원한다. 주요 상품을 첫 화면 상단에 노출시켜 일정 시간 동안 특가로 판매하는 ‘타임딜’ 행사에 참여할 기회도 준다.

매월 말에는 실적이 우수한 판매자에게 최대 200만원의 셀러머니를 추가로 지급하며. 우수 판매자 상품은 롯데ON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한다. 김동근 롯데ON 셀러지원팀장은 “행사 기간 매월 3000명 이상의 셀러가 입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ON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최근 일주일간 ‘온세상 새로고침’ 행사도 진행했다. 2만여명의 판매자가 참여해 약 4000만개 상품에 대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롯데ON 방문객 수는 평소 대비 5배 이상 많았고, 고객 중 첫 구매자 비율은 15%를 넘어섰다고 롯데ON은 밝혔다. 매출 상승은 물론 새 고객 유치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신규 입점업체까지 대거 확보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롯데ON의 전략이다.

롯데는 ‘유통공룡’으로 군림한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약했다. 출범 당시부터 시스템 불안정을 노출하고 단순히 계열사별 쇼핑몰만 모아 놓은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했다.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자 앞서 언급된 것처럼 롯데는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ON 대표로 영입했다. 대표직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그래서 롯데ON의 ‘새로고침’ 향방은 e커머스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가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ON은 사업부문별 따로따로 돼 있는 상품 코드를 맞추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며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에 길들여진 롯데쇼핑의 체질을 디지털 유통 마인드로 얼마나 빨리 전환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