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 판매 수수료 인하 경쟁…실제 판매자 유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최저가 경쟁’을 벌여온 이커머스 업계가 이번에는 ‘판매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섰다. 인기 상품을 파는 우수 판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두 자릿수였던 수수료율을 0%로 낮추거나 반대로 판매액 일부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것.

수수료 인하 폭 자체가 파격적이긴 하지만 실제 판매자 유치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0% 수수료’ 등장…일부는 환급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몰이 판매자에게서 받는 평균 실질 수수료율은 9% 수준이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율 3%까지 더해져 실제 판매자들은 10%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우수 판매자 확보를 위함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까지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면서 생존을 위해 이러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7월 31일까지 3개월간 롯데온 신규 입점업체에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판매자에게 롯데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고비인 ‘셀러머니’ 3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가 10% 할인 쿠폰을 발급하면 쿠폰 할인 금액의 절반도 롯데온이 부담한다. 또 광고를 처음 진행하는 판매자는 제휴를 맺은 8개 공식대행사를 통해 지원한다.

더불어 하루 매출 1억원을 달성할 수 있는 ‘타임딜’ 행사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판매자가 상품 구성과 가격을 정해 타임딜을 신청할 수 있다. 롯데온은 신규 판매자 상품 중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정해 매일 3개씩 노출할 계획이다.

또한 매월 말 지난 90일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우수 셀러를 선정해 최대 200만원의 셀러머니를 추가로 지급하며, 우수 셀러 상품은 메인 페이지 노출을 비롯해 롯데온 내부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특별히 관리할 예정이다.

김동근 롯데온 셀러지원팀장은 “롯데온은 더 많은 셀러들이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이번 판매 수수료 면제와 광고 지원금, 쿠폰 지원금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며, “행사 기간 매월 3000개 이상의 셀러가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이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혜택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위메프와 티몬은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혔다. 위메프는 지난 4월 말 오픈마켓 방식의 상품별 차등 수수료를 폐지하고 포털 방식의 2.9%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 평균 수수료율(13.6%)의 5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수수료(2.9%)를 한시적 프로모션이 아닌, 고정 운영키로 한 것. 판매 품목별로 다르게 적용하던 수수료율 체계도 없앴다. 가령 지금까지는 남성 캐주얼 15.4%, 도서 11.6%, 디지털 기기 12.8% 등으로 다르게 책정해왔으나 앞으로는 모든 품목 수수료율을 2.9%로 통일한다.

이러한 포털방식의 수수료 정책 발표 이후 10일 동안 새로 진입한 파트너사(셀러)가 직전 같은 기간보다 33.2% 증가했고, 전체 파트너사 수도 전년동기 대비 22.2% 늘었다는 설명이다.

위메프는 판매자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새로 참여한 판매자들이 위메프 플랫폼을 더욱 쉽게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파트너사 업무에 가장 필요한 주문·배송 확인 기능,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판매자톡’ 기능 등을 담은 파트너사 전용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티몬은 아예 협력사 판매수수료를 ‘-1%’로 설정한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내놨다. 티몬에 따르면 ‘판매수수료 -1%’는 파트너사가 판매할 상품을 추가 옵션 없는 단품등록 방식으로 등록하면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판매 대금의 1%를 돌려주는 수수료 정책이다.

티몬은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시행하다가 기간을 5월 말일로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 8월31일까지 추가 연장키로 했다. 파트너사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티몬에 따르면 정책이 시작된 전월과 비교할 때 4월 한 달간 단품딜 수는 2배 증가했으며 단품딜의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오픈마켓 등록 파트너 수는 50%가량 증가해 상품의 구색이 풍부해졌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몰의 평균 실질수수료가 9%인데다 통상 3%대의 결제수수료까지 티몬이 부담하기 때문에 -1% 수수료 정책으로 판매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10% 이상”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경쟁, 당분간 지속될 듯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단기적 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 수수료 할인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함을 방증한다. 우수 판매자들을 많이 유치해야 취급 상품수가 늘어나고 플랫폼 내 가격, 서비스 경쟁 등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출혈 경쟁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빠른 정산 시스템 등 사업 편의성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자들이 수수료 때문에 무조건 입점을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11번가 등은 배송 완료 다음 날 판매대금의 90∼100%를 지급한다. 하지만 위메프와 티몬은 정산에 길게는 60일까지 걸리고, 롯데온도 정산하려면 배송 완료일로부터 1주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등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까지 온라인 쇼핑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건 수익성에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업체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봐야겠지만 제품 구색 확보가 고객 이탈을 막는 결정적인 큰 요소인 만큼 판매자 유치를 위한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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