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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소비자, 그들은 알고 있다눈높이 무시한 마케팅, ‘소비자 수사대’에 역풍
  • 전진용 기자
  • 승인 2021.06.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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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단 일부 유통기업들의 부적절한 마케팅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스스로 마련한 세미나를 통해 과장되게 선전하는가 하면, 일부의 왜곡된 표현이나 혐오 그림을 교묘하게 삽입한 광고가 문제되면서 부터다. 이런 사건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기업 총수의 사퇴나, 매출의 막대한 손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무시한 꼼수 마케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큰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그동안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해왔다. 비대면 문화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과 판촉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완전히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도를 넘어선 부적절한 홍보·마케팅도 유통업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유통업계의 무리수는 오히려 악수가 되어 업계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백신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공포를 악용한 마케팅 사례 역시 이에 속한다. 하지만 업체들의 이런 꼼수 마케팅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이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일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예전에는 통했던 꼼수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소비자는 속지 않는다

지난 4월 한달간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600~700명대를 오가며 4차 대확산의 우려로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에 달했다. 이런 시기에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학술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발표 전후 급등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가운데 일명 ‘네티즌 수사대’라 일컫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이 행사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남양유업의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각종 SNS 등을 통해 확산되자,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해당 연구가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동물 세포실험 단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의 반박마저 잇따랐다.

이에 남양유업은 “순수한 학술 목적의 연구 발표”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연구부터 발표까지 ‘불가리스 홍보용’으로 기획한 학술 행사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남양유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행보였다. 급기야 세종시 소재 공장은 2개월 영업정지를 받았으며 홍원식 회장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기업 쇄신의 목리가 높아지면 비대위가 구성되고 오너일가 중 2명의 등기이사도 해임되면서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유통 전 분야에서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수십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유제품 기업이 이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소비자들의 지적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그럴듯하게 포장한 학술발표라는 명목으로 자사의 제품을 과대·과장하고자 하는 의도를 소비자들이 먼저 느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결과를 포장하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이제 소비자들에게 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네티즌 수사대’와 같이 ‘소비자 수사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남혐 광고 논란, 단서는 소비자가 찾다

남양유업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통가에 또 다른 악재가 튀어 나왔다. 이번에는 예상치도 못한 ‘젠더 갈등’ 이슈가 불거져 나온 것.

지난 5월초 GS25가 내놓은 캠핑 이벤트 포스터가 ‘남성 혐오’(남혐)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은 지난 1일 GS25가 제작한 캠핑용품 관련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서 시작됐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 등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포스터 속 손 모양이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메갈리아’는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강조한 손 모양을 담은 로고를 내세운 바 있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와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인터넷 커뮤니티로 지난 2017년 폐쇄됐다.

소비자들은 포스터에 적힌 영어 문구도 문제를 제기했다. 영문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조합하면 ‘메갈’(megal)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지적이었다. 소비자들이 하나 하나 문제가 되는 그림과 문구를 찾아 SNS 상에서 공유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번 남성 혐오 광고 논란 역시 소비자들인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불거진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GS25 측은 해당 포스터를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된 포스터 또한 하단에 그려진 달과 별 3개가 서울대 여성주의 학회 마크를 뜻한다는 지적이 나와 GS25 측은 결국 포스터마저 삭제했다.

또 GS25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표기했으며 이미지 또한 유료 사이트에서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해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그러나 이 같은 사과문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SNS 등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일부 남성 소비자들은 ‘NO GS25,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공유하며 GS25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급기야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소비자 수사대’ 의혹 제기…외식·패션까지 논란 번져

이번 GS25에서 처음 불거진 남혐 논란은 이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많은 남성 소비자들이 의혹이 있는 광고문구나 일러스트 등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무신사·치킨 프랜차이즈 등 유통업계 여러 곳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숨은 메갈(리아) 찾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패션유통사인 무신사의 포스터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무신사도 지난달 공개했던 현대카드와 물물교환 프로젝트 포스터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카드를 잡고 있는 손모양이 메갈리아의 손모양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여러개 레퍼런스 이미지를 기반으로 제작됐고, 어떤 의도가 없었다”며 “차별과 혐오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사 게시판과 SNS 등을 중심으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게시판에는 무신사가 오리온과 협업해서 만든 ‘초코송이도 무신사랑해’의 패키지에 대한 의심도 제기됐다. 하양송이의 캐릭터가 모자를 잡고 있는 손모양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한국맥도날드는 방송인 ‘재재’를 광고모델로 쓰면서 페미니즘 논란을 겪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 재재를 광고모델로 하는 영상을 올리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페미와의 전쟁을 시작합시다. 맥도날드 불매운동합시다. 우리도 뭉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젠더 이슈가 부각되면서 재재를 모델로 쓴 맥도날드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치킨 프랜차이즈 A사도 남성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이드 메뉴 ‘소떡’ 이미지는 손으로 구워진 소세지를 집고 있는 모습을 강조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GS25의 포스터와 유사하게 메갈리아의 손 모양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A사는 자체적으로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A사는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현재 유관부서를 통해 경위 등을 확인 중이며 과거 모든 제작물에 대해 철저한 전수조사 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삭제 조치할 것이며 문제가 발견된다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급적 손모양이 들어간 이미지를 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혹시 과거에 사용했던 홍보물에도 논란이 될만한 것이 있을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분노에 논란 소지 찾느라 ‘초비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리아) 찾기’ 움직임이 확산하며 과거 홍보물들로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유통가는 초비상 상태다. 유통 업체들은 혹여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홍보물이 있는지 찾는 등 발 빠른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논란이 된 해당 업체들은 광고물 제작과 모델 기용을 재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일부 GS25 가맹점주는 남혐 논란에 대한 가맹본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젠더 갈등이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판매 중인 상품이나 광고 홍보물, 디자인에 문제가 되는 내용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자체 제작 브랜드나 광고물 디자인 하나하나 다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단 한 번이라도 논란의 중심에 서면, 그로 인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매출 감소 등 그 피해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밖에 없는 만큼 마케팅 활동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사회문제로 확산…소비자 눈높이 제대로 파악해야

이번 유통가 남성혐오를 교묘히 표현한 광고물 논란은 정치·사회 전반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혐오 요소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일각에서는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2030세대에게는 이 논란이 ‘감정’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지난 6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출마의 이유로 ‘젠더 이슈’를 들기도 했다. 이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 이슈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 이번에 유통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남혐 논란은 최근에 발생한 논란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던 사회 문제였다. 지금은 남혐 논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여혐(여성혐오) 논란’ 또한 엽기적인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는 요소들을 유통기업들이 검증절차 없이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중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앞으로도 더욱 큰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자들과 달리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스마트하고 냉철한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논란을 통해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보다 철저하고 완벽한 검증을 거쳐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직접 상대하고 그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유통기업들이 조심하고 또 조심했어야 했다”면서 “혐오를 하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요소를 혐오로 느끼는 소비자층이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야 했고 이번에 논란이 된 기업들은 그것을 간과했던 부분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진용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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