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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유통가 광고의 민낯재앙·질병 등 소비자 심리 악용…허위·과장 광고 연 1천건 넘어
  • 전진용 기자
  • 승인 2021.05.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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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공포의 시간이 이미 1년 3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은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경기는 바닥을 친지 오래다.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대와는 달리 정부의 백신수급이 난항을 겪으면서 언제쯤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소비자들의 공포심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이런 소비자의 공포심리를 허위·과다광고로 악용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불거진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태’는 일부 유통기업들의 민낯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월 한달간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600~700명대를 오가며 4차 대확산의 우려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은 더욱 강화됐다.

이런 시기에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학술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발표 전후 급등했다.

그러나 곧 해당 연구가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동물 세포실험 단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이에 남양유업은 “순수한 학술 목적의 연구 발표”라고 주장했지만, 심포지엄 일정과 연구 결과를 언론사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부터 발표까지 ‘불가리스 홍보용’으로 기획한 학술 행사라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무리한 코로나 마케팅 불매운동으로 역풍

남양유업이 소비자들의 공포심리를 이용한 코로나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커지면서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무리수를 둔 것이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뒤늦게 사과를 하긴 했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진행한 항바이러스 효과분석에서도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를 99.999%까지 사멸했다”고 주장했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발표해 주가도 급등했다. 당일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종가(38만원) 대비 29% 오른 4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8일 종가(30만6,000원)보다 60% 가까이 뛴 것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임상 연구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과 치료효과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관련 일련의 모습은 다분히 소비자들의 심리를 판촉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며 “가장 힘들고 공포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행태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너무 큰 악수를 둔 셈”이라고 전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역풍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는 남양유업 제품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실제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논란 등으로 이미지가 바닥에 추락한 지 오래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지난해 9,489억원을 기록해 11년 만에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남양유업의 허위·과대 광고가 역풍이 되어 기업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코로나19 마케팅 역풍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10년 전 방사능 방어 식품 논란과 빼닮았다.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전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과 질병 앞에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다.

10년 전 日 방사능 유출 때와 판박이…업계 고질적 불안 마케팅

이번 사태로 남양유업은 진퇴양난인 상태다. 세종시는 지난 16일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하고, 생산공장이 있는 세종시에 영업 정지 2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공장은 세종, 천안, 경주, 나주 등 전국에 총 5개가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세종공장 영업이 정지될 경우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정황이 있는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찰에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세종시에도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이번에 문제가 된 불가리스 뿐 아니라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유가공 제품 모두 생산, 유통, 판매가 정지된다”며 “다만 기존에 생산된 제품은 유통, 판매가 가능하고 행정당국의 결정 시점부터 금지 처분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불가리스 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 등 남양유업 유제품 전체의 40%를 생산하고 있어 영업정지 처분은 치명적이다. 세종시는 2주 내에 남양유업 측의 의견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최종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소비자 심리를 악용한 무리수와 그로 인한 역풍까지 꼭 닮은 10년전의 사건이 회자된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당시 방사능 피폭 우려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금지됐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일본산 원자재가 들어간 화장품 공산품까지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일부 업체가 홍삼, 알로에, 로얄제리, 클로렐라, 요오드 함유 식품 등에 방사능 방어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유명 알로에 업체는 2011년 4월 각 언론사에 ‘알로에로 방사능 걱정 뚝’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업체는 자료를 통해 1990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알로에가 방사능으로부터 손상된 세포 활성화, 조형기능개선 및 면역력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식약청(현 식약처)은 이 자료를 허위·과대광고로 보고 관할 구청에 통보, 결국 해당업체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금의 남양유업 사태와 판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심리를 악용한 마케팅과 광고·홍보 활동은 단기간의 드라마틱한 이익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에게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유통업계에 스며들어 있는 여러 허위·과대 광고를 근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기식 등 유통업계 허위·과대 광고 연 1천건 넘어

사실 이번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비슷한 적발 사례가 1천건 이상된다. 특히 건강기능성 식품 등의 시장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유통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표방하는 등 허위·과대광고 사이트을 상시 점검한 결과 식품 711건, 건강기능식품 320건 등 총 1,031건을 적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사이트 차단 등을 요청했다.

주요 적발 사이트를 살펴보면 ▲ 오픈마켓 477건(46.3%) ▲포털사 블로그 및 카페 등 442건(42.9%) ▲누리 소통망 65건(6.3%) ▲일반쇼핑몰 47건(4.5%)등이다.

적발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1월 65건 ⇨ △2월 457건 ⇨ △3월 182건 ⇨ △4월 113건 ⇨ △5월 36건 ⇨ △2021년 3월 20건 등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부터 부당광고 적발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지속적인 온라인 점검 강화로 2020년 5월 이후에는 현저히 감소한 상태다.

주요 적발 내용은 ▲질병 예방·치료 표방 1,004건(97.4%) ▲소비자기만 24건(2.3%)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 2건(0.2%) ▲자율심의 위반 1건(0.1%) 등이다.

질병 예방·치료 효과를 표방한 적발 사례를 보면 홍삼, 식초, 건강기능식품 등이 호흡기 감염, 코로나19 등의 예방·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시·광고했다. 예를 들면 ‘홍삼’ 제품이 면역력을 증가시켜 코로나 예방, ‘식초’ 제품이 코로나 예방, ‘프로바이오틱스, 크릴오일’ 제품이 면역력 증진, 코로나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했다.

소비자기만 사례를 보면 흑마늘, 녹차, 도라지 등 원재료가 코로나 예방 등에 효능·효과가 있다는 체험기로 이용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로 적발되기도 했다. ‘흑마늘’이 면역 증강 및 항균력도 좋아 코로나 예방, ‘녹차’가 항산화, 체지방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이 되고 코로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 표현한 사례다.

소비자로 하여금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거나 혼동하게 사례의 경우 면역기능 강화, 항산화 효과, 피로회복 등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표시·광고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태 등과 맞물려 식약처를 비롯한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점검을 강화하고, 질병 예방·치료 효능 등을 홍보하는 부당한 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쇼핑몰협회 등 관련 협회와 여러 오픈마켓 등에 온라인 자율관리 강화 등 자정 노력을 협조 요청한 상태다.

건강기능성식품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 등 건기식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일부 기업들이 과대·과장 광고나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부각시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를 맹신하기 보다는 스스로 잘 검증해 선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진용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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