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죽어라고 일해도 승진이 늦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뼈 빠지게 일해도 상대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또 살아남기 위해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내달려야 하는가? 슬슬 일하면서 좀 더 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다음 현상을 생각해보자. 모든 자동차들이 시속 100㎞로 달린다면 나도 100㎞로 달려야 멈춰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이때의 상대속도는 0이다. 만약 앞서 가려면 100㎞ 이상으로 달려야만 한다. 이때의 상대속도는 플러스이다. 100㎞보다 느리게 달리면 자기는 아무리 힘껏 달린다고 생각할지라도 마치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때의 상대속도는 마이너스가 된다.

흐르는 강물 위의 배도 마찬가지다. 강물이 흐르는 속도와 똑같이 움직이면 배는 그 자리에 그냥 있을 뿐이다. 만약 강물의 유속보다 느리게 움직이면 배는 하류로 떠내려가고 만다. 강을 거슬러 오르려면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야 한다.

어떤 개체가 변화하게 되더라도 주변의 환경이나 경쟁대상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각 개체들의 변화속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현상을 붉은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 한다. 세상의 모든 경쟁현상은 ‘붉은여왕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시카고 대학 진화생물학 교수였던 레이 반 베일런(Leigh Van Valen)이 그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는데, 진화론은 물론 경제학, 경영학이나 사회학, 기업들 간의 경쟁, 냉전시대의 군비경쟁 등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경쟁에서도 이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였다. 이 소설에서 붉은 여왕은 엘리스를 데리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지만, 엘리스는 주변 풍경이 전혀 변하지 않고 똑같은 나무 밑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엘리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가 한 것처럼 오랫동안 빠르게 달렸으면 다른 곳에 가 있어야 하는데, 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느냐”고 묻자 붉은여왕이 말하기를 “여기선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있는 힘껏 달려야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으로 가려면 아까보다 최소한 두 배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붉은여왕 효과는 처음에는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의 형태로 도입되었지만, 이 아이디어는 참으로 기발한 것으로 다른 분야에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이 붉은여왕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근본적으로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쟁이 바로 붉은여왕 효과를 일으킨다. 붉은여왕 효과는 자본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동력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삼성과 애플이 죽기 살기 경쟁을 하는 것도 붉은여왕 효과 때문이다. 그 외에도 붉은여왕 효과는 개인, 기업, 국가 간의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인간사회뿐만 아니라 치타와 톰슨가젤의 달리는 속도 경쟁, 항생제와 내성균의 살아남기 경쟁에서도 나타난다.

성공고지 향해 분명한 방향성 가지고 뛰어야

네트워크마케터들의 승급속도 면에서도 붉은여왕 효과가 나타난다. 모두 승급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데 달리는 속도에 차이가 나면 승급의 속도에도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속력(速力)은 빠를지 모르나 속도(速度)는 형편없이 느리기 때문에 승급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물리량은 스칼라량과 벡터량으로 나뉜다. 속력은 단위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로, 일상생활에서 물체의 빠르기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스칼라량(scalar)이다. 스칼라량은 크기만 가지고 있고 방향성이 없는 물리량을 뜻한다. 질량, 온도, 에너지, 길이, 회원수, 매출액 등이 이에 속한다.

속도는 단위시간 동안 이동한 위치 벡터의 변위로서, 물체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벡터량(vector)이다. 벡터량은 크기와 방향성을 동시에 갖는 물리량을 말한다. 속도는 물체의 빠르기를 이동한 방향과 함께 나타낸다는 점에서 속력과 차이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속력은 단위시간당 이동거리를 측정하여 계산하는 반면, 속도는 단위시간당 이동한 변위(變位)를 측정하여 계산한다. 예를 들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걸 생각해보자. 다람쥐는 엄청난 속력으로 달리지만 제자리에 가만있으므로 변위가 제로이다. 따라서 속도는 제로가 된다.

성공고지를 향해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 전후좌우로 방향성 없이 되는 대로 뛰다보면 피곤하기만 하지 목표지점에 도달은 늦어진다.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뛰면 빨리, 그리고 보다 힘을 덜 들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은 파트너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일이다. 물론 리더 자신이 방향을 못 잡고 헤매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아래 그림에서 어떤 사람이 A→C 방향으로 뛴다고 하자. 그러면 속력은 빠를지 모르나 속도는 형편없게 된다. A→B 쪽으로 게걸음 치고 앞으로 나간 것은 겨우 B→C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자신은 정신없이 달렸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제 발전 속도는 더디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달리는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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