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대학의 인지심리학 교수인 앤드류 윌슨(Andrew D. Wilso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오감(五感)은 초당 1100만 비트의 정보를 수용하지만, 그 중에서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40비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Daniel Simons & Christoper Chabris) 교수가 공동으로 실시한 고릴라 의상 실험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눈 뜬 장님’처럼 되어버리는 실증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그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동영상에서는 두 개의 농구팀이 농구경기를 하는 장면인데, 3명은 흰색 옷을 입고 있는 팀이고, 다른 3명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팀이다. 이들은 자기 팀 내에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데,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흰색 웃을 입은 팀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가이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패스한 숫자를 세는 게 아니었다. 사이먼스와 차브리스는 동영상이 끝나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보지 못했는지 물어보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50%를 넘었다. 그러자 두 교수는 앞에 보았던 동영상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실험참가자들은 패스 숫자에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새롭게 동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앞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고릴라 복장을 한 여성이 농구 경기장의 중앙을 가로지르면서 천천히 걸어 나가다가 화면 한 가운데서 가슴을 쾅쾅 치는 모습을 확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서 동영상을 보았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스 숫자를 세는 데만 몰두하여 다른 대상, 즉 고릴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동영상 시청에서는 패스 숫자에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고릴라가 보였던 것이다. ‘눈 뜬 장님’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실험이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은 인지(認知)하고자 하는 대상을 집중적으로 선별하여 인식하고, 그 외의 대상들은 많건 적건 인지에서 배제시키는 필터링 기능을 의미하는데, 이 실험이 이를 입증해 주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어떤 일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그 집중의 정도만큼 필터링 기능이 작동되어 여타 일은 의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주의력은 마치 어두운 밤 자동차의 전조등 같아서 눈앞의 길을 비추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전조등 불빛을 벗어난 부분은 실재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이게 바로 무의식의 세계다.

이와 같이 우리가 특정한 일에 매달려 정신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우리의 뇌는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농구팀 가운데로 고릴라가 지나가는 것과 같이, 평상시에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기 때문에 눈에 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사이먼스와 차브리스의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라고 하면, 그 일을 수행하는 동안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져도 적어도 50%는 그 사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앞의 실험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선택적 주의 현상이다. ‘선택적 주의’란 주어진 자극 중 특정한 것에만 인지자원을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특정 정보에만 자연스럽게 인지자원을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당장 필요 없는 정보들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걸러지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주의 메커니즘을 선택적 주의라 칭한다.

인간은 선택적 주의로 인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들리는 대로 듣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선택적 경청도 선택적 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선택적 경청이란 수신자가 메시지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듣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와 부합하거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내용만 선별적으로 경청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회의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구성원들이 송신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모두 듣고 조직전체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내용만 듣고 자기본위로 해석하여 서로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에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양질의 문제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없게 된다.

네트워커들에게 본사에서 강의나 다른 소통수단을 통해 정도사업, 제심합력, 개인정보보호, 베팅 금지, 유인행위 금지, 덤핑 금지, 정선상략(正善上略), 행불유경(行不由徑) 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도 일탈자가 나타나는 것은 선택적 경청이 그 한 원인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선택적 주의와 선택적 경청으로 인한 집단적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또 스폰서와 파트너 간에 불협화음도 선택적 주의와 선택적 경청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스폰서는 분명히 말했다고 주장하는데, 파트너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가? 둘 다 옳다. 스폰서는 분명히 말했지만 파트너는 자기가 관심 없는 내용이라 못 들은 것이다. 스폰서와 파트너들로 팀을 구성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네트워커들은 이점을 분명이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