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 협업 통해 장단점 보완…경쟁사 견제도

유통업계가 ‘상부상조’의 정신을 보이며 이종산업간 ‘합종연횡’을 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기업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세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위험요소로 감수한 채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이종산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보완하고 양 측이 모두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 대기업들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쟁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따른 온라인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위한 협업이다. 온라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분야는 바로 배송과 물류다. 하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사들이 온라인 강화를 위해서 배송, 물류를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를 갖추고 있는 기업과 협업을 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뿐 아니라 상호 시너지를 통한 외형성장이 가능하다.

특히 유통기업들이 이종산업간 합종연횡을 통해 풀필먼트(종합물류대행)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온라인 플랫폼, 물류기업과 손잡고 훨훨~

온라인 플랫폼 1위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는 그동안 약점을 지적되던 물류분야를 물류 사업자 1위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으며 손쉽게 해결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 등 CJ그룹 계열사 3곳과 주식 6000억원어치를 교환했다. 물류뿐 아니라 미디어·콘텐츠 영역 제휴를 위한 행보다.

4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부터 오프라인 결제까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쇼핑의 지난해 예상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30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쿠팡(17조771억원)과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번 CJ대한통운과의 제휴를 통해 완전한 경쟁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가장 취약점으로 평가받던 물류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CJ그룹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공유를 통해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단지 네이버만 좋은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 역시 온라인 플랫폼 1위의 네이버를 통해 물류배송 수요를 크게 높일 수 있어 이번 제휴는 큰 의미가 있다.

11번가 역시 투자와 증설보다는 협업을 선택했다. 11번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손잡고 이르면 올 1분기에 우체국 택배를 기반으로 한 신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맺은 협약에 따라 11번가는 우정사업본부 대전우편물류센터를 통해 상품의 입고·보관·출고·반품·재고관리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3800여평 규모의 이 물류센터를 활용해 매일 자정 전까지 주문한 상품에 대해 다음날 소비자들이 받아볼 수 있는 ‘자정마감 오늘발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체국 택배의 가장 큰 장점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배송 인프라다. 읍·면 단위까지 뻗어있는 배송 인프라를 통해 배송 서비스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외에도 소규모 물량으로 택배 계약이 어려운 스타트업, 소호셀러 등 소상공인 상품을 우체국택배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생택배’ 서비스를 전개해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 개선도 가능하다.

11번가는 해외로도 눈을 돌려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가 성사된다면 해외 직구의 단점으로 꼽히는 긴 배송 기간이 단축되고, 배송 대행 등 중간 단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오프라인, 손잡고 ‘윈윈’

‘합종연횡’의 모습은 유통사와 물류사들의 사이 뿐 아니라 그동안 미묘한 경쟁관계를 보였던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유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의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해 경쟁구도를 가졌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무게추가 기울면서 서로간의 상생과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제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과 네이버가 O2O 플랫폼 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각 사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플랫폼과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O2O 중심의 신규 사업을 진행,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과 편의를 제공한다.

BGF리테일은 전국 1만5000여개 CU 등 국내 최대 오프라인 점포와 통합 물류망을 갖추고 있으며 네이버는 인공지능(AI)과 금융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해 상품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적극 도입한다. 또 CU의 하이브리드 편의점 운영 노하우와 네이버의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집약해 차세대 편의점 모델도 구현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사인 신세계와 온라인 플랫폼을 대표하는 네이버와의 제휴소식이 유통가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사가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협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신세계와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운영 중인 네이버 간 협력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묘수로 평가된다. 신세계가 신선식품 등 상품 소싱을 지원하고, 네이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지원할 경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유통업계 관졔자는 “다만 일각에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배송물류 인프라를 완벽히 구축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반쿠팡 연대가 아니냐는 추축도 나오고 있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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