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불법 방문판매 오명, 뒤집어쓰는 현실 문제

국내 다단계판매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5조원 이상의 매출과 83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이하 2019년 기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업체 수도 130곳으로 늘었고, 후원수당을 수령한 판매원 수만 152만명에 달했다. 이들 판매원에게 지급된 후원수당 총액은 1조7804억원이었다.

매출 1조원 이상의 기업도 두 곳으로 늘었다. 한국암웨이에 이어서 ‘소비자 중심 네트워크 마케팅’을 지향하는 애터미가 1조7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1조원 클럽에 2개사가 들어갔다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다단계판매업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다단계판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라며 “국내 소매시장 규모에 비하면 다단계판매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 시장의 성숙과는 별도로 업계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제자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다단계판매업과 관련해서 ‘피라미드’라는 단어를 우선해서 떠올렸다. 중복응답을 감안하더라도 설문응답자의 92.2%%가 ‘피라미드’를 첫 번째 떠오르는 이미지로 꼽았다는 건 아픈 지점이다. 이어지는 이미지도 부정적이었다. 제품구입 강요(51.0%),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해 돈 버는 사업(50.6%), 불법판매 방식·사기(50.5%), 일확천금(12.6%)의 순이었다.

30여년이 지났다. 다단계판매 시장은 이제 성장을 넘어서 성숙된 시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의 덫에 잡혀있다.

설문조사의 다른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단계판매=불법유통’이라는 응답이 53.5%에 달한다. 긍정적이라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0.7%에 그쳤다. ‘관심이 없다’는 답변은 15.8%였다.

‘다단계판매=불법유통’이라는 응답에서 남성은 56.3%로 여성(50.6%) 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64.9%의 응답이 부정적이었다. 20대에서는 긍정적 응답도 20.4%에 머물며,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직업군으로 검토하면 부정적인 응답이 가장 높았던 이들은 대학(원)생으로 무려 72.8%였다. 20대의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다수인 것은 실상 불법 방문판매 업체들의 활동에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이들 업체들은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같은 소비자피해보상 기관에 가입되지 않은 업체들이다. 미등록 방문판매업체로도 불린다. 이들이 양 공제조합 중 한 곳에 가입한 후 활동을 하고 있는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업체들의 영업방식을 일부 차용하면서 불거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다단계판매 업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이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업계 전반의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설문에 응답한 일반 시민들은 절반 가까이가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구분하지 못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구분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5.%였다. 반면 ‘구분하지 못한다’에 응답한 이들의 비중은 46.4%에 달했다. ‘관심없다’는 응답은 18.6%였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변한 이들 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같은 46.4%였다. 또 연령별에서는 20대와 30대의 49.3%의 응답자가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서울시까지 ‘인식 오도’ 앞장

구분되지 못하는 사이에 다단계판매는 불법방문판매 업체들의 ‘위법’ 행위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사례들은 넘쳐난다. “860억원 챙긴 불법 다단계 일당 검찰 넘겨져”. 지난 12월 12일 한 일간지의 보도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를 보면 투자자 26만명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860억원을 챙긴 불법 다단계 업체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어진 기사 내용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미등록 다단계 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관계자 110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 100여개 지점을 두고 26만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86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였다.

기사에도 적시된 것처럼 A업체는 ‘미등록 다단계 업체’였다. 현행법상 이 업체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아니라 무등록 방문판매업체이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는 구분을 하지 않는다. 불법 방문업체들은 모두 ‘불법(미등록) 다단계판매 업체’로 낙인을 찍어서 보도한다. 일반 시민들이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전제하면 미등록 방문판매업체의 불법행위가 모조리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회사로 오인되는 결과를 낳는다.

언론 매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내서 가장 큰 행정기관 중 한 곳인 서울시청에서도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분 없이 다단계판매를 불법으로 지칭하는 공익(?) 광고를 내보냈다. 정부 기관에서 나서서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따르지 않는 행태를 고민 없이 내놓은 형국이다. 무지이거나 무관심의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기사는 지난해 본지 10월호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이를 보면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든 홍보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이 동영상에는 다단계판매는 무조건 불법이라고 오해 할 수 있는 소지의 애매한 대사와 자막이 포함됐다.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업계로서는 또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홈페이지에는 ‘넋나간 가족’이라는 동영상에서 4명 가족을 등장시켰다. 이 영상의 초반부분에 “그거, 다단계, 불법인거 몰랐어?”라며 딸이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코로라19에 노출됐는데, 이는 불법 방문판매업체의 설명회에 다녀 온 탓이다. 다단계판매 업체에서 코로나에 노출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 업체 방문으로 표현 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단계, 불법인거 몰랐어”라는 대사를 의도적으로 넣음으로써 ‘다단계판매=불법’이라는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처사다. 업계 일각에서 “다단계판매 업계를 다른 유통에 비해 무시하는 처사처럼 느껴졌다”는 격한 발언이 나올 만 하다.

이해할 수 없는 서울시의 행태는 이어졌다. 동영상 공개 이후 한국직접판매협회 등이 서울시에 직접 항의를 하고 동영상의 대사 수정이나,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서울시와 같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가장 파급력 있는 공기관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이나 정보를 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서울시의 이러한 무성의한 태도에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협회, 조합, 기업들이 힘을 합쳐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의 규제 일변의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이 실렸다”는 본지의 보도에 힘이 실렸다. 이와 관련해 다단계판매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 업체에 대한 오해에서 오는 부정적인 시각은 법을 준수하면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다수 다단계 판매원과 판매업체들의 사업 행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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