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대국민 여론조사

본지에서 지령 200호 특집으로 다단계판매 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100호 특집(2012년 9월호) 이후 두 번째입니다. 기초 자료의 목적입니다. 다단계판매 업계 및 해당 기관에서 나타난 여론을 수렴해 정책입안 등에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조사기관 : 엠브레인 ◆후원사 : 애터미 주식회사 ◆오차범위 : ±5%

◆조사범위 : 전국 8개 대도시(광역시 포함) 성인남녀 1000명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다단계판매를 알고 있었다. TV나 신문, 라디오 등과 같은 언론 매체의 보도가 다단계판매를 알게 된 주요 경로였다.

또 언론 매체들에서 집행된 다단계판매와 관련한 광고를 통해서 인지한 이들도 상당했다. 다단계판매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상당부분을 언론 매체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친구나 가족·친지 등 지인들을 통해서 다단계판매를 알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됐다는 것은 다단계판매 제품의 사용경험과 이어진다. 다단계판매 시장에의 신규 판매원 유입 이슈와 이에 따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다단계판매 명칭의 변경이다. 대한민국 일반 시민들에게 다단계판매 제품 사용경험이 확대된다는 것은 명칭 변경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이 같은 결과는 넥스트이코노미가 200호 발행을 맞아 리서치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한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에서 드러났다. 이번 설문은 서울, 경기, 부산 등 8개 대도시(광역시 포함)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60세 이하의 남녀 1000명을 표본으로 진행했다. 다단계판매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일반 시민이 대상이었다. 표본오차는 ±5% 수준이다.

10명 중 8명 다단계판매 “알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다단계판매업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80.5%였다. 다단계판매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일반 시민 10명 중 8명은 이 판매방식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성의 인지비율이 81.2%로 여성(79.8%)보다 소폭 높았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그 보다는 20대~50대의 연령 중에 50대 연령의 인지비율이 83.8%로 가장 높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같은 항목에서 40대의 비율도 82.7%로 80.5%를 넘었던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73.8%, 79.2%로 평균치를 하향했다. 사회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연령에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도가 높았다는 일반적인 해석이 자연스럽다.

지역별로는 대구(84.5%) 거주자들이 다단계판매를 가장 많이 알고 있었고, 대전지역에서는 75.6%의 인지도로 가장 낮았다. 직업군으로 보면 자영업자들의 인지율이 87.8%로 높았다. 하지만 1위는 아니었다. 직업군에서는 공무원들의 인지율이 91.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주요 대도시의 지역 공무원들의 순환근무제와 관계가 있다. 다단계판매의 등록과 취소 등의 업무를 시청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순환근무를 통해서 이 같은 업무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이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등록취소 업무 외에 다단계판매 업체들의 각종 데이터를 산업경제과가 담당하는 등 유관 업무를 경험했던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다단계판매업에 대해서 인지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업주부(87.2%)와 판매·영업·서비스직(89.7%) 종사자들이 다단계판매업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는 이들 직업군이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직간접 경험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학력별로는 고등학교 졸업자 군에서 83.3%의 인지율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소득별로는 600~699만원의 상대적 고소득 군에서 84.3%의 인지율을 보였다.

인지경로를 보면 ‘TV, 신문, 라디오 등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라는 응답율이 남성과 여성의 성별은 물론이고, 연령과 지역 그리고 소득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장 높았다. ‘친구, 가족, 친척 등 지인’을 통한 인지율은 그 다음이었다.

중복선택이 가능한 질문이었음을 감안해도 인지경로를 묻는 두 답변의 응답율은 다른 항목에 비해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를테면 직접경험이나 유튜브, SNS 등을 통한 인지율은 모두 1%에도 미치지 못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 단순하게 보자면 직접경험이나 유튜브, SNS 등을 통해서 다단계판매업을 알게 된 이들은 거의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서 ‘친구, 가족, 친척 등 지인’을 통한 인지율은 60.2%로 ‘TV, 신문, 라디오 등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라는 답변의 응답율 68.8%와 8% 전후한 차이에 그쳤다.

인지경로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TV, 신문, 인터넷 등의 광고를 통해’라는 답변도 26.0%의 수치로 적지는 않았지만 1, 2위 답변과의 격차는 세배에 가까웠다. 물론 다단계판매를 알게 된 경로를 대중매체를 통한 보도와 더불어 광고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단연 대중매체가 인식 기여도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중복응답이 가능한 항목이기는 했지만 설문응답자의 대다수는 다단계판매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지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입을 권유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의 비중은 응답자 5명 중 1명꼴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다단계판매원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입을 권유받아 본 적 경험이 있다는 문항에는 35%가 응답했다.

다단계판매 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 구입하지는 않았으나 이용해 본 적이 있다(24.9%)는 응답까지를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어떤 식으로든 다단계판매를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다단계판매 회사에 대해서 어떠한 경험도 없다는 응답자가 24.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 이상은 다단계판매를 경험했다고 봐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지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거나 권유를 받아 본 적이 있는 국민들의 응답 비중은 여성이 54.8%로 남성(43.1%)에 비해 10% 이상 높았다. 연령으로는 40대가 58.6%로 가장 경험이 많았고, 50대(56.3%)가 뒤를 이었다. 지역으로는 부산(52.4%), 대구(52.1%), 경기(51.4%)의 순으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은 47.5%에 그쳤다.

직업별로는 이번에도 공무원(66.7%)로 상품구매나 권유를 가장 많이 받았고, 대학(원)생은 21.0%로 가장 적었다. 전업주부는 60.6%였다.

다단계판매, 상품의 질에 ‘승부’

다단계판매는 상품의 질에 공을 들여야 한다. 다단계판매가 국내에서 시작된 30여 년 전 부터의 불문율이었다. 그래서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상품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테면 외국계인 한국암웨이와 쌍벽을 겨루고 있는 국내 다단계판매 기업 애터미의 경우 화장품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얼마 전에 다시 입증 받았다. 자사 판매 제품인 프리미엄 화장품 라인 ‘앱솔루트 셀랙티브 스킨케어’ 6종 전 라인이 92차 ‘IR52장영실상’을 지난 여름에 수상했다. 이는 ‘앱솔루트 셀랙티브 스킨케어’에 적용된 기술이 시대를 선도하는 신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기업들의 선전 속에서 다단계판매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는 설문응답자들은 절반이 넘는 51.5%였다. 여성의 경우에 61.5%에 이르렀다. 20대(33.5%)를 제외한 30·40·50대의 사용비율은 모두 50%를 넘었다. 40대의 사용경험은 60.6%였다.

고무적인 것은 소득별 분포에서 월 8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서 다단계판매 제품의 사용 경험이 가장 높은 62.4%의 응답이 나왔다는 점이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은 쪽에서 다단계판매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컸다.

문제는 사용해 본 이들은 많으나 다단계판매 제품의 재구매 의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점에 있다. 품질이 좋아서(66.3%) 제품을 사용은 했지만 재구매 의향은 39.0%에 그쳤다. 모순이다. 제품 재구매 의향이 없는 이들의 이유는 품질이 떨어져서(7.5%)가 아니었다. 가격이 비싸서(25.4%)라는 의견은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게 전부도 아니다. 제일 큰 이유는 ‘누가 주면 쓰겠지만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서(34.7%)였다.

같은 맥락에서 시사점이 있는 응답은 ‘다단계 제품이니까(32.4%)’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다단계판매 제품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19.9%)는 답까지를 이끌었다고 본다. 다단계판매 제품에 대한 이들의 의식을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먼저 제품의 가격이다.

다단계판매 제품의 가격이 매우 훌륭하다고 답한 이들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4%에 머물렀다. 훌륭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6.4%로 낮았다. 반면 전혀 훌륭하지 않다(19.1%)와 훌륭하지 않다(41.1%)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에서 60%를 넘어섰다. 33.3%의 응답자가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는 다단계판매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매우 훌륭하다는 응답은 0.9%에 그쳤다. 훌륭하다는 10.9%로 체면을 살렸다. 전혀 훌륭하지 않다는 응답 14.2%와 훌륭하지 않다 32.9%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과반을 넘어섰다.

다만 41.1%의 응답자가 ‘보통이다’라고 답해서 수익성에 대한 이들의 인식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다단계판매원의 서비스 관련 질의에서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8.2%에 이르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질문에서 ‘훌륭하다’고 답한 비율이 19.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단계판매원의 서비스 수준은 10명 중 6명 가량이 만족할 수 있다는 응답이다.

우종철 네트워크마케팅 리더십센터 원장은 본지 칼럼에서 “네트워크마케팅은 제품 판매에 앞서 사람의 인격(신용·신뢰)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그래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을 위해서라도 다단계판매원은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고, 이의 결과로 일반 시민들도 만족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단계판매원의 서비스 수준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보통이다’의 응답은 여성에게서 52.4%로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20대(53.4%), 30대(43.3%), 40대(49.4%), 50대(47.8%)를 나타냈다. 연령에 상관없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결과 수치를 보여줬다.

직업별로는 다단계판매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접할 것으로 관측되는 공무원군에서 58.3%의 가장 높은 응답율이 나왔고, 전업주부가 56.9%로 뒤를 이었다. 소득구분에서는 역시 800원 이상의 고소득군이 51.2%로 ‘보통’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단계여서…재구매 외면 ‘현실’

다단계판매원의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통해서 일반 시민들 10명 중 6명 가량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품의 질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재구매 의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재구매 의향이 없는 이들의 이유 중 주목되는 지점은 ‘다단계 제품이니까(32.4%)’이다. 다단계판매 제품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19.9%)는 답까지를 같이 놓고 보면 일반 국민들은 다단계 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제품을 다시 이용하지 않는 주요 동인임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다단계 제품이어서 재구매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한 연령대가 30대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30대의 응답율은 39.5%로 거의 40%에 육박했다. 같은 대답이 20대에서는 33.%, 40대 30.6%, 50대 30.4%로 30%대 초반에 머무르는 것과 대비된다.

대한민국에서 30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중추로 정보기술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으로 정의된다. 특히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대이다. 신뢰를 기본으로 하고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전통적인 금융사에 대한 회의를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광고 등의 전통적인 마케팅보다는 개인적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광고나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간의 경험을 전달하는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기본 요소로 차용하고 있는 다단계판매업의 본질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타깃팅에 가장 적합한 세대라는 의미다.

그런데 바로 이 연령대에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제품의 재구매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해석은 ‘언택트 시대의 다단계 유통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근거를 더 한다. 이 질문에서 응답자 전체 중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51.5%에 달했다.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3.6%에 그쳤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34.9%였다.

성별로 보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남성은 59.5%였고, 여성은 42.9%이었다. 남성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우위였다.

세대별로는 여기서도 20대가 가장 높은 53.4%의 응답율로 ‘언택트 시대의 다단계 유통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인식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가장 익숙하게 사용해 화서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돼 있다는 20대의 진단이어서 시사점을 갖는다. 이어서 30대(52.5%), 40대(51.0%), 50대(50.0%)의 순이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부정적 인식이라는 답변 비율이 다소 낮아졌다.

직업군으로 나눠서 보면 이례적으로 생산직에서 64.1%가 부정적이라는 답변을 해서 제일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언택트 시대의 유통 채널과 관련된 질문이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낯선 상황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바로 뒤를 이어서 자영업자의 부정적 인식(61.2%)이 따라왔다는 점을 이해하기 편하다.

제품 비구매 “가격 문제가 아냐”

다단계판매 사업에 대한 인식 중에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볼 수도 있다.

다단계판매 사업에 부정적인 이유(중복응답)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65.3%)’이었다. 남성들은 68.2%가 이를 선택했고, 여성들은 62.2%였다.

성별로 구분해 보면 50대가 70.9%로 가장 많이 선택했고, 20대가 68.6%, 30대가 63.0%였다. 40대는 57.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적으로는 대전지역 응답자의 78.8%가 이 항목을 꼽았다. 직업군에서는 대학(원)생이 80.3%로 가장 높았고, 판매·영업·서비스직에서는 45.9%로 가장 낮았다.

이 질문의 답변들 중 눈에 띄는 대목은 ‘판매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라는 응답은 0.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제품 판매 가격이 다단계판매 사업의 부정적 이미지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의미의 선택이다.

제품의 품질에 공을 들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전달하려는 다단계판매 사업의 특징이 적절하게 반영된 응답으로 분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어 다단계판매 사업에 부정적인 이유 중 두 번째로 꼽힌 항목은 ‘제품 사재기로 금전적인 피해가 크기 때문에(56.5%)’였다. 이어서 ‘지나친 사업 권유 때문에(51.0%)’이었고,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율도 41.5%나 됐다.

특히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라는 답변에 응답율이 낮지 않은 것은 다단계판매 회사 및 CEO의 도덕성 관련 질문 항목과 같이 읽으면 이 사안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응답자들 중 절반 이상은 다단계판매 회사 또는 CEO들이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전혀 훌륭하지 않다(28.6%)’와 ‘훌륭하지 않다(35.4%)’의 응답률이 가리키는 이미지가 그렇다. 물론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인 33.7%가 낮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훌륭하다(2.0%)’와 ‘매우 훌륭하다(0.3%)’라고 응답한 이들은 사실상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다.

응답자들은 다단계판매업과 관련해서 ‘피라미드’라는 단어를 우선해서 떠올렸다. 설문응답자의 92.2%%(이하 중복응답)가 그랬다. 제품구입 강요(51.0%),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해 돈 버는 사업(50.6%), 불법판매 방식·사기(50.5%), 일확천금(12.6%)로 이어졌다.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 것이다.

긍정적인 상기 이미지로 제시됐던 신유통 분야의 무점포 판매방식은 9.4%에 그쳤고, 부업이라는 개념도 8.4%, 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을 떠올린다고 응답한 비중은 3.5%로 제일 하위 순서였다.

다단계판매, 추가 수입 ‘대안’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본지에서 실시한 다단계판매 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설문조사 수치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당시에도 응답자의 93.5%가 다단계판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피라미드’를 택했다. 두 번째 이미지로 선택된 항목인 ‘불법판매 방식·사기’를 연상한 비율은 61.0%였고, 제품구입 강요(59.5%),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해 돈 버는 사업(21.8%) 순이었다.

‘신유통 분야의 무점포 판매방식’을 연상한 비율은 12.4%에 그쳤고, ‘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을 떠올린 비중은 불과 2.5%였다. 8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유의미한 수치의 변화는 거의 없다.

다단계판매 사업을 해 볼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2012년도나 2020년이나 대략적인 추세에서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약간의 수치 상승에서 희망이 단초는 발견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다단계판매 사업을 권유받는다면 사업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2012년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0.7%였지만 2020년에는 1.1%였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는 ‘잘 모르겠다(10.6%)’와 ‘사업설명을 들어 본 후 결정하겠다(10.1%)’는 유보적인 답변을 합하면 20%가 넘었다.

지난 2012년 같은 설문에서 ‘사업설명을 들어 본 후 결정하겠다’는 응답이 한 자릿수인 7.7%에 그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최소한의 교두보는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교두보 확보를 전제하면 다단계판매 사업 의향이 있는 경우 그 이유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추가적인 수입 또는 현재 하는 일을 대체하고 싶어서’였다. 중복응답이 아닌데도 63.6%의 비율로 응답자가 많았다. 절반을 훌쩍 뛰어 넘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50.0%)에 비해 여성(71.4%)이 뚜렷하게 높았다.

이어진 응답은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18.2%)였다. 그리고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질 것 같아 그 대비책으로(9.1%)’와 ‘여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9.1%)’가 같은 비중으로 선택됐다.

한편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전체 인지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단계판매를 통해 고수익을 올린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있는 응답자의 비중도 26.7% 가량 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29.2%로 근소하기는 하지만 남성(24.2%) 보다 높았다. 연령대에서 보면 40대는 30.1%가 다단계판매를 통해 고수익을 올린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50대(28.1%), 30대(26.7%)에 이어서 20대에서도 19.9%가 다단계판매를 통한 고수익 사례를 듣거나 본 경험이 있었다.

공제조합, 존재감 여전히 ‘부족’

설문에 응답한 응답자들 중 다단계판매 사업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듣거나 본 경험을 했다는 이들이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파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보상이 가능한 지와 어디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 한 이들도 절반이 넘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단계판매 사업 피해 본 사례를 듣거나 본 경험을 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중이 62.6%였다. 여성은 65.5%가 그렇다고 답했고, 남성의 경우도 59.7%의 응답자가 있었다.

다단계판매 사업에서 피해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이들 응답자들은 ‘사업자의 감언이설’을 제일 앞으로 꼽았다. ‘감언이설로 사업자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답변에 51.4%가 몰렸다. 이 답변에 남성(49.4%)과 여성(53.0%)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를 선택한 이들의 비중도 26.9%로 두 번재 순위에 해당했다. 이어서 ‘업체의 도덕성 문제’를 선택한 이들의 비율이 18.9%였고, ‘해당 기관의 관리 소홀’을 다단계판매 피해 발생 이유로 꼽은 이들은 2.8%였다.

이들 응답자들은 그러나 다단계판매 피해보상 부처는 잘 몰랐다. 아예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52.4%에 달했고,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도 각각 31.6%와 14.3%에 달했다.

정작 다단계판매 피해보상이 직접 이뤄지고 있는 관련 공제조합을 꼽은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물론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연락을 하면 이들이 관련 공제조합으로 연결을 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 즉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의 등록과 관리, 무엇보다도 피해보상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이를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두 곳의 공제조합은 지난 2002년에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소비자피해 보상 기관이다. 20여년 가까이 흘렀다. 여전히 일반 국민의 시선에 잘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업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다단계판매원과 소비자에게 피해예방과 보상을 위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신규가입 희망업체에게 정확한 가입절차 정보를, 조합사에게는 양질의 공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도 “다단계판매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해야만 다단계판매업을 등록할 수 있다”면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인가한 공제규정에 의해 기업평가 및 매출실사 등을 실시해 회원사와의 공제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불법 행위 근절과 자율적인 시장 정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들 조합은 모두 다단계판매 업체의 불법 행위 감시 및 제재, 소비자보호 선도 등의 시장 정화 활동을 통해 소비자피해를 사전에 예방에 노력하는 기관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게 두 공제조합의 공통된 설립 목적이다.

실례로 이들 직접판매업계 양 조합은 최근 불법 피라미드 업체 신고포상제도 시행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불법 방문판매업체에서 쏟아지면서 다단계판매 업계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다단계판매, 용어 변경 ‘절실’

다단계판매 업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용어 변경의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 설문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동의했다.

‘다단계판매 이미지 개선을 위한 용어 변경 필요성’에 42.8%의 응답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 설문에 대해서도 남성(42.5%)과 여성(43.1%)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0.6%포인트의 차이였다. 연령별에서는 40대 응답자의 46.6%가 용어 변경 필요성에 동의했고, 50대는 42.2%, 30대는 41.7%, 20대는 40.3%가 ‘있다’고 답했다.

용어 변경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전체에서 18.7%를 차지했다. 용어 변경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은 38.5%였다. 남성이 38.3%이고, 여성이 38.7%였다.

응답자들의 여론과는 별도로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용어 변경’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다단계판매 방식을 차용해 물건을 강매하는 등록되지 않은 불법 방문판매업체들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다단계판매’로 덧 씌워져 각종 언론 매체 등에 자주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이 공제조합에 등록된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업체들과 방판업체, 무등록 업체들의 다단계판매 방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단계판매 판매 업체들의 ‘용어 변경’ 필요성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현혹하는 피라미드 방식의 불법 업체들과 공제조합에 가입해 피해보상의 틀을 갖춰놓고 책임감 있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혼동되는 상황의 개선은 시급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단계판매’라는 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법적 용어를 업계에서 합의하는 용어로 바꾸는 것은 불법 업체와 합법 업체의 혼동을 최소화해 궁극적으로 잠재적인 소비자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는 주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에서도 다단계판매의 이미지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 ‘불법업체의 단속강화’가 69.5%(중복응답)’로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불법업체와 합법업체가 ‘다단계판매’라는 법적 용어의 틀에서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하면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잣대마저 흔들리는 것일 수 있다. 단계적 판매조직과 판매수당의 단계적 배분이 강조된 다단계판매라는 법적 용어의 변경을 포함한 재정비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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