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챌린지 등 마케팅 활용 봇물

유통업계가 ‘깡’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의 2017년 발매곡 ‘깡’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문화를 타고 인기를 얻는 데 따른 것. ‘밈’이란 생물학자인 리차드 도킨스가 ‘모방’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미메메(mimeme)’에서 따온 신조어다. 재밌는 요소가 담긴 사진, 영상, 그림 등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유행처럼 자리 잡는 ‘밈’ 현상은 한 브랜드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10~20대의 젊은 소비자를 주로 일컫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깡’을 소재로 패러디하거나 이와 관련된 챌린지를 하는 등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깡’이라는 소재와 관련된 제품을 발굴하는 한편 이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깡’은 2017년에 발매된 곡으로 발매 당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밈 열풍을 타고 재조명을 받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깡’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의 ‘1일 1깡’이란 신조어가 일상어처럼 사용되고, ‘깡’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올리는 ‘깡 챌린지’가 급증하고 있다. 23일 현재 ‘깡’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는 1517만뷰, 댓글은 15만개를 넘어섰다.

유통가에 퍼지는 ‘깡’ ‘깡’

유통업계는 처음 ‘깡’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제품명에 ‘깡’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들이 네티즌과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면서부터다. ‘새우깡’, ‘고구마깡’, ‘양파깡’ 등 농심의 ‘깡 시리즈’와 롯데칠성음료의 숙취해소음료 ‘깨수깡’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모션은 같은 달 16일 ‘놀면 뭐하니?’에 가수 비가 출연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온라인 상에서는 해당 제품으로 노래 ‘깡’을 패러디하거나 제품 자체를 리뷰한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비를 모델로 등장시킨 각종 광고들도 등장하면서 깡 마케팅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SNS를 통해 자사 제품 ‘깨수깡’ 관련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깨수깡’ 구매 인증 사진을 올리면 ‘1일 1깨수깡’ 라벨을 붙인 한정판 제품을 증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이 당사자인 비의 허락 없이 패러디 사진을 올린 것을 지적하자 롯데칠성음료는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농심은 지난달 18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은 1일 몇 깡 하셨나요?”라는 멘트를 올려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유통가에서는 이러한 ‘깡 신드롬’을 통해 다양한 판촉·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BGF의 편의점 CU는 지난달 1일부터 ‘감자깡’과 ‘고구마깡’ 제품에 2+1 혜택을 적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감자깡, 고구마깡에 숙취해소제 깨수깡을 2+1으로 묶어 판매하기도 했다. 이 프로모션은 MBC의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가수 비가 출연하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CU 측은 “행사 이후부터 감자깡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01.5% 증가했으며 고구마깡 106.3%, 깨수깡 47.2% 등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CU 관계자는 “깡 밈을 활용해 유통업계가 펀(fun) 마케팅을 하고, 이 마케팅이 또 다른 이슈로 재생산되고 있다”며 “‘깡 시리즈’ 제품 행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6월까지 ‘1일 3깡’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연 했다”고 전했다.

또한 농심은 지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은 1일 몇 깡 하셨나요?”라는 멘트를 올려 주목을 받았다.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깡 시리즈’ 제품 사진으로 ‘깡’을 패러디한 사진과 함께 ‘깡’ 가사를 인용한 “화려한 포장이 나를 감싸네” 등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려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유통가 관계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가 요즘 세대들의 주요 소통로가 되면서 이러한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 사진, 그림 등에 대한 유통사들의 리서치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며 “이러한 요소들의 파급력이 다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펀슈머’ 마케팅이 대세

유통업계의 이런 ‘깡 신드롬’은 결국 그동안 지속되어 온 ‘펀슈머(Fun+ Consumer)’ 마케팅의 좋은 예라는 분석이다. ‘펀슈머’는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로, 최근 젊은 고객층인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핵심 소비증을 겨냥한 판촉활동이 바로 이런 펀슈머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지난 2008년에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응수의 장면들이 지난해 재조명을 받으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명대사 중 하나인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외식업체인 버거킹과 BBQ 등의 광고에 적용되면서 김응수가 광고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인기를 끈 드라마의 제목이나 대사를 패러디하거나 소재화해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온라인 유통사 11번가는 최근 JTBC의 인기 드라마였던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해 ‘부부의 세 개’ 기획전을 열었다. 이는 부부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 등 ‘3개’ 묶음 상품들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이다. 소모성 생필품인 롤 화장지, 섬유유연제, 샴푸부터 가공식품, 리빙, 패션 카테고리 내 130여개 상품으로 구성되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펀슈머 마케팅이 최근 더욱 다양화되고 보편화되는 것은 유튜브 등의 동영상 개인 콘텐츠의 확대가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미디어 매체 전문가는 “유튜브를 통한 개인방송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면서 기존의 영상이나 각종 콘텐츠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재해석되고, 재편집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새로운 영상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이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콘텐츠들이 대중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면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곧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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