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로 거듭난 양주시 장흥면

서울에서 양주까지 약 35km. 차량으로 1시간이면 닿을 거리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덕분에 양주시는 고려시대에 한양부에 속했었다. 예로부터 양주는 땅이 넓고, 산물이 풍부했으며 번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고을에 비해 양주 사람들은 보릿고개인 봄철에도 곧잘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다고 한다.

오늘날 양주시와 주민,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양주시 장흥면을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로 꾸며놓았다. 아트파크에는 가나아트센터와 장욱진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송추아트밸리, 장흥 자생수목원도 등도 차례로 문을 열면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장흥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송추아트밸리는 전체 부지가 여의도보다 큰 500만m2에 달하며 휴양과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공연장, 세미나실, 천문대, 캠핑장 등을 갖췄다.

특히 장흥면 권율로 3.2km 일원에는 마을버스정류소 7개소와 정류소표지판 13개소를 예술작품으로 꾸며놓았다.

버스 정류소가 작품으로 거듭나다

첫 번째 버스정류소는 ‘장흥’이다. 배수영 작가의 작품다. 7080세대에게 카세트플레이어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아날로그 풍의 작품이다. 두 번째 버스정류소는 신원준 작가의 ‘한맥빌라’다. 큼직한 붓에는 초록색 페인트가 묻어 있다. 초록색페인트로 마감해 한창 물오른 초여름의 신록과 조화를 이룬다. 세 번째 버스정류소는 ‘푸른옥 마을’이다. 김택기 작가의 작품으로 시청각 모두를 만족시킨다. 붉은색 정류소 지붕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태권V가 앉아 있다. 은색 굵은 철사로 형상을 만들고 가슴의 'V’자는 붉은색 철사로 마무리했다. 네 번째 버스정류소는 김종권 작가의 ‘장흥아트파크’다. 붉은 버스정류소 위에 철재 트러스를 올리고 그 위에 노란 창이 난 맞배지붕 집이 있다. 2층 구조물이 정류장보다 커서 위태롭게 보일 것 같지만 트러스 공간이 비어 있어 무게중심이 아래에 집중된다. 다섯 번째 정류소는 장흥관광지를 지나 만날 수 있다. 도로변에 야외조각품들이 널려있어 야외갤러리를 돌아보는 듯하다. 문화특구다운 면모다. 여섯 번째 정류소는 나점수 작가의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다. 하얀 우산을 든 모습이 버스에서 승하차하는 승객들을 보호하고 품어줄 것만 같다. 마지막 일곱 번째 버스정류소는 구교수 작가의 ‘권율 장군 묘’다. 지금까지의 작품이 설치미술이라면 이 작품은 설치미술에 벽화를 덧그렸다. 벽화는 장욱진 화가의 작품이다.

정류소를 오가는 마을버스 역시 기존 버스의 천편일률적인 옷을 벗어던지고 감각적인 옷으로 갈아입었다. 노란 바탕에 붉은 길이 그려져 있고, 단순화된 오브제 표현기법이 특색 있다. 버스 역시 장욱진 화가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장흥의 버스정류소 7곳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예술을 벗할 수 있다는 점은 장흥이 예술마을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다. 예술의 궁극의 목적이 삶을 위로하고, 쉼이 된다는 관점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 내비게이션 ‘장흥면사무소’ 검색해 도보로 이동(장흥 권율로 3.2km 일원)

■ 버스정류소 설치구간 : 장흥우체국 대로 건너편 버스정류소 ‘장흥’에서 출발~한맥빌라~푸른옥 마을~장흥아트파크~장흥관광지관리사무소~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권율장군묘

■ 문의 : 함양군 문화관광과 055-960-5162

 

버스정류소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공간이다.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고, 짐을 내려놓거나 피곤한 다리도 잠시 쉬는 휴식의 공간이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3.2km 일원에는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갈 무의미했던 버스정류소가 예술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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