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고등학생 아들이 집근처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던 중 기기 위에 손가방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냥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몰랐다가 최근에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알게 됐습니다. 아들이 손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잘못을 인정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A우연히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 벤치 위에서 평소 갖고 싶었던 고가의 시계를 발견했다면 주위에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한번쯤 견물생심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 물건을 그냥 가져오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도처에 방범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수사기법이 발달해서 어떤 문제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누군가 은행의 ATM 기기에 물건을 놓고 갔다면 분실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법 제360조는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실물을 취득의 의사로 가져간 때에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ATM 기기가 은행의 영업소 내 또는 바로 인근에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장소에 대해 누군가의 관리권이 미치게 되면 그곳에 놓여진 물건은 점유를 이탈한 재물이 아니어서 절도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습니다.

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그것보다 높습니다. 법원은 당구장 종업원 A씨가 당구장의 당구대 밑에서 어떤 사람이 잃어버린 금반지를 주워서 손가락에 끼고 다니다가 그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고 용돈이 궁하여 전당포에 전당잡힌 사안에서,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유실물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이지 절도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은 일응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가 아닌 제3자가 가져가하는 것은 유실물횡령이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88. 4. 25. 선고 88도409 판결).

이처럼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는지 또는 절도죄가 성립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되든지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을 그냥 가져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나 관리주체에게 알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상심에 빠져있는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사안과 같이 취득의 의사로 물건을 가져왔을 때에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주인에게 돌려준다고 해도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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