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업계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커머스의 깊숙한 침투에 휘청거렸다고 요약할 수 있다. 소비경기 자체도 좋았다고 볼 수 없지만 이커머스와의 경쟁 과정에서 매출액은 물론이고 마진도 약화됐다. 이마트가 처음으로 적자를 냈을 정도다.

다만 음·식료품 부문에서 이커머스가 오프라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진단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온라인 침투율이 29.0%까지 확대된 것에 비해, 음·식료품은 여전히 12.3% 수준에 불과해 3년 전 대비 괴리율이 커졌다”면서 “이는 식품 부문에서 유통망 및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오프라인 할인점 업태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겪은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 유통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는 2020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백화점, 명품 매출 증가세 ‘희망’

현재 백화점 채널 성장을 이끌고 있는 카테고리는 해외 유명브랜드이다. 백화점 명품 소비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되레 수요가 늘었다.

명품 수요 증가는 백화점 채널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명품의 경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대부분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명품 구매를 위해 지속적으로 백화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백화점 입장에서 집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명품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 배경을 시장에서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더 늘고 있는 것에서 찾았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1분위~3분위(하위 60%) 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상위 40%에 해당하는 4~5분위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5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019년 2분기 기준 943만원까지 증가했다. 20~30대 명품 수요 증가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의 명품 인식 변화 및 구매력이 증가하며 20~30대는 명품시장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 중이다.

명품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하면 올해도 백화점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백화점 산업 선장률을 +3.0%으로 전망했다. 주 연구원은 “백화점 채널 주요 고객군인 4~5분위 가구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밀레니엄 세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며 “명품의 높은 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수 있을지언정 단기간에 매출이 꺾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명품라인업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가 백화점의 성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또 국내 대표적인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볼 수 있는 신세계가 기존점 신장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난 2016년 강남점 리뉴얼을 통해 영업면적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40여년 간 부동의 1위였던 롯데백화점 소공본점 매출액을 넘어선 상태다. 일반적으로 리뉴얼에 따른 매출 성장 효과가 5년 정도 작용하는 만큼 올해도 강남점을 중심으로 한 백화점 부문 호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전년도의 부진과 달리 2020년에는 좋은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백화점의 이미지를 잘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점포들(신촌, 천호)의 리뉴얼 공사가 진행된 영향으로 전체 기존점 매출액이 좋지 못했다. 다만 2020년 상반기까지는 해당 점포들이 모두 리뉴얼 공사가 완료되는 만큼 개선 기대감을 충분히 가져볼 만하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오랜만에 신규출점 모멘텀도 존재하는데 대전 아울렛(6월)과 남양주 아울렛(12월)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여의도 파크원, 동탄 아울렛 등이 연이어 계획돼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는 판단이다. 롯데백화점은 수도권 대형점포 위주인 경쟁사들과 달리 소형&지방점포들의 비중이 높은 점이 불리했다. 아울러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여파 역시 가장 크게 작용하며 지난해 기존점 매출액은 좋지 못했다. 다만 부진점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추가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의 회복 여부도 중요하다.

면세점, 수익성 개선에 초점

지난 한 해 동안 면세점 매출액은 경이로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중 내내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졌다. 사드 보복조치 이후 여전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수가 회복되고 있지 않았지만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한 구매 수요가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면세점 객단가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현재 9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따리상의 주요 구매처인 시내점 매출액이 좋았다. 다만 매출액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면세점 산업에 대한 각종 논란은 지속됐다.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따른 수요 감소 △시내점 알선수수료 경쟁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에 따른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우려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증권가 등에서는 올해도 면세점 매출의 성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내년에도 면세점 산업 매출액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주 연구원은 “이미 올해 연간 면세점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성장률 자체의 둔화는 피할 수 없다”면서도 “화장품을 포함한 중국 전자상거래의 고성장세에 따라 면세 매출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면세점 매출액의 대부분이 보따리상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구매한 물건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에 따라 중국 화장품의 온라인 채널 거래액의 증가는 한국 면세점 매출 증가와 연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아울러 보따리상들의 구매 수요가 일부 둔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인바운드 회복에 따른 성장 가능성 또한 열려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산업 매출액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업계 1위인 호텔롯데가 점유율 회복보다는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전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 황각규 부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여건만 되면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단계라 구체적 일정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추가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경우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공항면세점의 적자축소도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면세점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개편됨에 따라 중소 면세점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4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63면세 사업장 면세 특허 반납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두산이 두산타워 사업장 면세 특허 반납을 공시했다. 영업정지 사유는 공통적으로 적자 사업부 철수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금처럼 면세 매출액의 70% 이상이 보따리상으로부터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는 경쟁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매출액 규모가 대기업 면세점 대비 워낙 작다보니 경쟁력 있는 MD 구성을 갖추기에도 애로사항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신규 면세점 입찰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 3곳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면세점 빅3(롯데, 신라, 신세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재 무역센터점 1곳만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만이 유일한 참가자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자는 결국 대기업 일부 업체들 밖에 없음을 반증한 결과로 해석했다.

대형마트, 이커머스의 약화 ‘기회’

지난해 가장 어려웠던 유통채널은 할인점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미 지난 몇 년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었다. 또 1위 업체인 이마트 조차 지난해 2분기 창립이래 첫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이마트가 창사 26년 만에 첫 외부수혈을 통해 강희석(전 베인앤컴퍼니 유통부문 파트너)을 신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 역시 고조된 위기감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객단가와 객수 모두 문제였다. 2018년에는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상대적으로 객단가는 방어가 됐다. 지난해에는 저물가 기저가 이어짐에 따라 물가 상승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객수 또한 온라인으로 고객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우호적 날씨 및 캘린더 영향으로 인해 감소 폭이 더욱 심화됐다.

전체적인 국내 소비경기 부진에 더해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나 비상장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공격적 외형확장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4사의 2018년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8% 증가한 바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처럼 높은 외형성장 보일 수 있었던 배경은 가격할인 및 막대한 물류비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특히 쿠팡이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의 추가 자금수혈에 성공한 뒤 경쟁강도는 더욱 심화됐다. 그 결과 2019년 매출액은 8조원(+81.0%)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산유동화를 실시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우선 롯데쇼핑은 강남점을 포함에 백화점 4개, 아울렛 2개, 할인점 4개 등 총 10개 점포(양도가액기준 1조 4,878억원)를 기초자산으로 롯데리츠를 상장시켰다.

업황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2020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할인점의 매출 감소 폭 완화를 전망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식품 부문에서만큼은 온라인 침투율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7년 국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침투율은 20.4%에 해당했는데, 불과 3년 사이에 29.0% 수준까지 급속도로 확대됐다. 특히나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e쿠폰서비스와 음식배달서비스의 경우 현재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80.0% 가까운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료품만은 다르다. 2017년 6.9% 수준에 불과하던 온라인 침투율이 최근 10% 초반까지 확대됐지만 다른 카테고리와 비교했을 때는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소비자들의 성향에 있다. 식품만큼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데, 그 이유는 바로 품질, 즉 신뢰도 때문이다.

아울러 쿠팡의 공격적 외형성장 또한 2020년에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에는 쿠팡도 무리한 외형성장보다는 수익화 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업 전반의 경쟁 완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대규모 재계약 시장 ‘각축’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에서는 편의점의 흐름이 가장 눈에 띈다. 기존점신장률이 예전만하지 못하더라도 제품 믹스개선 효과로 영업이익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슈퍼마켓과의 MD통합 및 본사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한 GS리테일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기는 하지만 BGF리테일이 꾸준히 증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또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2018년 한국 편의점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수는 5197개로 집계되었는데, 2017년 대비로는 약 776개의 상품이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상품수가 증가한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품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한 해에만 판매가 중단된 상품(커트상품)은 2922개였으며, 새롭게 도입된 상품은 3698개에 이른다. 이는 각각 2017년 품목의 66.1%, 83.6%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량이다. 상품 품목의 변화는 편의점 채널이 트랜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편의점 채널이 갖는 강점이자 더 이상 단순히 술, 담배를 취급하는 채널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화두가 될 부분은 향후 3년간 나오게 될 편의점 재계약 물량이다. 한국 편의점 점포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2015년~2017년도에 급격한 출점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계약기간이 5년임을 감안할 때 해당 시점에 오픈된 점포들은 5년 뒤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차례대로 재계약 시즌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치적으로 살펴보자면 2020년 2974개, 2021년 3617개, 2022년 4213개의 점포가 재계약 물량에 해당한다. 이는 곧 향후 3년간 총 1만804개라는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출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지난 2년간 편의점 채널 업황에 가장 영향을 미친 외부변수로는 최저임금이 있다. 한국 최저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16.4%)에 이어 2019년(+10.9%)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편의점 영업환경이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과 전년도의 편의점 운영경비 지출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인건비 비중이 51.0%에서 58.7%로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결정됨에 따라 이러한 우려는 상당 부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주 연구원은 “(편의점의) 매출액이 본격적인 회복 싸이클에 진입하게 된다면 영업이익은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