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이었다. 한국소비자법학회 학술대회 소식을 전하며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 속에서도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했고 전체 국민의 약 15%가 다단계판매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으니 이제는 다단계판매 산업의 성장과 소비자보호를 함께 고려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아미코젠퍼시픽의 일련의 사안들을 살펴보니 아직 우리 업계가 성숙되려면 멀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미코젠퍼시픽은 올 3월 언론보도를 통해 베트남 다단계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베트남 다단계판매 라이선스는 워낙 취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고 국내 업체 최초의 일이었기에 업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아미코젠퍼시픽 역시 자신들의 사옥 입구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간판을 전시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이 아니었더라면 그때 바로잡았어야 했다. 물론 회사 측도 잘못된 정보를 믿어 생긴 불상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대처방법이 잘못됐다. 잘못됐음을 인지했다면 그때라도 바로 잡아야 했다. 8개월이란 시간은 잘못된 것을 정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마케팅과 영업에 활용하다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없다’고 인정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또한 이번 일은 철썩 같이 회사를 믿었던 사업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SNS와 블로그 등에 굴지의 기업도 받지 못한 베트남 다단계판매 라이선스를 자신의 회사가 받았노라며 기업을 홍보했다. 몇몇 사업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날아가 사업 구축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이번 일은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기게 됐다.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그릇된 행동이 그 사람이 속한 단체나 가족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를 어지럽게 만든다는 뜻이다. ‘썩은 사과 하나가 한통의 사과를 망친다’라는 영국속담도 있다. 일개 기업 또는 소수의 잘못으로 인해 전체 집단과 기업이 함께 매도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단계판매 시장은 과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씌워진 멍에가 아직까지 규제로 남아 업계를 옭아매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규제들은 오히려 건전한 사업을 위축시키고 유통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마저도 막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고 현재도 기울이고 있다.

한 기업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또 다시 도매금으로 비난받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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