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은 어떤 특별한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만이 저지르는 것일까?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유태인 대학살을 자행한 홀로코스트의 1급 전범 중 한 사람인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명언을 만들어냈다. 아이히만은 나치 광신도도 아니었고, 머리에 뿔 달린 괴물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가정에서는 따뜻한 아버지이자 자상한 남편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어떤 불가피함 상황과 비판적 사고의 결여가 결합하면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그녀는 발견했던 것이다. 그 후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악의 평범성이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러한 실험의 효시가 된 것이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으로 ‘전기충격 실험’이었다. 실험결과에 대해 밀그램 교수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윤리적,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실험당시 교사역할을 한 피험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생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학생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아니했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면 밀그램에게 실험중단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건만 그들은 왜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며 잔인한 이 실험의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밀그램은 그 이유를 ‘복종심리’라 했다.

밀그램은 말한다. “놀라운 것은 실험자의 지시에 너무나 기꺼이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실험의 결과는 놀랍고도 당혹스럽다. 많은 피험자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실험자에게 항의를 하지만, 상당수의 피험자가 전기충격기의 마지막 단계까지 계속한다.”

무엇이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는가? 복종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복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피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은 피험자의 공손함이나 실험자를 돕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려는 소망, 그러한 약속의 철회가 갖는 어색함 등이다. 둘째, 피험자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순응적 변화가 권위자에게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그러한 순응은 실험자와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실험상의 갈등으로 인한 긴장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밀그램은 말한다. “실험자가 피험자에게 물 한 컵을 마시라고 지시했다고 하자. 이것은 그 피험자가 갈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분명히 그렇지 않은데, 그는 단순히 들은 대로 하는 것뿐이다. 행위자의 동기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위계구조 안에서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동기체계로부터 시작하는 행동이 복종의 본질이다.”

그저 맡겨진 일을 할 뿐 어떤 악의도 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끔찍하리만치 파괴적인 범죄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스스로 행한 일이 초래할 파괴적 결과가 극명히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기본적인 도덕기준과 양립되지 않은 행동을 해달라고 요청받았을 때조차, 권위에 저항할 대체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피험자들이 실험자가 내리는 명령에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권위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밀그램 실험서 보는 리더의 중요성

피험자들의 행동에 대한 열쇠는 울분이나 공격성이 아니라, 그들이 권위자와 맺고 있는 관계의 본질에 달려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권위자에게 위임한다. 즉 스스로를 권위자의 소망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일단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고 나면 권위자와의 관계를 자유롭게 깰 수 없게 된다.

밀그램은 또 말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아무리 이성적이고 교양 있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매우 구속적인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비합리적인 권위일지라도 그에 복종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교양과 지성을 갖추고 있었던 독일국민들과 장교들이 히틀러라는 광인(狂人)에 복종하여 잔학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리더의 중요성이 있다. 리더가 만일 비합리적인 사고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조직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권위에 대한 복종심리 때문이다.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의 리더들은 수많은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만일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 또 그런 의도를 보이는 경우, 파트너들은 거기에 복종한다. 그래야만 갈등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조직은 머지않아 망한다. 마치 나치가 망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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