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자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1급 전범 아이히만의 평범함을 보고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저서를 남겼고,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예일대학 지하실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증명했다.

실험결과를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300볼트에서 그친 사람은 12.5%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충격을 주는 315볼트 이상까지 전압을 올린 사람이 무려 87.5%에 달한다.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은 이런 끔직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 실험결과는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독일인들이 어떻게 홀로코스트를 감행할 수 있는지, 잔인무도하고 폭력적인 파시즘과 군국주의가 어떻게 가능한지, 후진국의 독재자들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카다피 등 중동의 독재자들은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을 유지했는지, 북한과 같은 잔혹한 독재제제가 무너지지 않고 왜 그렇게 끈질기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험당시 교사역할을 한 피험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생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학생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아니했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면 밀그램에게 실험중단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건만 그들은 왜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며 잔인한 이 실험의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밀그램은 그 이유를 ‘복종심리’라 했다.

무엇이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나

그럼 무엇이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는가? 복종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복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피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은 피험자의 공손함이나 실험진행자를 돕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려는 소망, 그러한 약속의 철회가 갖는 어색함 등이다. 둘째, 피험자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순응적 변화가 권위자에게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그러한 순응은 실험진행자와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실험상의 갈등으로 인한 긴장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밀그램이 말하는 첫 번째 요인은 ‘사람들은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 한다’ 것이다. 선진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교양 없는 행위로 간주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 속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항상 존재한다. 둘째로 지적한 것은 ‘권위자에 대한 순응이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순응이란 나의 동기가 아니라 권위자의 동기와 의도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권위자와 나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긴장이 조성되는데, 일반적으로 아랫사람들은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크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기 생각을 접어버리고 권위자의 의도에 순응하는 것이다.

밀그램은 또 말한다. “실험진행자가 피험자에게 물 한 컵을 마시라고 지시했다고 하자. 이것은 그 피험자가 갈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분명히 그렇지 않은데, 그는 단순히 들은 대로 하는 것뿐이다. 행위자의 동기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위계구조 안에서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동기체계로부터 시작하는 행동이 복종의 본질이다.”

밀그램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그저 맡겨진 일을 할 뿐 어떤 악의도 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끔찍하리만치 파괴적인 범죄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스스로 행한 일이 초래할 파괴적 결과가 극명히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기본적인 도덕기준과 양립되지 않은 행동을 해달라고 요청받았을 때조차, 권위에 저항할 대체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피험자들이 실험진행자가 내리는 명령에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권위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밀그램은 또 말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밀그램의 이 실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독일국민들과 독일군 장교들이 왜 히틀러의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명령에 복종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아무리 이성적이고 교양 있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매우 구속적인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비합리적인 권위일지라도 그에 복종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교양과 지성을 갖추고 있었던 독일국민들과 장교들이 히틀러라는 광인(狂人)에 복종하여 잔학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리더의 중요성이 있다. 리더가 만일 비합리적인 사고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조직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권위에 대한 복종심리 때문이다.

네트워크마케팅의 리더들은 수많은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만일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 또 그런 의도를 보이는 경우, 파트너들은 거기에 복종한다. 그래야만 갈등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조직은 머지않아 망한다. 마치 나치가 망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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