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평화누리길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남한과 북한이 갈렸다. 총성이 멈춘 자리에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의 계절은 돌아왔다.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들녘이 도보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왼쪽에는 분단의 상징, 철책천이 오른쪽에는 풍요의 상징 황금들판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분단의 장벽 너머 북한 동포가 있고 철책선 안쪽으로 단란한 가족이 나들이를 떠난다. 평화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곳, 김포 평화누리길을 다녀왔다.

활기 넘치는 대명항에서 출발
김포 평화누리길은 초지대교와 이웃한 대명항에서 출발한다. 분주히 오가는 어선들과 먹잇감을 동냥하는 갈매기들로 활기차다. 넓은 주차장에는 싱싱한 꽃게와 횟감을 사기 위해 포구를 찾은 손님들로 발 디딜 팀이 없다. 저마다 큼직한 아이스박스를 손에 든 채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발걸음을 뗀다. 총칼을 겨누지 않아도 피가 튀지 않아도 우리네 삶이 전쟁터란 말이 실감난다.

본격적인 걷기에 앞서 김포함상공원을 찾는다.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의 모습이 대명항의 분주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다를 제압하는 운봉함이 눈에 들어온다. 운봉함은 제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 등 수많은 전장에서 맹렬히 활약하다 지난 2006년 12월에 임무를 완수하고 지금의 자리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함정내부를 공개해 함실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놨다. 관리인의 말에 따르면 해군출신 예비역들은 예전 군대생활을 회상하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목소리를 높여 자진해서 해설사 역할을 한다고.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요금은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평화를 지키는 수호담장 철책선 따라
김포 평화누리길은 김포함상공원 옆길을 따라 이어진다. 무지개빛깔의 아름다운 그러데이션 아치를 지나면 좁은 철책길이 나온다. 활기찬 이전분위기와는 다른 긴장감이 느껴진다. 철책은 어른이 서너 명이 목마를 타도 월담하기 어려운 높이다. 걷는 길에 철책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니 놀랍다. 삭막한 철책에 나름 포인트를 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조형물들이 뜨거운 가을빛을 받아 거울처럼 반짝인다. 철책선 왼쪽은 염하가 흐르고 오른쪽에는 황금들녘이 펼쳐진다. 햇볕을 받아 알알이 영글어 가는 누런 벼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철책선만 없다면 여느 어촌마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고요한 풍경이다. 평화의 소중함이 다시금 느껴진다. 

간간히 작은 초소가 있어 안을 들여다본다. 초병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고 덩그러니 빈집으로 남아 있다. 평화누리길은 원래 일반인들에게는 베일에 감춰진 곳으로 해병대만 출입하는 금단의 땅이었다. 군인이 걸었을 철책 바로 아래 군찰로에 올라선다. 염하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염하는 소금 염(鹽)에 물 하(河)를 써 ‘짠 물’이란 뜻이다. 비단 짠 바닷물 때문에 염하라고 불렸을까? 그 역사를 안다면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김포시와 강화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염하는 고려시대 삼별초가 몽골군과 맞서 싸웠고 조선시대 말 프랑스와 미국과 격전을 벌렸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피와 눈물이 함께 녹아 흐르는 강이 염하다. 그뿐 아니라 60여년 전 동족 간에 총칼을 겨누며 피눈물을 더한 6.25전쟁도 치렀다. 염하를 따라 이어진 철책선은 분단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눈물이 강을 만든 염하를 내려다보며 걷노라면 소중한 평화가 더 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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