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탄핵으로까지 이어진 최순실게이트,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은 사람을 너무 믿어 경계의 담을 낮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주변 사람들은 최순실의 존재도 몰랐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혹은 국정이 최순실에 농락당하고 다수 엘리트들과 권력층이 최씨에게 이용당한 것일까?
이제 와서 최씨가 대통령과 현 정부에 누를 끼친 결과가 되었지만, 최씨 일가는 부정한 금전일지 몰라도 물심양면으로 전직 대통령의 딸을 도와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으며, 최씨를 모른다지만 최씨의 국정농단을 도와주며 권력을 즐긴 사람들이 총리나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주변의 최고 권력 엘리트들이고 이제 대통령은 탄핵되고 최순실은 구치소에 있으니  자유롭게 권력을 즐기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 흉내는 가당치 않다.
사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란 것이 국민감정으론 엄청난 죄인지 모르지만 형법상으로도 죄가 될 지는 의문이다. 누구든 대통령에게 인사에 관해 조언할 수 있고 정부나 국회에 예산 편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재벌들에게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개인의 욕심을 위한 것일지라도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나아가 학점을 잘 달라고 하거나 특기로 좋은 학교에 입학하려고 하는 것도 비리는 아니다.
다만 보통사람들이 그랬다면 헛수고에 그쳤을 일이 최씨의 경우엔 국정이나 학사관리를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인데, 그 것은 최씨 자신의 힘이 아니라 대통령과 권력 엘리트들의 적극적 협조에 의한 것이었다. 피의자로 조사받는 청와대 수석이나 자신들은 모른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장관들, 최씨 재단모금에 비난이 터지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처벌하겠다던 총리, 입으론 시장주의를 외치며 권력에 기대 이권을 얻어 내려한 재벌들이나 수금을 대행한 전경련까지…. 이들은 최씨에 협조하며 함께 권력을 즐긴 것이고 최씨는 공직에 있지도 않았으니 직권을 남용한 것은 최씨라기보다 그 협조자들이다. 필자도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이유도 모른 채 피해를 본 사람이지만 항의조차 한 적이 없다. 쓸데없이 부스럼을 일으켜 더 큰 피해를 보고 싶지 않은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편, 국민들이 재벌 때리기에 박수를 치고 검찰의 칼날이 재벌의 중심을 향할 때, 최씨는 조용히 웃음 지었을 것이다.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최씨에겐 최적 환경이었고 정부 권력으로 재벌을 통제하라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엉뚱하게도 정권의 비리를 도와준 셈이다. 필자는 전에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 걸음이라고도 주장한 적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규제개혁을 외치면서도 재벌을 줄 세우는 규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바로 그러한 힘이 최씨 일가 비리의 원천이 됐다.
세월호를 빌미로 각종 정부 유관기관 자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관피아 척결이라며 박수를 쳤지만 결과적으론 최씨의 전횡에 일조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나 두려움과 시기까지 권력에 병든 우리 사회가 최씨와 대통령 비리의 토양이 됐고 국가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던 집권여당 지도부나 비리를 밝혀내야 할 권력의 정점인 민정비서실, 검찰은 비리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렇다면 최순실 게이트를 탄핵에까지 몰고 간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선 그동안 늘 권력의 편에 섰던 언론이 최씨와 대통력의 비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씨 관련 태블릿PC를 최초 보도한 Jtbc 시청률이 지상파의 뉴스를 추월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대기업도 시청자가 외면하는 미디어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언론도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틈만 나면 민생과 애국을 외치는 이들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시장과 소비자 중심 사회가 사회정의를 지킨 것이다. 또한 비교적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에서 총장을 둘러싼 교수들 사이의 갈등과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학생들의 성적과 입학에 대한 관심이 최씨 일가 비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광화문을 밝힌 촛불이 최순실 게이트를 열고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힘이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권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소비자의 힘이 강한 사회가 건강한 민주사회의 기초이다.
때로는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규제에 대하여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다단계판매업계도 소비자 참여형 유통채널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기초로 유통환경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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