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서 ‘자기만족’ 영역으로 확장

재미난 설문조사가 나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에서 2001년과 2016년 의식주 소비트렌드를 비교한 것.
과거와 현재의 비교는 그 변화의 추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다사다난했던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소비자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으며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만한 부분이다.

 

금수강산도 변한다는 지난 10년. 그보다 5년 더 지났으니 우리 사회의 ‘의식주’는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또 어떻게 수용되고 있을까.
2016년의 ‘의(衣)’는 더 이상 사전적인 의미인 ‘옷’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션이자 문화이고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단순히 어떤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을 지가 아니라 ‘이 옷을 입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자신을 꾸미는 데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예전부터 만연하던 ‘외모지상주의’는 좀 더 심화됐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이유로 성형수술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식생활 역시 지난 15년 동안 웰빙 이외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남성들도 스파게티나 피자를 선호하고,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은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화됐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SNS의 등장으로 음식점이나 식품에 대한 만족도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식생활의 중요한 변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소유’에서 ‘주거’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예전부터 이어온 내 집 마련의 꿈이 많이 사그라진 모습이다. 그 대신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커졌다. 주거의 개념도 온 가족이 함께 머물면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공간을 선호하는 현상이 늘어나 큰 방보다는 방의 개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함께 사는 가족이라도 자기만의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衣 2001년 외모가 곧 경쟁력
        2016년 여전히 외모는 경쟁력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의식주 관련 설문조사(2001 vs 2016)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는 여전히 겉모습이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었다. 전체 74.1%가 우리나라에서는 옷을 잘 입어야 대접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
이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는데 남성(67.4%)보다는 여성(80.8%)이, 그리고 20대 이상에서 옷차림새의 중요성을 보다 많이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거나 평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47.8%)이 2001년(39.8%)보다 증가한 것. 외모가 개인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외모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남성들도 미용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이제 남성도 외모관리가 필수인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실제 남자도 향수나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2001년 39.3%→2016년 53.8%), 남자가 염색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2001년 42.2%→2016년 57.4%)는 인식이 2001년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아름다움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2001년 32.7%→2016년 36%) 역시 소폭 증가했다.
아울러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자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개성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커진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자기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들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소비자가 44.7%로, 2001년 26.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자신의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태도가 2001년보다 커졌으며, 여성(2001년 30.4%→2016년 51.5%)만큼 남성(2001년 22.8%→2016년 37.8%)도 외모관리에 비용을 들이는 사람이 늘었다. 
패션이나 유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도 뚜렷해진 변화였다. 2001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무슨 옷을 입는지를 눈여겨봤으며 새로운 패션이나 유행은 곧바로 받아들이고 유행에 따라 옷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컸다.
반면 브랜드의 파워는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 10명 중 3명(29.6%)만이 유명브랜드 옷을 선호한다고 밝혀 브랜드의 영향력이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50대의 경우 의류는 유명브랜드 제품이 좋다는 응답이 2001년 58.5%에서 2016년 64.8%로 증가했고 넥타이나 핸드백은 유명브랜드 제품을 지녀야 한다는 응답이 2001년 43%에서 2016년 42.6%로 집계, 여전히 유명브랜드를 선호하는 모습을 띄었다.


 食2001년 맛보다 영양이 중요
          2016년 인스턴트 식사

식생활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보다 먹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적극적으로 음식문화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2016년 현재 소비자의 절반 이상(52%)은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1년 조사(43.5%)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결과로, 다양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즐기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남성(46.6%)보다는 여성(57.4%), 그리고 10대~30대 젊은 세대가 음식을 사 먹는 비용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많이 보였다.
50대 소비자의 경우에도 2001년보다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응답(2001년 33.3%→2016년 48.2%)이 증가해 적극적인 음식소비 문화가 이제는 젊은 층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전체 2명 중 1명(48.9%)은 평소 요리 기사나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찾아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인 2001년(35.9%)보다 훨씬 증가한 수치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먹방 및 쿡방의 인기와도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을 찾아나서는 것도 2016년에 뚜렷해진 식생활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음료나 식품이 나오면 사먹어 보고(2001년 35.4%→2016년 48.3%),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니거나(2001년 40.7%→2016년 48%), 비싸더라도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을 찾는(2001년 21.3%→2016년 28.2%) 소비자가 많아졌다.
‘웰빙’ 열풍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제 식생활은 오히려 더 건강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비해 평소 간식이나 군것질을 즐기고(2001년 46.1%→2016년 55.6%), 인스턴트식품을 즐겨먹는(2001년 34.8%→2016년 45.1%)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식습관이 뚜렷하게 나타나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스파게티나 피자를 좋아하고(2001년 41.8%→2016년 57.4%), 떡볶이나 튀김 등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2001년 42.5%→2016년 56.6%)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사회의 입맛이 보다 서구화되고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영양을 따지고 건강을 챙기려는 식습관 태도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은 맛보다는 영양이 중요하다는 인식(2001년 38.3%→2016년 32.4%)이 줄어든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육식보다 채식을 좋아하고(2001년 37.2%→2016년 29.5%), 비싸더라도 무공해 식품을 사 먹는(2001년 30.7%→2016년 23.4%) 소비자도 감소,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까다롭게 먹을거리를 따지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37.6%가 평소 아침을 거르는 편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2001년(31.8%)보다 소폭 증가한 결과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족형태인 1인 가구의 경우 절반 이상(53.3%)이 아침을 거르고 있어 과거와는 달라진 밥상풍경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건강을 어떻게 챙기고 있었을까. 그 답은 ‘건강식품’에서 찾을 수 있다. 2001년에는 전체 27.5%가 건강식품을 애용한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2016년에는 10명 중 4명(40.2%)이 건강식품을 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식단을 챙기려는 노력보다 건강식품에 의존하는 태도가 강해진 셈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건강식품을 챙겨먹으려는 모습(▲10대 23.8% ▲20대 33.6% ▲30대 44.6% ▲40대 43.6% ▲50대 55.2%)이 뚜렷한 것도 특징이다.


住 2001년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
         2016년 빚내서 집 살 필요 없어
 

주거생활과 관련해서는 집에 대한 소유욕이 줄고, 도심에서의 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였다. 2001년에 비해 내 집 마련의 욕구가 많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3.1%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집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는데, 이는 2001년(73.3%)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결과이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와도 다름없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01년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집의 소유욕이 비슷하게 높았던 것에 비해 2016년 조사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들었다. 주택구입비용이 매우 비싸진데다가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장기적으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24.6%에 불과했으며 ‘집은 거주공간’이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라는 의견도 11.1%에 그쳤다.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2001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체 응답자의 43.4%가 복잡하더라도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2001년(34.7%)에 비해 도심 거주 욕구가 커진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 중에서는 개인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커진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같은 평수라면, 방의 개수가 적더라도 큰 방이 있는 집이 좋다는 의견이 41.6%로, 2001년(77.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달리 말하면 방의 개수가 많아서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사회의 개인화 성향이 심해지고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인테리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으나, 2001년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실내 장식에 대한 관심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장식에 신경을 쓰고 있거나(2001년 43.8%→2016년 35.2%), 잡지나 신문에서 실내장식과 관련된 내용을 관심 있게 본다(01년 48.2%→16년 41.6%)는 소비자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접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의 집안 가꾸기를 좋아하고(2001년 34.7%→2016년 32.4%), 가구배치나 장식 등을 자주 바꾸는(2001년 23.4%→2016년 18.2%) 소비자도 적어졌다.
2016년 현재 10명 중 6명 정도(56.8%)가 지금 사는 곳의 실내공간을 바꾸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낼 만큼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막연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거나 기본적으로 실내 장식에 대한 욕구 및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이라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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