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소셜커머스 접고 오픈마켓 ‘올인’…티몬·위메프도 사업변경 가능성 열어둬

적자의 늪, 소셜커머스 업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쿠팡은 소셜커머스의 특화된 서비스 ‘익스프레스 딜’을 정리하고 ‘로켓배송’, ‘아이템 마켓’ 투트랙을 통해 오픈마켓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8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소셜커머스 업계에 예견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상품 가짓수나 판매자 수 등 오픈마켓의 오랜 운영시스템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투트랙으로 승부수
쿠팡이 출시 6년 만에 소셜커머스 업계를 떠났다. 지난 15일 쿠팡이 패션 부문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소셜커머스 형태의 서비스 ‘익스프레스 딜’을 완전히 중단했다. 대신 쿠팡은 상품기획자(MD)가 선정한 로켓배송, 복수 판매자가 동일 상품을 등록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대표 상품 한 개를 노출하는 아이템 마켓을 양대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오픈마켓 서비스인 ‘아이템 마켓’을 선보였을 때부터 더 이상 소셜커머스 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상품기획자가 판매 상품을 선별해 소비자를 모으는 소셜커머스 판매 방식보다 개별 아이템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오픈마켓 사업 등이 더 유망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사업변경 배경을 설명했다.한때 소셜커머스는 2008년 일정 수의 소비자가 모이면 대폭 할인해 상품을 살 수 있게 하는 공동구매방식을 이용한 미국계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을 시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2010년 티몬을 시작으로 소셜커머스 업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맛집·뷰티 등의 지역상품 딜에서 MD가 선정한 특정 상품을 일정기간 싸게 판매하는 소셜 딜을 주력으로 발전해나갔다. 그러나 2011년 3000여개에 달하던 소셜커머스 업체는 올해 쿠팡을 제외한 위메프·티몬 단 두 업체만 운영되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퇴화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재미를 봤던 지역상품 딜 매출비중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지역상품 딜의 매출 비중은 100%에서 지난해 20%까지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10%까지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특정 아이템만 빠르게 검색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어 찾고 비교하는 데 시간을 많이 걸리는 소셜커머스 방식은 어느덧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쿠팡이 전통적인 소셜커머스에서 벗어나 오픈마켓을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다. 소셜커머스는 상품을 선정·구성하는 데 드는 노력 및 비용이 매우 큰 반면 물건을 직접 떼다 파는 직매입과 판매수수료 수익은 기존 사업 형태보다 이익 규모도 더 크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그동안 축적한 로켓배송 기반의 물류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오픈마켓 수준에 상품 구성력 등을 기반으로 수익 늘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별도의 광고료를 내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실시간 평가가 반영돼 대표상품으로 노출되는 ‘아이템 위너’ 시스템을 최대 강점으로 키울 전망이다.
이를 위해 쿠팡은 판매자가 아이템 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다른 채널보다 비싸지 않은 조건으로 등록하는 기준의 이용약관을 변경, 시행하며 현재 5000여명 수준인 로켓배송 전담 인력 쿠팡맨을 내년까지 1만5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오픈마켓을 따라잡기에는 상품 가짓수와 판매자의 수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늦게 합류한 11번가의 경우도 상품 가짓수가 5000만 가지, 판매자가 25만명에 달한다”며 “상품의 가짓수나 판매자의 수 등 숫자에서 차이가 나는 쿠팡이 기존 오픈마켓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판매자는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에 입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쿠팡은 기존 오픈마켓과 다른 운영방식 등 별도로 투자가 필요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판매자는 “대량 판매 업체와 소량 판매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소셜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의 사업구조 변경으로 남아있는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전통 소셜커머스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생필품 중심의 직매입 서비스 ‘슈퍼마트’, ‘위메프 플러스’ 등을 각각 선보인바 있다. 또한 지난달 티몬은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 ‘관리형 오픈마켓’으로 전향하겠다고 밝혔으며 위메프는 현재 오픈마켓을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사업변경의 방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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