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것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도 틈틈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예찬하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미국 재계와 노동계 대표들이 참석한 ‘일자리 창출 서밋(Jobs Summit)’ 연설에서 방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한 것을 비롯해 2011년 의회연설에서는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까지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열이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되고 오히려 교육에 대한 불만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분명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업에 관심을 갖고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미래를 위해 희망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이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이다. 그래서 한 때는 과외를 법으로 금지하는 일까지 있었는데 학교 밖에서 선생님과 공부하면 벌주는 나라로 세계적으로 화젯거리가 됐다. 나아가 학원 등에서의 사교육을 막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이 제공하는 공교육·사립학교 교육에 대해도 질식할 만큼의 규제(등록금, 입학정원 등에 대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은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양질의 인력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임에도 오히려 고학력 실업 문제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인위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는 적어도 지연이나 혈연을 따지는 것보다는 훨씬 성과주의적인 것이고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자극을 주는 요인인데 학벌중심 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면서 대학을 평준화하려는 노력까지도 서슴지 않고 정부는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자유롭게 선발하지 못하도록 입시 제도를 통제한다.
더구나 이러한 교육정책이 항상 대립하는 보수와 진보의 공동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교육평준화 시책은 한국의 보수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신앙처럼 모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중·고등학교 무시험에서 출발해 진보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순교자가 된 노무현 대통령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제도까지 정부가 정한 대로 따르도록 하면서 정점을 찍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교육비는 OECD국가 중에 선두를 다퉈 중산층 가계 지출의 10%를 넘어 섰으며 청년 실업률 역시 10%를 넘어 낮아질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학벌주의를 없앤다고 중·고교 입시를 없애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도 제한했지만 특목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공부만이 아니라 전인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시제도는 학생의 노력 외에 어머니의 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까지 필요하다는 속설을 만들어 냈다. 서울대를 선두로 했던 서열화가 SKY(서울대·연대·고대)로 대체됐을 뿐이다. 그러고도 2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외국에 나가 연간 4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음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고무적인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유학으로 넘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안보문제조차 이견을 보인 보수·진보 두 집단이 한 마음이 돼 한국을 교육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너무 중요해서 이기심으로 가득 찬 시장에 맡길 수 없고 애국심으로 충만한 정부에게 맡긴 결과는 참담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교육을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어차피 사교육비 지출을 막을 수 없다면 자유롭게 사교육이나 사립학교에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서 세계적인 일류학원, 일류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 도피성 유학이 줄고 외국의 학생들도 유학을 오게 돼 교육 관련 일자리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위화감을 이유로 부유층에게까지 평등한 공교육의 혜택을 강요할 것 없이 자유롭게 자기 부담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면 그만큼 정부 교육 예산은 저소득 소외계층에 더 많이 쓰이게 되고 공교육의 질도 높아지니 일거양득이다. 정부가 고학력 실업 방지와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예산까지 투입해 대학 정원을 줄여 대학 간 경쟁을 막지만 않으면 자연스럽게 신입생 모집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이 잘되는 실용적인 교육이 강화될 것이므로 고학력 실업은 감소할 것이다.

일·이류를 없애려 하기보다 대학교육의 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하면 일·이류의 존재는 오히려 대학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충실화를 가져올 것이다. 학력 차별을 없애려 하기보다 다양한 자격과 평가 수단들을 발전시켜 학력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취업시장에서 활용되도록 하면 기업은 종합적으로 취업희망자들을 평가할 수 있고 어쩌다 시기를 놓쳐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교육의 문제의 대부분은 정부가 걱정하고 애쓰는 것보다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쉽게 해결된다. 정부는 시장이 해결해지 못하는 문제들 예컨대 가난해서 능력이 있음에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입시나 대학 정보 공개에서의 부정 등과 같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일을 감시하는데 전념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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