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면세점,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적자’

“신규면세점은 명품브랜드 입점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놓고 더 한층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시내면세점에 대한 이승은 BNK증권 연구원의 솔직한 진단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고 치열한 입찰 경쟁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 진입한 신규면세점들이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승자의 독배’를 마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연 신라아이파크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 후발 면세점 5개사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나오는 우려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지난 2분기에도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보다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까지 더해져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분기에 28억원의 영업손실과 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개장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분기에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2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서 적자 전환을 했다. 2분기에 손실 회복을 기대했지만 적자 폭만 더 커졌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 서울 면세점은 9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분기보다 확대됐다”며 “서울 시내면세점 영업적자는 올해와 내년 각각 296억원, 97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SM면세점(서울점)을 자회사로 둔 하나투어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97억원으로 27.9% 늘었지만 56억원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SM면세점은 지난 1월 서울 인사동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 1분기부터 하나투어의 실적을 끌어 내렸다. 하나투어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96억원이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떨어진 수치다. 당시 시장에서는 면세점에서만 7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SM면세점이 7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M면세점이 2분기 72억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며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알선수수료, 광고선전비 등이 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호텔신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8억원으로 81.4% 줄었고, 매출액은 9541억원으로 13% 늘었다. 호텔신라도 면세점 부문의 이익이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별도 기준 7364억원으로 1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77억원으로 39.0%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두산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063억원, 당기순이익 18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33.2%, 767.0% 증가한 수치이다. 구조조정 효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면세점 사업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의 이 같은 고전은 전체 면세점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좀 더 ‘곤혹’스럽다. 실제로 국내의 전체 면세점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 6월의 면세점 매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면세점의 판매액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은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기저 효과 영향이 겹친 결과로 분석됐다.
통계청과 관세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6월 면세점 총 판매액은 1년 전보다 94.1% 증가했다. 면세점 총 판매액은 지난해 8월 15.9% 감소한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1월에도 전년대비 22.1% 급등한 면세점 소매판매액은 4월 10.5%, 5월 14.8%로 증가 폭을 키우더니 6월 들어선 지난해 판매액의 거의 2배 가까이 커졌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 중국인 관광객을 필두로 해외 관광객이 다시 늘었기 때문이다. 6월 입국한 외국인은 155만4413명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75만8534명으로 140.7%나 증가했다. 중국인이 전체 외국인의 절반에 가까운 48.8%를 차지한다.

신규 면세점의 희망…유커
지금까지도 한국산 화장품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의 유일한 희망이다. 신규 시내면세점들의 숨통을 그나마 트이게 했다. 면세점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소위 3대 명품 매장을 갖추지 못했지만 후·설화수·숨 등의 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신규 면세점들의 매출증가를 이끌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개장 초기에 비해 살아나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개장 초기 1일 3억여원의 매출이었지만 현재는 평균 11억원, 최대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의 경우도 초기 2억여원의 매출에서 현재는 1일 7억원여의 매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한지 두 달이 채 안 된 신세계면세점명동점도 개장 초기 1일 평균 4억여원의 매출이 현재 7억원대로 늘어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장 1년이 안된 이들 신규면세점의 매출 증가는 국산 화장품이 주도했다. 신규 면세점들의 매출 상위 브랜드를 모조리 차지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전체 매출 순위에서 후·설화수·라네즈·헤라·숨 등이 톱5 브랜드라고 밝혔다. 이종호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마케팅팀 팀장은 “대량 구매가 많은 한국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매출 강세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초반 신규 면세점 매출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이들 브랜드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구매하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은 명품 소비에 집중했지만, 여행자의 폭이 넓어진 현재의 중국인 관광객들은 쇼핑 패턴이 달라진데 따른 것이다.
국내 면세점,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은 매출의 절대부분을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 시내를 기준으로 올해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은 전체 매출에서 78%에 달했다. 신라면세점 장충점은 80%의 매출이 중국인에게서 나왔다. 신규 면세점들은 이제 이들은 일제히 3대 명품을 포함한 다양한 브랜드 오픈을 서두르고 있다. 매출을 초기 개장 목표에 맞춰 이른 시간 안에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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