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실안노을길

사천은 한때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의 주인공이었다. ’제대로 가다가 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느냐‘의 대명사였던 사천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전국 9대 일몰지와 한국최고의 드라이브 길이 나란히 기다리고 있다. 공인인증을 받을 만큼 유명한 곳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 발로 가서 푹 빠지고 싶을 만큼 매력만점인 사천을 다녀왔다.

한국의 대표 아름다운 길, 창선·삼천포대교에 서다

이러한 다리의 행렬은 본 적이 없다. 섬과 섬, 산과 바다를 잇는다. 눈부시게 푸른 한려해상을 배경으로 창선대교가 연거푸 세 번 붉은색 아치 물결을 그린다. 뒤를 이어 늑도를 연결하는 늑도대교, 초양도를 잇는 초양대교가 나온다. 마지막 우아한 사장교인 삼천포대교가 뒤를 따른다. 바다를 가로질러 남해시와 사천시를 연결하는 4개의 다리는 감히 교량전시장이라 할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을 수상했다. 멋진 교각의 항연을 감상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튼튼한 두 다리로 다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는 것이다. 편도 3.4㎞로 왕복 2시간 이면 충분하다. 창선대교를 지나면 늑도에 내려가서 마을을 한 바퀴 구경해도 좋다. 낚시 포인트로 소문이 나서 손맛을 즐기려는 강태공들이 많다. 초양대교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하면 한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항구가 보인다. 품안에 쏙 안길 듯이 작고 아담한 항구에 고깃배 하나가 힘차게 들어온다. 집나간 꼬마가 엄마 품을 향해 돌아오는 것처럼 반갑고 대견하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높은 곳에 가서 내려다보는 것이다. 사천시에 있는 각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왜 이곳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을 차지했는지 백번 이해가 간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수면위로 돌고래가 점프하듯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각산산성까지 구슬땀을 흘려가며 올라온 수고가 전혀 헛되지 않다. 

죽방렴에 내린 황금빛 노을, 사천실안노을길
사천실안 노을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일몰 명소길이다. 늦은 오후에 출발해서 노을이 내리는 저녁 무렵까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하늘을 보며 걷기에 그만이다. 길의 시작은 모충공원이다. 조선시대 바다를 지켰던 이순신 장군상이 듬직하게 서 있다. 10분쯤 걸으면 외국에 온 듯 이국적인 카페가 눈에 뜨인다. 바다에 떠 있는 수상카페까지 로맨틱한 다리가 놓였다. 어둠이 내리면 불이 켜지는 조명등이 연인의 미소까지도 밝혀줄 것만 같다. 그림 같은 다리에서 인증 샷을 찍고 갈 길을 재촉한다.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삼천포마리나를 지나면 작은 마을을 통과하게 된다. 영복마을이다. 바다마을이어서인지 새우, 갈매기, 물고기들이 담벼락에 가득 그려져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농장이 많아 소독 냄새가 심하다는 것이다. 역한 내음에 내달리듯 걸어가니 산분령마을에 도착한다. 이제 가야할 길은 절반이 조금 더 남았다. 반갑게도 잠시 쉬어갈수 있는 정자가 보인다. 피곤한 다리를 쭉 뻗고 시원한 생수를 벌컥 들이킨다.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난다. 여기에 체력보충용 간식꺼리로 원기를 회복한다. 가는 길에 슈퍼를 발견하기 힘들므로 물과 간식은 꼭 챙겨야한다. 슬슬 절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의 노을길 포인트는 죽방렴과 석양의 만남이다. 죽방렴은 갯벌에 나무막대기를 세워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얼기설기 엮어진 죽방렴이 마치 의도적인 설치미술 같다. 그 뒤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착륙을 시도한다. 머리꼭대기에서 눈부시게 하얀빛이었던 태양이 붉은 빛으로, 황금빛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 도착한 것 마냥 머리와 가슴에 뜨거운 금빛물결이 가득하다. 태양이 마지막 금빛 꼬리를 감추며 지상에서 영원으로 사라진다. 이보다 환상적일 수 없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 검색(모충공원), 대중교통은 사천공항에서 75번 버스를 타고 남양동주민센터 정류장에 하차한 후 70번 버스를 타고 송포가든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주소 : 경상남도 사천시 송포동 산161-5
■숙소 : 산속에 자리한 펜션 백운이머무는곳(010-5499-9701)은 삼천포어시장에서 회를 주문하면 배달해 준다. 산속에서 먹는 회가 별미이다. 바다와 산, 계곡을 모두 아우르는 입지를 자랑하는 씨엔밸리펜션(010-3577-1021)은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문의 : 삼천포대교공원관광안내소(055-835-1023), 사천시 문화관광과 055-831-2727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