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저는 지인으로부터 월 2부 이자로 3천만원을 6개월간 빌리기로 하고 차용증을 작성해 주려고 만났는데 지인은 미처 차용증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백지에 인감도장을 날인해 주면 약정대로 내용을 작성하겠다고 해 백지에 날인해 줬습니다. 이후 돈을 갚지 못해 소송이 붙었는데 지인이 증거로 제출한 차용증에는 이자가 월 3부로 돼 있고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별도의 위약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위 차용증 내용에 대해서 제가 다툴 수 있을까요? 

A차용증과 같은 문서는 소송 등의 분쟁 상황에서 문서 내용의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강력한 입증증거가 됩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빌려줬는지를 입증해야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데 채무자가 이를 부인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마저 없을 때에는 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금전대여뿐만 아니라 모든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반드시 서면을 작성해 상대방의 기명 또는 날인을 받아 둬야 하고 더욱 안전하게 하려면 공증까지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당사자가 서면에 이름을 쓰거나 날인을 하면 그 문서는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서명이 자신의 필적이 아니라거나 자신의 도장이 아니라는 등의 딴 소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증을 받아두면 좋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사소송법에서는 이와 같이 사인간에 작성된 문서에 대해서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경우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추정합니다(제358조). 따라서 문서의 작성명의인이 스스로 당해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하였음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해 그러한 추정을 번복하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서 전체에 관한 진정성립이 추정됩니다. 즉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돼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서명·날인·무인을 하였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건의 경우 귀하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해 주기로 하였으나 내용이 없는 백지문서에 인감을 날인해 줬고 차용증 기재 내용은 당초 약속한 것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에 따라 귀하의 인감이 날인돼 있는 이상 귀하가 완성된 문서에 날인한 것으로 추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로서는 백지문서에 날인을 해 줬다는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백지로 된 차용증을 작성명의자인 귀하가 아닌 채권자가 완성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밝혀질 경우에는 다시 귀하의 지인이 그 백지문서 내용대로 기재할 권한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점에 관해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패소의 부담이 귀하 지인에게 넘어갑니다. 결국 귀하가 백지의 문서에 날인하였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여하에 소송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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