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끝물이 언제인지 알기 어려운 한반도의 현재이다. 2016년 여름은 그만큼의 뜨거운 뉴스로 시작해 지금도 들끓고 있다. 지난달 김영란법의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이후 ‘맞다’, ‘아니다’부터 시작해 ‘이제 시장경제는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 ‘얼마나 받은 게 많으면 시장경제가 죽는다는 소리가 나오느냐’까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공직자와 언론인, 공립·사립학교 교직원이 김영란법 대상자로 기업의 접대비용을 음식은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과 함께 처벌을 받는다.
오랜 세월 지속돼온 사회의 고인물을 정화해낸다는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다. 어쩌면 모두가 공공연히 지각하고 있던 그리고 사실인 듯, 사실 아닌, 사실 같은 바로 그 부분을 수면위로 올려 더 많은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미리 예방하자는 좋은 의도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평성과 실효성 면에서 어떠한 기준과 잣대를 둬야하는지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다. 또 위반 사실에 대한 적발 역시 쉽지 않다. 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적법과 위법의 경계가 불분명해 혼란을 겪는 기업인 등이 상당수다.
기업과 해당 관할 기관에서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관계 당사자들은 24시간 위반사항에 대해 감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늘 경계하고 계산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좋지 않은 관행을 끊으려는 법 제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김영란법은 예부터 내려온 대한민국의 전통과 문화, 관습을 철저히 배제했고 제정된 법 자체적으로도 어패가 맞지 않아 모순과 빈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올해 추석, 현장에서는 심리적으로 김영란법을 의식해 선물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앞서 있어 실질적으로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이번 추석에는 5만원 미만의 선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농축산업과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농어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모두 수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종 규제나 법 시행은 이상보다는 현실과 일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축산물 업계에서는 선물의 80% 이상이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집중돼 있다. 농민들의 김영란법 시행 반대가 뜨거운 이유다. 그래서 김영란법 본래의 취지도 살리고 어려운 농촌의 현실도 반영할 수 있는 보완책이 법 시행 후 필요하다.
‘어느 계절이 제일 좋냐’는 질문에 우리는 기분에 따라 명확한 하나의 계절을 답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제일 좋은 계절은 ‘계절과 계절 그 사이’인 경우가 많다.
논란이 있고 어떻게 적용될지도 막막한 ‘김영란법’. 지난 계절과 다가 올 계절 사이의 어디처럼 유연성을 발휘해 가장 좋은 중간지점에서 만나길 바란다. ‘좋은 의도’ 그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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